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2 조선의 반격 포스터 중 발췌

[공감신문]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성공 이후 국내는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게임) 황금기가 시작됐다. 전까지는 일본식 RPG가 주로 인기를 누렸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많은 수의 국산 RTS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RTS게임들은 블리자드의 아류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요즘은 AOS나 FPS 같은 장르들이 대인기를 끌고 있지만, 20·30세대 혹은 게임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이라면 누구도 이 시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국산 RTS. 이제는 추억 속에 남겨진 게임들 몇몇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 높은 퀄리티와 게임성을 갖췄던 ‘킹덤언더파이어(KUF)’

킹덤언더파이어 실행 메인화면

2000년 11월에 출시한 킹덤언더파이어는 줄여서 ‘커프(KUF)’라고 주로 불렸다. 게임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잘짜여진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연합과 암흑동맹 간의 생사를 건 싸움이 주를 이루지만,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밝혀지는 숨겨진 내막이 흥미를 자극하는 게임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문 라이트 : 알아야 행동할 수 있다네 / 킹덤언더파이어 시나리오 중 일부 장면

‘인간 vs 오크’라는 큰 설정 상 당시 워크래프트2의 아류작이라는 비판도 꽤나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류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독창적인 시도도 있었고 게임성 자체가 훌륭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워크래프트 표절 의혹을 받기도 했다. / 워크래프트 포스터 , 블리자드

독창적인 시도로는 게임에 RPG적 요소와 영웅 시스템을 도입했었다. 하지만 자원과 유닛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RTS 성격상 일반 유닛의 레벨 시스템은 큰 의미가 없었다. 또 영웅들은 일반 유닛으로 상대하기 힘들만큼 너무 강력했다. 물론 필요 자원이 많고 초반에 뽑을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했지만, 압도적인 성능은 단점을 상쇄하기 충분했다.

일당백을 상대하는 메인 영웅들 / 게임 화면

골드 패치 이후에는 ‘서브 영웅’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다. ‘서브’라는 말 그대로 기존의 비싼 대신 너무 강했던 영웅들을 약체화 시킨 녀석들이다. 나름 밸런스를 위해 ‘서브’로 추가된 영웅이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결국 영웅에 의해 판도가 갈리는 새로운 양상(?)이 시작됐던 걸로 기억한다.

골드 패치 후 (아름다운) 서브 영웅들이 추가됐다.

국산 게임 중 잠시나마 스타크래프트의 라이벌로 떠올랐던 KUF. 공식대회도 열리고 나름 잘 나갔다. 물론 뒤에 숨겨진 그림자도 많았다. 하지만 추억을 위해 준비한 포스팅인만큼 그 부분을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추억은 언제나 마음속에서 아름다워야 하기에...

킹덤언더파이어 리그 장면 중 일부 캡쳐 / 온게임넷

최근 윈도우10 크리에이터에서 조금 불안정하지만 실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워게이트(멀티플레이)는 안되지만 싱글 미션으로 잠시나마 추억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 100만장 무료 배포!? 화끈한 홍보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진 게임 ‘아마게돈’

 

같은 이름인데 왜.../ 차례로 아마게돈 (RTS), 아마게돈(영화) 포스터, 웜즈 아마게돈 포스터

국산 RTS 게임 중에 통큰 마케팅으로 잠시 유명세를 떨친 게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아마게돈’. 이현세 작가의 유명한 만화 ‘아마게돈’을 게임화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게임성은 솔직히 칭찬하기 힘들지만 홍보 전략이 화끈한 게임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이현세 작가의 유명 만화 '아마게돈'의 세계관을 차용했다. / '아마게돈' 포스터, 이현세 작가

이들이 홍보를 위해 취한 전략은 첫 번째로 ‘이현세 작가의 후광에 편승하기’. 두 번째로 ‘100만장 무료 배포 후 멀티플레이 이용 요금 받기’였다. 첫 번째는 밑장 깔고 시작하는 거라 뭐라 평가할 수 없다. 두 번째 전략 같은 경우는 말이 다르다. 무료 게임이 판을 치는 지금이야 “게임 무료 배포가 뭐?”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도박성이 짙은 전략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주 잘 먹혔다. 당시 어렸던 우리에게 무료로 정식판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건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당시 느낌을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일까 / 픽사베이

