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애초부터 플레이어들이 무서워할 것을 ‘노리고’ 만든 호러 게임 외에도, 게이머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개발자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몇몇 게임에는 그와 관련된 괴담들이 온라인상에 떠돌기 때문이다.

이 괴담들 중에는 사실 진위여부를 가리기 시작하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막상 사실을 추적해보니 단순한 버그였거나, 누군가의 ‘주작’ 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허나 만약 누군가가 창작한 괴담이라 해도 그 묘사가 꽤나 그럴싸하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이 다르게 보이거나 오싹해질 법도 하다. 그러니 가볍게 즐겨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밝고 명랑한 게임도 괴담을 듣고 나면 전과 달리 보일 지 모른다.

이번 공감포스팅은 인터넷에 떠도는 ‘게임 속 괴담’들 중 잘 알려진 사례들을 소개한다. 오늘은 왠지 부모님 방에서 자야 할 듯 싶다. 절대 무서워서는 아니다, 어버이날이니까 그런 거다.

■ 히로빈

'게임 괴담' 업계(?)에 가장 잘 알려진, '유명인사' 히로빈의 모습.

아마 이 ‘게임 괴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히로빈(Herobrine)은 샌드박스형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등장한다는 정체불명의 캐릭터다. 해외의 한 마인크래프트 게이머가 싱글플레이 중 최초로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게임 속에서 갑자기 등장해 플레이어를 깜짝 놀래키고, 이상한 구조물을 만든다고 한다.

히로빈은 이런 식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플레이어들을 놀래킨다고 알려져있다.

다만, 수많은 목격설에 의하면 히로빈은 플레이어와 마주쳐도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자원을 수집하거나, 건축물을 만들 뿐이라고. 그러나 플레이어가 히로빈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방해할 경우, 플레이어를 집요하게 추적해 보복한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또한 어느 플레이어는 히로빈을 ‘개발자의 죽은 동생’이라 추측하기도 했다.

마인크래프트 제작자는 트위터를 통해 '죽은 남동생같은 건 없으며, 게임에 추가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트위터 캡쳐]

그러나 마인크래프트 개발자는 “히로빈은 없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괴담이라 여겼으나, 관련된 문의가 폭주하자 공식적으로 괴담을 부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괴담과 관련된 문의나 목격담이 쏟아졌으며, 결국 제작자는 패치노트에 ‘히로빈 제거’라는 항목을 추가하게 됐다.

■ 익사한 벤

어딘가 주인공 '링크'를 기분나쁘게 닮은 동상. '익사한 벤' 괴담에서는 플레이어를 조용히 따라다닌다고 한다.

‘익사한 벤(Ben Drowned)’은 외국 웹에서 한 유저가 올린 게임 괴담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전형적인 창작 괴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짜임새 있는 글과 함께 게임 플레이 영상을 게시해 국내에까지 번역돼 소개되는 등 유명해졌다.

'익사한 벤' 괴담의 작성자는 자신이 겪은 기묘한 체험을 글 뿐 아니라 영상까지 함께 게시했다.

작성자는 동네 벼룩시장에서 한 노인에게 ‘손자가 하던 게임인데 이제는 쓸모없게 됐다’는 말과 함께 ‘젤다의 전설 무쥬라의 가면’이라는 게임팩을 공짜로 얻었다. 그 게임팩 속에는 BEN이라는 이름의 세이브파일이 있었다. 아마 그 손자의 게임 파일일 것이라 생각했던 작성자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삭제하고 게임을 플레이했다.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록 저절로 생성되는 세이브파일 때문에 공포감에 휩싸이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작성자는 게임 속에서 기분 나쁘게 생긴 동상이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게임을 클리어할 수 없을만한 버그가 발생하거나, 심지어 “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출력되는 등 공포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작성자는 게임을 멈추고 게임팩을 넘긴 노인을 찾아가봤지만, 노인은 온데간데없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동네 사람에게 수소문한 결과, 동네에 살던 Ben이라는 꼬마와 그 가족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이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 미싱노

'미싱노'라 알려져있는 미스터리한 포켓몬의 모습.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포켓몬스터’에는 다양한 괴담들이 존재한다. 그 중 ‘미싱노’는 대표적 괴담 중 하나다. 이 이름은 '결번'을 의미하는 Missing Number라는 단어 중 Number를 줄여 No.로 표기한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이다.

괴담에 의하면 미싱노는 인간에 의해 괴롭힘당했다는, 다소 슬픈 이야기를 가진 포켓몬이다.

미싱노는 1세대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이다. 등장 시 ‘깨진’ 것처럼 보이는 그래픽이 출력되며, 울음소리나 레벨도 등장마다 모두 다르다. 당시에는 포획하기 어렵다고 알려져있던 ‘뮤’라는 포켓몬과 함께 거론되며 미스테리한 환상의 포켓몬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뮤는 50마리의 포켓몬을 인공적으로 합쳐 만들어낸 포켓몬이지만, 뮤를 제외한 49마리의 포켓몬이 어떤 수단을 사용해 뮤에게서 벗어났고, 모든 능력을 뮤에게 빼앗긴 탓에 아무런 능력 없이 포켓몬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괴담이 유행했었다.

포켓몬스터의 최근작에서도 등장한다고 하나, 이는 합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루머에 불과했다. 당초 포켓몬스터에는 190마리의 포켓몬이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용량 문제로 39마리를 삭제했으며 이 삭제된 데이터가 버그로 출력된 것이 바로 미싱노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괴담이 워낙 많이 알려져 있는 탓에 아직까지도 종종 거론되고 있는 듯 하다.

■ 고르도산의 귀신

GTA5 속 고르도산에서 밤 11시~12시 사이에만 출현한다는 귀신의 모습.

GTA5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모티브로 한 ‘산 안드레아스’를 현실적으로 구현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중 산 안드레아스 서쪽에는 ‘고르도’라는 산이 있는데,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특정 시간이 되면 그곳 정상에 귀신이 출현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가까이 가면 사라지기 때문에, 저격총의 스코프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이 귀신은 수많은 유저들에게 목격됐으며, 별다른 어려운 등장조건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 누구든 마주칠 수 있다. 둥둥 떠있는 이 귀신은 가까이 가면 사라지며, 근처 바닥에는 피로 JOCK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게임에서는 이 귀신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라는 암시가 꽤나 구체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밖에 상호작용을 할 수는 없으며 원한을 풀어줄 수도 없다고 한다.

귀신이 출현한 장소에서는 피로 쓰여진 글자 'JOCK'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이 귀신만큼은 앞서 소개한 다른 사례들과 달리 게임 제작사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이스터에그’다.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세계 곳곳을 탐험하고자 하는데, 그러한 탐험 과정에서 재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제작사가 맵 여기저기에 무언가를 숨겨놓은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져 있지 않았을 당시에는 꽤나 섬뜩했을 이야기지만 지금은 플레이어들 사이에 일종의 ‘관광코스’가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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