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공감신문] 몇 해 전 한 카드회사는 위 문구를 카피로 활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모델 유해진과 이나영의 무기력한 표정과 광고카피가 절묘하게 어울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 광고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우리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유튜브 캡쳐]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조금 ‘웃픈’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는 광고 카피가 어딘지 모르게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나?

멍때리기 대회 1회 우승자 김지명 양. [페이스북 캡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본 게 얼마나 오래됐는가 묻고 싶다. 오늘도 부지런히 출근해 누구보다 뜨겁게 일하고 캄캄해져서야 퇴근하는 당신, ‘멍’ 때려본 지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바쁜 우리에게 멍하니 앉아 머릿속을 비우는, 일명 ‘멍 때리기’는 사치스럽게 들린다. 일에 쫓기던 평일을 지나 주말이 오면, 뭐라도 해야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덜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곤한 주말에도 부득불 밖으로 나가려는 것은 주말이 이틀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주말을 한 삼사일로 늘려야 한다! [인스타그램 캡쳐]

그래서 우리는 피곤이 밀려오는 주말에도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고, 뭔가를 해야만 비로소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방바닥과 하나가 되고픈 욕구는 누구라도 있을 듯. [웹사이트 캡쳐]

하지만 우리는 이미 느끼고 있다. 한번 쯤 생각을 비우고 멍하니 휴식하고 싶음을. 번거롭게 차려입고 동네를 벗어나 사람에 치이다 돌아오는 주말이 오히려 피로하다는 것을.

뇌 스위치를 잠시라도 내리고 멍하니 보낼 수 있는 휴식같은 취미를 즐겨보자.

가끔은 뇌가 하는 생각을 손에게 잠시 미뤄두자. 뇌도 좀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손으로 끼적이면서도 생각은 딴 데 가있어도 괜찮다. 이번 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할 것들은 그러라고 있는 취미용품들이니까.

컬러링북, 스크래치북, 페이퍼 커팅 등 머리를 비우고도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는 취미생활을 소개한다. ‘멍’ 때리면서 즐기기 좋다. 하지만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하니, 킬링타임과 집중력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볼 수도 있겠다.

■ 컬러링 북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색을 입혀넣는 컬러링 북. [핀터레스트 캡쳐]

이름이 다르지만 결국은 그거다. 어린 시절 흔히 해봤던 ‘색칠놀이’. 다만 컬러링 북은 어른들을 위한 취미생활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유아용’보다는 다소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컬러링 북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직장인들을 위한 힐링 취미 아이템으로 각광받아왔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컬러링 도안을 찾아볼 수 있다. [웹사이트 캡쳐]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컬러링 북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어떤 그림을 칠할 지에 따라 여러 유형별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화가의 미술작품을 직접 색칠해볼 수도 있다. [아마존 캡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별이 빛나는 밤’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미술작품을 재현해볼 수 있는 ‘명화 만들기’ 식의 컬러링 북이 있는가하면,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처럼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색칠하는 방식도 있다. 그 중 멍하니 색칠하기 가장 좋은 것은 아무래도 ‘패턴’ 아트가 아닐까?

지정된 색이 아닌 원하는 색으로 채워넣어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웹사이트 캡쳐]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동일한 무늬를 채워 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색을 채워 넣는 과정 중에는 ‘이게 무슨 무의미한 짓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완성된 이미지를 보고 나면 액자에라도 넣어 걸어두고 싶을 만큼 예쁜 작품이 완성되기도 한다.

이 그림 역시 컬러링 북의 한 페이지다. 직접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단 얘기다. [보어드 판다 캡쳐]

또한 고퀄리티 이미지에 색을 입혀 그림엽서처럼 만들 수 있는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제품 뿐 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컬러링 용 이미지를 출력해 색칠을 해볼 수도 있으니, 저렴하기까지 한 ‘가성비甲’ 취미라 할 수 있겠다.

