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현재 극장가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비롯해 '겟 아웃', '노무현입니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하나둘 개봉하기 시작했다. 영화팬들로서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비싼 영화 티켓값이 아까워지는 영화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공감 포스팅팀이 역대급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망한 한국 영화를 찾아봤다.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2년 9월 13일 개봉한 가상현실 게임 속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한국 영화. 총 110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역대급 망작. 심지어 제작기간도 무려 3년이나 소요됐다.

전혀 이어지지 않는 전개와 뚝뚝 끊기는 액션, 난해한 스토리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 등으로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특히 여타 망한 영화들과는 달리 무려 11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쏟아 부었기에 한국 영화사 길이 남을 흑역사로 남았다.

이 영화 이후 충무로는 한동안 대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 한국 영화계에 끼친 이러한 악영향 때문에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이라 불리기도 한다.

다만 제작비 100억과 개연성 등을 모두 무시하면 그냥 봐 줄만하다. 실제로 IMDB 평가는 'CG가 화려하고 개연성이 좀 부족하긴 해도 볼 만한 B급 영화' 정도. 결국 극장 개봉 후 단 2주 만에 전국 관람객 14만명으로 막을 내렸다. 

■ 김치 전사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두 번 다시 나와서는 안 될 흑역사. 원래 감독, 원화, 각본가 등 모두 신인인 저예산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러나 2010년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주한 김치 홍보 2D 애니메이션 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를 지원받아 2기를 제작하게 됐다.

지원받은 제작비 1억4000만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엉망인 작화와 그나마도 들쭉날쭉 변하는 그림체, 뚝뚝 끊기는 프레임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유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이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김치 홍보용 애니메이션'임에도 김치를 왜곡한다는 사실이다. 15화 내내 "김치 전사가 김치를 먹고 김치를 퍼트리면서 전 세계 질병을 물리친다"라는 단순한 플롯과 더불어 김치만 먹으면 어떤 질병이라도 낫는다는 무조건적인 찬양만 늘어놓는다.

사실 세금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었다면 그저 저질 한국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묻힐 수 있었다. 그러나 국비 지원을 받아서 이런 희대의 괴작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난을 피할 수 없다.

■ 7광구

한국 괴수 영화의 영원한 악몽. 영화계와 네티즌 모두에게 한국 최악의 영화로 손꼽힌다. 심지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온 관객들은 분노를 표출할 정도. 오죽하면 네이버 영화에서 평론가 평점보다 네티즌 평점이 더 낮다.

시사회 평가부터 썩 좋지 않았다. 이에 개봉 시간까지 늦추면서 전면 재편집에 들어갔다. 실제로 개봉 당일 오전 상영은 하지 못하고, 18시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경쟁작이 없어서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136만명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약 900개 개봉관에서 상영한 덕분이라 볼 수 있다. 당연히 2주째부터 관람객이 전주 대비 60% 감소하면서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한 달도 못 가서 단 27일 만에 최종 관객수 224만2510명으로 극장에서 내려갔다.

사실 B급 괴수영화라 생각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진 않다. 하지만 무려 13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어갔음에도 B급 홈비디오용 영화 수준이라는 것은 문제가 된다. 게다가 관객들은 화려한 CG와 화끈한 블록버스터 액션을 기대했지만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 클레멘타인

한국 영화계 희대의 졸작이자 52억원으로 할 수 있는 역대급 돈XX. 심지어 로튼토마토는 점수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전국 관람객수 총 6만7000명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에는 헐리우드 액션배우로 유명한 스티븐 시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스티븐 시걸은 출연 시간도 적고, 대사도 열 마디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악역으로 등장함에도 맞는 장면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 제작비 30억(마케팅 포함 50억) 중 12억원이 스티븐 시걸의 개런티다. 그나마 10분의 1 수준으로 깎은 액수가 저 정도. 이에 시걸의 B급 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은 더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이 역시 수많은 문제점이 산적했다.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필름의 질과 촬영 기술부터 수준이 떨어진다. 무려 50억 넘게 들어간 상업영화 작품 완성도가 저예산 독립영화와 비교해야 할 정도.

그러나 네이버 영화에서는 네티즌 평점이 무려 9점대를 기록한다. 이는 네티즌들이 일부러 10점 만점을 몰아준 탓이다. 덕분에 평점을 믿었다가 낚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 후 영화 추천을 원하는 글에는 꼭 한 명쯤 클레멘타인을 추천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 오! 인천

통일교 교주 故문선명이 영화를 찍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아서 제작됐다. 제작비는 4410만달러, 제작 기간도 5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수익은 고작 190만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말이 필요 없는 희대의 명작?

통일교 재단은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직접 영화사를 차렸다. 이 후 감독 테런스 영(007 시리즈), 각본 로빈 무어(프렌치 커넥션), 음악 제리 골드스미스(혹성탈출, 빠삐용), 촬영 브루스 서티스(더티 해리)에 로런스 올리비에, 오마 샤리프 등의 초호화 캐스팅을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에 문외한인 종교 관계자가 쓸데없이 제작에 간섭하는 이상 아무리 훌륭한 스태프와 출연진들이 모여도 그 결과물이 참담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된다.

오리지널 140분판은 첫 공개였던 칸 영화제에서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재편집판을 미국 한정으로 공개했으나, 이 역시 90만달러라는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대참패했다. 이는 할리우드로 진출한 한국 영화 최대의 흑역사로 남았다.

앞서 설명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7광구’는 주로 한국 내에서만 까일 뿐이지만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 진출한 덕분에 제대로 망신살이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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