하지만 발목을 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게임성이다. 원래는 부정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추억을 상기시키고 싶었으나 아마게돈은 조금(...) 기술하도록 하겠다. 이현세의 만화 ‘아마게돈’ 세계관과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뒤죽박죽으로 섞어 놓은 느낌이다. 인간, 괴물, 외계인 3종족 체제와 2자원 체제 더불어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유닛들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밸런스 문제는 어떤 게임을 하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문제지만, 아마게돈은 유독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간족의 괴랄한 성능을 가진 ‘탱크’만 뽑으면 기타 유닛들은 모조리 쌈싸먹을 수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스타크래프트의 시즈탱크가 움직이면서 시즈모드 공격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크래프트와 닮은 구석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칭찬할 점은 있다. 먼저 훌륭한 그래픽과 원작 스토리 차용으로 인한 시나리오 스토리다. 또 유닛별 무기 전환 시스템, 탄약 공급 시스템 등이 존재했다. 탄약이 다 떨어진 유닛은 빈깡통으로 전락해버리는 안습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신선한 시도였다. 당시 획기적인 그래픽을 지녔던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시나리오의 경우 선택받은 주인공이 인류를 외계종족 침략으로부터 구해낸다는 큰 틀을 가지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절망에 빠진 인류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미래의 인류 ‘엘카’의 등장은 어렸던 필자를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정의감과 희망에 물들게 했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 '혜성'을 구해주는 엘카 여왕 / 오프닝 동영상 발췌

나름 공식 리그도 열리고 잘나가는 듯 했으나 결과는 뭐...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지만 당시 재미있게 플레이했으니 아마게돈은 추억 속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참고로 현재 윈도우10에서 구동했을 시 게임 플레이가 힘들 정도로 불안정하다. 플레이는 추억 속에서 하도록 하자.

 

■ 역사적 사실을 훌륭하게 게임으로 풀어낸 ‘임진록’ 시리즈

 

게임계의 아버지와 아들 / 임진록2, 거상 포스터

과거 국민게임이었던 ‘거상’의 아버지쯤 되는 국산 RTS게임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게임성을 잘 살린 작품이다. 당시 게임들이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에 영향을 많이 받아 아류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달았지만 임진록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게임의 배경이 역사적인 사실인 것을 제외해도 임진록만의 신선한 시스템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임진록2 조선의반격 플레이 모습

먼저 잘 짜인 장수 시스템이다. 임진록에서 장수는 주변 유닛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역할과 동시에 고유 기술로 전장을 유리하게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유닛이다. 하지만 혼자서 일반 유닛들을 전부 상대할 만큼 강하지 않게 밸런싱 돼있다. 또 뽑을 수 있는 장수는 5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어떤 장수를 먼저 뽑아서 이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아울러 장수가 어떤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냐에 따라 사용 가능 마법이 추가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임진록 내 조선의 대표 장수 권유과 이순신 / 임진록 일러스트 중 일부 캡처

날씨 시스템도 임진록이 가지고 있는 특색있는 시스템이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공중 유닛의 이동속도가 달라지고, 불이 번지는 방향이 결정됐다. 또 비가 내리면 불이 금방 꺼지는 등 마법까지 날씨의 영향을 미쳤다.

독자적인 게임석을 구축한 임진록이었지만 전반적인 게임 속도가 느리고 ‘유즈맵’과 같은 맵을 플레이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 스타크래프트2 아닙니다. ‘아트록스’입니다.

아트록스 메인 모습

스타크래프트 성공 이후 영향을 많이 받은 RTS게임 중 하나다.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낙인이 항상 따라다니던 게임이지만, 나름 문화관광부 공식 지정 게임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또 해외에서 인기를 많이 끌던 게임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스타크레프트 낙인 / 스타크래프트 로고

아트록스는 딱히 독자적인 시스템을 차용하지는 않았다. 국내 성공작 스타크래프트의 시스템을 많이 가져왔다. 인간, 괴물, 외계인 3종족 시스템, 2자원 시스템 등 많이 차용하긴 했다(...) 시나리오는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 전체적인 스토리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유전자 조작으로 원래 하나였던 인간이 선과 악의 종족으로 재편성되고, 미래에 그들이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스타xxxx' 게임이 생각난다. / 아트록스 플레이 모습

그래도 나름 그들만의 시스템을 몇 가지 추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자원을 자유롭게 교환해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키보드 배열대로 유닛의 단축키가 지정되어 있거나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놀라운 건 스타크래프트2에서나 구현된 건물을 복수로 지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트록스에는 구현됐다!

나름 국내 대표 RTS로 키우려했던 것 같은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었던지라 개발사에서 개발을 포기해버렸다. 지속적으로 패치가 되었더라면 잡다한 버그나 유닛의 AI문제, 밸런스 패치가 되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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