 

■ 스크래치 북

스크래치 북은 보통 검은 밤과 금빛으로 빛나는 도심 야경을 테마로 만들어진 제품이 다수다. [웹사이트 캡쳐]

컬러링 북과 비슷한 듯 다른 특징을 지닌 취미용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크래치 북은 이름 그대로 ‘긁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스크래치 북은 어린시절 누구나 미술시간에 해봤을 법한 바로 그것이다. [유튜브 캡쳐]

컬러링 북과 비슷한 점은 반복 작업으로 색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 다른 점은 ‘색칠’이 아니라 ‘긁어 벗겨’가며 색을 입힌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미술시간에 해봤던 ‘먹지 긁기’와 비슷하다.

스크래치 북은 위 이미지처럼 회색으로 된 부분을 모두 긁어야 완성된다. [웹사이트 캡쳐]

검정색 그림 위에는 짙은 회색으로 긁어야 할 부분이 표시돼 있다. 짙은 회색 부분을 긁으면 금색으로 벗겨지는데, 이 부분들을 긁다 보면 어느새 환상적인 이미지가 완성된다. 스크래치 북의 소재는 주로 도시의 야경이 대부분이다.

불꽃놀이를 테마로 한 스크래치 북 제품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 캡쳐]

이는 검정색 배경과 금색이라는 제한된 컬러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중 밝게 빛나는 도시 풍경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된다. 다만 최근에는 금색 외에도 다양한 컬러를 활용해 알록달록한 불꽃놀이 등을 테마로 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스크래치 전용 펜도 출시되고 있지만 간단한 도구만 있어도 긁는 것은 가능하니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웹사이트 캡쳐]

앞서 소개했듯, 스크래치 북은 컬러링 북과 달리 ‘벗겨내기’가 핵심 요소다. 그렇다보니 컬러링 북처럼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이미지를 출력해서 즐기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스크래치 북은 대형 서점 등에서도 취급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페이퍼 커팅 아트

컬러링 북이나 스크래치 북에 비해서는 다소 난이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페이퍼 커팅 아트.

종이에 새겨진 선을 따라 조심조심 칼로 그으면 완성되는 종이 공예의 종류다. 앞서 소개한 두 취미에 비해서는 다소 난이도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무래도 칼로 종이를 잘라내는 과정의 반복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책자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상에서 쉬운 도안을 구할 수도 있다. [웹사이트 캡쳐]

처음부터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작품에 도전하기보다는, 다소 난이도가 낮은 작품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점차 난이도를 올려가며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품에 도전해보는 거다.

작은 부분을 칼로 자르고 떼낼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웹사이트 캡쳐]

커터칼 등으로 종이를 오리며 주변 작은 조각들을 떼어낼 때는 쾌감마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집중하고 있으면 커터칼을 쥔 손가락도 아프고 어깨도 결려올 수 있다. 그만큼 몰입감이 넘친다는 얘기다.

자신만의 그림으로 페이퍼 커팅 아트 도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웹사이트 캡쳐]

시중에는 페이퍼 컷팅 도안을 수록한 책자 등도 판매되고 있지만, 그림대로 자르면 된다는 그 단순한 특성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약 그림에 일가견이 있다면 자신만의 도안을 직접 그려서 페이퍼 컷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보기만해도 뿌듯해지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면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 아닐까. [웹사이트 캡쳐]

공들여 만든 작품에 색까지 칠한다면 완성도를 더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페이퍼 커팅 작품을 코팅해 책갈피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 지친 뇌를 쉬게 하자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74%가 일상 속 ‘멍 때리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근무시간 이후 부하가 걸린 뇌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PC를 생각해보자. 온갖 프로그램을 켜두고 계속해서 사용하면 뜨겁게 열이 받고, 속도가 느려져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뇌 역시 마찬가지다. 근무 시간에는 쌩쌩 돌아가야 한다. 다만 부하가 걸린 뇌에게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은 일을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주말이라고 해서 꼭 특별한 뭔가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 이번 주말에는 평소와 조금 다른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 캡쳐]

이번 주말에는 이것저것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멍하니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권장한다. 누구와 만나 무얼 하고 놀아야 할지,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등등 온갖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보는 거다.

정말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컬러링 북, 스크래치 북, 페이퍼 커팅 아트 등을 통해 일상에 지친 뇌를 쉬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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