“고인 죽음 개인의 문제 아냐, 우리사회의 병폐 ‘노동착취’에 기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공감신문] 정의가 상식이 되는 나라가 올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20일 “정의가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10월 26일,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PD 였던 고 이한빛 씨가 너무도 이른 나이에 생을 마쳤다.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고인의 죽음에 아직도 비통해 하실 가족들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는 같은해 10월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 후보는 “제가 고인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고인의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공개된 유서 때문이다. 고인의 동생 이한솔 씨는 고인이 계약직 동료들을 정리해고 하는 임무를 맡아야 했고, 그것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많이 꼬여있었어요. 이십대의 삶은’으로 시작하는 고인의 유서를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에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고 적어내려 갔던 고인의 심정을 생각하면 몸이 떨려온다”며 이한빛 PD의 유서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문 후보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노동착취’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J E&M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2016년 1월에 입사한, 한 열정 가득한 젊은 PD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의문과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고인의 직장 및 책임 있는 사람들의 분명한 해명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나라, 우리 청년들이 배워왔던 정의와 상식이 현실에서도 정의가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다음은 이한빛 PD의 유서 내용이다.

‘많이 꼬여 있었어요. 이십대의 삶은. 항상 더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앞선 단계의 고민을 채 마무리하지 못한 도약이었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고민은 얽히고 섥혀 풀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당연하게도 사회생활이란 그렇게 즉각적인 승리감을 주는 곳이 아니었더라구요. 나를 버티게 했던 동력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으니 남은 선택이 없네요.

촬영장에서 스탭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어요.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니까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결명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솔직히 예상 못했어요. 사회가 굴러가는 데 필수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둥지를 틀면 운동을 저버리고 내 영달을 찾더라도 세상의 모순과 빗겨날 수 있으리라 어겼어요.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죠.

바로 이 판을 나왔어야 했는데, 알량한 자존심이 발목을 잡았네요. 지금 그만두면 패배자이자 중도포기자 낙인이 찍힌다는 두려움에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네요.

상태가 이러니 그나마 노동착취하는 관리자 일조차 제대로 하질 못했구요.‘

201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또 2003년 이후 줄곧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8%다. 2015년 9.2%로, 당시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통계가 바뀐 2000년 이후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매우 절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문 후보의 주장처럼 ‘노동착취’를 당해도 하소연 할 수도 없다. 이한빛 PD는 이 같은 현실 중심에 있던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상암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초청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촛불집회에서 만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심 후보는 해당 청년이 "월급 120만원 받아 이거저거 다 빼면 10만원이 남는단다. 사랑하는 애인이 있지만 결혼은 꿈도 못꾼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와우산 공원에서 경시생(경찰 시험 준비생) A씨(32)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경찰 공무원 시험 문제집, 채점된 시험지, 수첩이 든 가방을 남겼다. 수첩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적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 힘으로 탄핵됐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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