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간 의혹 공방 격화..."그만 괴롭혀라", "답답하다" 심경 드러내

[공감신문] 스탠딩 방식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렸다. 이번 토론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첫 번째와 다를 것 없는 실망스러운 토론이었다는 평가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전날인 23일 KBS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토론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23일 밤 8시부터 2시간 동안 지상파 3사, 종편 2사, 보도채널 2사 총 7개 채널이 나란히 생중계한 '19대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의 시청률 합이 38.477%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토론의 시청률은 지난 19일 밤 10시부터 KBS 1TV가 단독 생중계한 토론의 시청률 26.4%보다 12.077%포인트 높은 것이다.

앞서 KBS 1TV가 생중계한 '2017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본 유권자·시청자들은 ‘두 시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와 과거 들춰내기에 급급했다’, ‘상대 공약 숙지 못하고, 간단한 팩트 체크도 안하고 같은 질문 반복’, ‘토론회가 아닌 난장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정말 저 사람 중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한숨만 나오네’, ‘진짜 부끄럽다. 이런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 투표권도 부끄럽다’, ‘우리가 이런 꼴 보려고 겨울에 촛불 들었던 게 아니었는데. 싸움은 토론회장 밖에서 하고 토론회장에서는 정책 관련 얘기 좀 해라’, ‘전문가들의 정책질문에 답하는 토론이 더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첫 번째 스탠딩 토론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왼쪽부터)가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돼지 발정제’ 사퇴 촉구

심상정 후보는 토론 첫 발언으로 홍준표 후보의 돼지 발정제를 언급했다.

그는 “먼저 토론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겠다. 이번 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이다.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국민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해야 마땅하다. 전 그런 점에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외교·안보·대북정책 자유 토론에서는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 했다.

유 후보는 “이건 네거티브가 아니다. 저는 한국당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의 공범이다. 이런 후보는 인권의 문제, 국가 지도자의 품격, 대한민국의 품격 문제다. 저는 홍 후보자가 즉각 사퇴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한 번도 피해 여성에게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우선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원천적으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정당이다. 자서전에서의 성폭력 모의도 용서 못 한다. 이미 많이 보도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 더구나 블랙리스트 옹호 발언도 했다. 좌파 예술인 리스트 뭐가 나쁘냐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이 사건은 45년 전 고대 앞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하려는 데 막지 못해 책임감을 느끼고, 제가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 용서를 바란다는 취지로 했는데 이미 12년 전 고백하고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게 참 그렇지만”이라며 심경을 전한 뒤 국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연합뉴스=공감신문

◆ 문재인 후보,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문 후보와 유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북한 인권결의안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다시 묻겠다. 북 인권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문 후보께서 만약 거짓말하고 계신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게 만약 거짓말로 들통날까 봐 계속 지금 말 바꾸기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중요한 것을 북에 물어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진실이 뭔지 이 자리에서 밝혀라”며 문 후보에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문 후보는 유 후보의 발언을 들은 뒤 “지난번에 홍준표 후보가 제게 거짓말, 이런 표현을 썼는데 유승민 후보가 또다시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대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후 문 후보와 유 후보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고 이를 본 심 후보는 답답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심 후보는 “저는 좀 답답하다. 우리 유승민 후보님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분인데 이 문제서 중요한 건 그래서 정부 결정이 잘돼나 안됐냐지 진실공방 아니다. 정치권은 항상 진실 공방하는데 이거 고질병이다. 제가 생각해봤다. 제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저는 기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국민은 새누리당 정권서 10년간 너무 적대적으로 대치관계라 상상 안 되지만 당시 생각해봐라. 정상회담하고 총리 국방장관 회담 줄지어 하고 6자회담도 했다. 남북이 평화로 가는 절호 기회인데 그 기회를 살리는 정무적 판단을 중심에 두는 게 당연하다. 동맹국에도 충분히 설명해 양해가능하다.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북과 대화 안 할 건가 담쌓을 건가”라며 묻기도 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평양 대사 논란

유 후보와 안 후보는 박지원 대표의 평양대사 발언을 두고 감정이 드러날 정도의 논쟁을 벌였다.

유 후보는 “안 후보에게 묻겠다. 지난 20일 정읍에서의 유세 때 박지원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초대 평양 대사가 될 것이다' 라고 했다. 그 자리에 계신 유성엽 의원은 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가 박 대표와 초대 평양 대사, 또 장관에 대해 이렇게 합의했나”라며 질문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것참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조금 전 (박 대표) 본인은 제가 당선되고 집권하게 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분의 말씀은 북한과 언제 관계가 개선되겠나.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농담 삼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의 진담은 조금 전 본인이 입장을 밝혔는데 제가 집권하면 (박 대표는) 어떤 공직도 안 맡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박 대표 평양대사 발언은) 유세 중 (나온 것이) 아닌가. 관중과 국민 앞에서 여러 가지로 분위기 좋게(하려고) 유 후보도 그러지 않나”라고 물었다.

유 후보는 “저는 유세 중에 시민 앞에서 절대 이런 소리 안 한다. 국민이 그렇게 다 듣는 데서 박 대표가 이틀 전 안 후보와 어떻게 얘기됐는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는 평양 대사가 없는데 그럼 북한과 정식으로 수교해 평양 대사를 보낸다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안 후보와 이야기도 안 하고 박 대표가 이렇게 말하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안 후보는 “유 후보 실망이다. 어떻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분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며 실망감을 전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 연합뉴스=공감신문

첫 번째 스탠딩 토론 후에도 후보들의 부족한 정책 검증과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에 많은 유권자·시청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은 첫 스탠딩 토론보다 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다. 이날 사회자는 후보들에게 주제를 벗어난 논쟁을 자제하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는 ‘전문가들의 정책질문에 답하는 토론이 더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말만 잘한다고 국정 운영 잘하는 거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후보 지지율에 대한 변동성이 특히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풀어 말하면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을 변화 시킬 것인지, 제시한 정책과 공약을 어떤 방법으로 이행할 것인지를 강조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대선 토론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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