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세계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닌 무수히 많은 발명품이 존재한다. 모든 발명품이 당대 불편함을 메꾸기 위해 발명되지만, 후대에 가서는 당연하다고 여기진다. 그리고 발명품들의 혁신성과 뿌리는 사람들에게서 잊힌다.

많은 발명품이 이런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했지만 정작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발명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 세계 최초 개발 완료 복합소총 ‘K11’
‘K11’은 차세대 복합소총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사실 개발의 원조는 미국의 OICW다. 주야간에 상관없이 적을 조준하기 쉽고, 일반 소총탄뿐만 아니라 공중폭발탄도 함께 사용 가능한 차세대 소총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성능과 개발, 실효성에서 충족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미국의 OICW 프로젝트는 개발 중지됐다.

미국의 차세대 복합소총의 개념을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서 개발한 총이 ‘K11’복합소총이다. 기존의 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20mm 공중폭발 유탄을 사용해 엄폐한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주야간에도 적을 식별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K11 복합소총 유탄 발사 모습 / 연합뉴스=공감신문

세계 최초로 개발을 완료한 ‘K11’복합소총은 기존 K201유탄 발사기를 대체하는 분대화력 지원 화기로 실전배치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존 소총에 비해 2배가량 무겁고, 한 정당 1600만원에 달하며, 테스트 도중 많은 문제가 발견됐다. 현재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중이다. 문제점이 완벽히 해결된다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소총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K11 복합소총의 모습 / 연합뉴스=공감신문

■ 세계 최초의 방탄복 ‘면제배갑’
면제배갑은 조선말 개발되어 실제로 사용된 기록과 실물이 남아 있는 조선판 방탄복이다. 물론 이전부터 총기의 발달과 함께 방탄복 개념을 가진 물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면제배갑처럼 사용 기록과 실물이 남아있지 않다.

면제배갑 복원모습과 실제 모습 /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459호

1866년 병인양요 이후 서양의 총기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전해진다. 원리는 실로 단순하지만, 현대의 방탄복 개념과 비슷하다. 여러 장의 질긴 면을 13겹 겹친 게 전부다. 하지만 이는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단단한 소재로 만든 것에 비해 무게도 훨씬 가볍다.

병인양요 후 서양의 총기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 된 '면제배갑' / 나비처럼 불꽃처럼 스틸컷, 김용균 감독

하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일단 여러 겹의 천을 13장씩이나 겹쳤기 때문에 더위에 취약했다. 겨울이야 따뜻하고 좋지만, 여름에 티셔츠 13장을 걸쳤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불에 취약했다. 또 물에 젖기라도 하면 쓰기가 힘들었다. 빨래 후 옷가지들이 무거워지는 걸 생각해보자.

배제면갑은 13겹의 천을 겹첬기 때문에 더위와 물에 약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방탄복이지만, 실제로 신미양요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기록과 실물이 남아있는 최초의 방탄복임은 분명하다. 서양보다 100년도 더 앞서 쓰였다는 데 의의를 두자.
 

■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커피믹스’
요즘에는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믹스 커피를 마시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그 전까지는 인스턴트커피의 전성기였다. 특히 씁쓸한 블랙커피보다는 달달한 믹스 커피가 대세였다. 예전에 잘 나갔던 이 ‘커피믹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발명됐다.

일반적인 인스턴트 커피 가루의 모습

물론 그 전부터 인스턴트커피는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기호식품이었다. 당시 제품들은 커피 가루만 포함됐다. 나머지는 자기 입맛에 맞게 설탕을 추가하거나 기타 첨가물을 넣는식이었다. 하지만 1976년 동○식품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1회용 포장지 안에 커피가루, 설탕, 프림을 한꺼번에 넣어 간편하게 먹는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커피가루, 설탕, 프림이 다 들어있어 편리한 일회용 커피믹스

우리에게는 흔한 인스턴트커피 중 하나지만 해외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개인 매체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다.

■ 이제는 너무 당연한 ‘우유팩(Gable top)’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사용하는 지붕 모양의 우유팩. 우리가 우유하면 떠오르는 용기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의 지붕 모양의 삼각형 우유팩을 만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한국인 신석균’이다.

기존의 우유들은 유리병이나 정사각형 팩에 담겨서 판매됐다.

이 전에도 사각형 모양의 우유팩이 존재했으나 우유는 주로 유리병에 담겨서 판매됐다. 하지만 사각형 모양의 우유팩은 가위로 뜯어야 하고, 유리병은 깨지기도 쉽고 열기도 불편했다. 그래서 현재 모양의 간편한 우유팩이 개발됐다.

신석균이 개발한 지붕 모양의 '우유팩'(Gable top)

신석균이 이 팩을 개발할 당시에는 1953년 한국전쟁 중이었다. 전쟁 후 이 팩을 팔려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처음 보는 종이에 우유를 담아 팔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스웨덴의 ‘테트라팩’ 헐값에 팔아버렸다. 결국 현재는 삼각형 모양의 우유팩(Gable top)을 사용하는 유제품 회사들은 모두 스웨덴의 ‘테트라팩’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지붕 모양 우유팩을 개발한 신석균씨의 모습 / 네이버 인물정보

■ 아이팟이 최초인 줄 알았는데...‘MP3’플레이어
요즘은 스마트폰에 MP3 재생기능이 내장돼 있지만 불과 10년 전에는 음악은 ‘MP3 플레이어’로 들어야 깔끔하게 재생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개발로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MP3플레이어의 종주국이 원래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아는가.

스마트폰 시대 이전 쓰이던 기본적인 형상의 MP3플레이어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MP3플레이어가 애플의 ‘아이팟’이라고 착각한다. 사실 아이팟도 기존의 제품에 영감을 받아 개발된 제품이다. 최초의 MP3플레이어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캐스트사의 F-20’이다. 여기서 “최초의 MP3플레이어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건 알겠는데, ‘새한그룹의 엠피맨’아니야?”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캐스트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 플레이어 'F-20'

대답은 아니다. 제품 개발은 ‘디지털캐스트’에서 했고, 자금조달 및 판매를 ‘새한’에서 했고 정확한 모델명은 ‘F-20’이다.

F-20이 판매될 쯤 한국에는 IMF사태가 일어났고, 판매량은 저조해서 결국 디지털캐스트는 폐업한다. 이후 모든 특허권은 미국의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사에 헐값에 팔리게 된다. 이 회사는 특허권을 사드린 후 ‘Rio’라는 MP3플레이어를 판매해 세계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한다. 이에 영감 받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개발하게 되고 세계적으로 ‘MP3플레이어=아이팟’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사의 '리오'와 애플의 '아이팟'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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