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대회나 상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보통, 학교에서 주는 상이나 전국 체육대회, 나아가 축구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이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이색적인 대회와 상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대회·상도 있고, 의미를 갖는 대회·상들도 존재한다.

이번 편은 이름만 들어도 이색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대회·상들의 이야기다. 과연 어떤 대회·상이 존재할까?

 

■ 다윈상

다윈상은 미국의 기자 ‘웬디 노스컷’이 만든 상이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멍청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다윈상은 수상조건은 ‘번식능력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더 이상 어리석은 DNA의 확산을 막는데 공헌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윈상,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낭떠러지를 향하는 게 눈에 띈다.

다윈상은 어리석은 행동 등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생식 능력을 잃은 사람들이 수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상자들은 모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거나, 고(故)인이다.

구체적 조건은 다음과 같다.

▲수상자는 죽거나 혹은 불임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의 죽음이나 불임에 스스로 원인을 제공해야 한다. ▲수상자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문, TV 보도 등 믿을 만한 사람의 증언 등 출처가 분명한 사건이어야 한다. ▲수상자는 놀랄 만큼 멍청한 일을 해야 한다.

지난 2008년 다윈상 2위 수상자는 이탈리아의 남성이다. 이 남성은 기차길에서 자신의 고급자동차가 멈추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열차를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열차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그대로 운행됐고, 남자는 결국 사망에 이른다.

남성이 자동차 보다 자신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면, 목숨도 지키고 다윈상에도 선정되지 않지 않았을까?

이처럼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다윈상 후보가 될 수 있다.

2009년 다윈상에 선정된 자는 2인조 은행 강도였다. 이들은 강도행각을 벌이기 위해 은행에 들어간다. 이후 은행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들이 준비해 온 폭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폭탄으로 사망한다.

일부는 다윈상이 사망한 이들을 욕보이는 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다윈상이 사회에 ‘안전제일’의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옹호한다.

 

■ 사무실 의자경주 대회

지난 2015년 일본 도쿄에서 사무용 의자를 탄 사람들이 레이스를 벌였다.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 이 경주는 ‘체어1 그랑프리’다. 이름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1 그랑프리’를 참고해 지어졌다. 경주대회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대회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컴퓨터로 일만하는 직장인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시작됐다.

일본 사무실 의자 경주대회 / 연합뉴스

‘체어1 그랑프리’ 참가자는 사무실 의자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면 된다.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들은 대회를 위해 따로 의자를 준비하지 않고, 실제 자신이 사용하는 의자로 경주에 참가해야 한다.

이 같은 대회는 앞서 독일에서도 열렸다. 다만 독일은 의자를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꾸밀 수 있게 했다. 대회 방식은 200m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된다. 이 대회는 일본과 다르게 속도감을 느끼는 데 중점을 뒀다. 가장 빠른 사람의 기록은 시속 35km였다.

독일 사무실 의자 경주대회 / 출처=더 로컬

우리나라에도 사무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는 직장인들이 많다. 점심과 화장실, 흡연 등의 용건이 아니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의 양재, 여의도, 종로 등에서 사무실 의자 경주와 같은 이색적인 직장인 대회가 열리길 바래본다.

 

■ 멍때리기 대회

이름 그대로 멍(?)을 때리는 대회다. 지난 2014년 서울 광장에서 처음열린 이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지난해 유명 가수 ‘크러쉬’가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 오랫동안 유지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휴대전화 확인 ▲졸거나 잠자기 ▲시간 확인 ▲잡담 나누기 ▲주최 측 음료 외의 음식물 섭취(껌은 가능) ▲노래 부르기 또는 춤추기 ▲독서 ▲웃음.

2016년 멍때리기 대회 / 연합뉴스

그러나 대회는 생리현상 등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 멍때리기 대회는 ‘빨간색 카드’, ‘노란색 카드’, ‘파란색 카드’, ‘검은색 카드’ 등의 ‘히든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빨간색 카드는 근육 경련 등으로 안마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노란색 카드는 부채질, 파란색 카드는 갈증 해소를 위한 음료가 필요할 때 각각 사용할 수 있다. 검정색 카드는 기타 불편사항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4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열린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이 찬스 카드를 이용해 진행요원으로부터 부채질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대회 순위 평가는 심박수 체크와 대회 관객들의 스티커 투표다.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참가자 중에서 안정적인 심박그래프를 보인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 코메디 야생동물 사진대회(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이 대회는 가장 웃기게 나온 야생동물의 사진을 선정해 시상하는 대회다. 코메디 야생동물 사진대회는 사진작가들의 심사와 네티즌의 인기투표를 합산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코메디 야생동물 사진대회 2015 우승작 / 출처=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대회는 2015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열렸다. 당시 우승자는 1주일 간 사파리 투어에 참여했다. 지난해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는 3000여장의 사진이 출품되면서 한층 더 높아진 인기를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일부는 인위적으로 연출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음은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이목을 끌었던 코메디 야생동물 사진대회 우수작이다.

아기곰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출처=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이 작품의 제목은 '헤드샷'이다. / 출처=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 세종대왕 상

조선의 4대왕, 한글 창제 등 많은 업적으로 지금도 존경받는 세종대왕. 유네스코(UNESCO)에는 세종대왕이란 이름이 들어간 상이 존재한다.

바로 세종대왕 상(King Sejong Prize)이다. 이 상은 매년 유네스코가 세계 각국에서 문맹퇴치사업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시상하는 공로상이다.

유네스코 로고

세종대왕 상은 1989년에 제정됐다. 1990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상대상은 ▲문맹퇴치사업에 직접 종사한 경우,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문맹퇴치사업 종사, ▲문맹퇴치를 위한 언론캠페인 종사, ▲문맹퇴치를 위한 교육자재개발 생산, ▲문맹퇴치관련 학술연구, ▲문맹퇴치사업계획 수립 및 이를 위한 조사업무, ▲청소년의 문맹퇴치사업 참여유도, ▲문맹퇴치에 공이 있는 언론 등이다.

첫 세종대왕 상은 인도 과학 대중화 단체에 수여됐다. 수상자에게는 소정의 상장과 메달, 그리고 상금이 지급된다.

해외의 한 아이가 글자 공부를 하고 있다. / 출처=유네스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는 것도 세계 최고 부를 수 있는 문자, 한글 덕분이라는 평가다. 우리는 세종대왕 상이 존재한다는 걸 반드시 알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 현실을 반영한 대회와 상들

세종대왕 상을 제외한 다윈상, 사무실 의자 경주대회, 멍때리기 대회, 코메디 야생동물 사진대회는 모두 현재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대변하는 사진.

다윈상은 안전이라는 문제를 심각히 여기지 않는 현 사회의 인식을 꼬집고 있다. 사무실 의자 경주대회와 멍때리기 대회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빈틈없는 일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대회까지 열어서 일상을 벗어나게 하겠는가. 코메디 야생동물 대회는 세계가 도시화 돼 가면서 점차 멀어지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고보면 깊은 의미가 담긴 색다른 대회와 상 5선'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대회와 상들이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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