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게임은 도전이다.

우리는 Game Over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Congratulation! 이나 Victory!라는 메시지를 보기 위해 게임을 한다. 또는 기나긴 여정 끝에 개발자가 준비해둔 감동적인 엔딩 영상을 보기 위해서일 수 있겠다.

게임을 지거나 포기하기 위해 하는 게이머는 없다. 우리는 모두 이기거나, 엔딩까지 클리어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게임이 끝나고 난 뒤 ‘즐거웠다’라 말할 수 있으려면, 그 과정에 적당한 수준의 시련이 존재해야 한다. 그 시련은 게임의 ‘난이도’를 의미한다.

새 게임을 시작하기 전, 난이도 결정은 캐릭터 생성만큼이나 중요하다.

헌데, 그 난이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는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다. 극악의 난이도는 결국 플레이어들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다. 또한 ‘누구나’ 즐기기 쉽다며 낮은 난이도를 어필해도, 결국은 심심하고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게임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시련이 없다면 게임도 재미가 없는 법! [디아블로3 게임 장면]

주인공(플레이어)이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도전이어야 한다. 때로는 플레이어를 몰아붙여야 하고, 그런 와중에도 “아, 이렇게 하면 깰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 본문의 제일 첫 번째 문장은 이러한 의미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다지 참신한 소재는 아니더라도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난이도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게임들도 있다.

 

■ 모험의 시작은 쉽기 마련이다

시작부터 다짜고짜 플레이어가 공격받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포켓몬스터 게임 장면]

대부분 게임은 초반부의 난이도가 가장 쉽고,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도록 디자인됐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이는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듯 하다.

어떤 게임이든 처음에는 조작법이나 시스템 등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컷 더 로프 게임 장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 초반에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게임)에 첫 발을 내디딘 신생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을 조작해 기본적인 조작법이나 게임 시스템들을 알아봐야 한다. 말하자면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 레벨업! 상승곡선을 그리는 난이도

레벨업!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와우 게임 장면]

게임이 진행되면서부터는 주인공 캐릭터(플레이어)의 능력이 점차 성장해나간다는 것이 중요한 재미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캐릭터의 강함을 구분하는 척도는 대개 ‘레벨’로 나타난다.

대체로 게임 속 주인공들은 1레벨에서 시작해 전투나 퀘스트 등을 통해 경험치를 얻는다. 얻은 경험치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레벨이 오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기술, 능력치 강화, 또는 아이템의 레벨 제한을 달성한다.

레벨이 오르면 캐릭터의 능력치도 오르기 마련이다. [디아블로2 게임 장면]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면 처음에 노랑병아리 같았던 캐릭터도 어느새 듬직한 용사가 돼 있다. 사실 게임의 초반부는 예고편일 뿐, 이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주인공 캐릭터의 레벨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면 게임의 난이도도 차츰 어려워진다. 이때부터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는 것 만으로 어려운 포인트를 공략하기도 쉽지 않다. 그간 쌓아온 실력, 그리고 게임 진행을 통해 익혀온 방법들을 응용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 ‘끝판왕’이 제일 어렵다?

대다수의 게임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끝판왕’, 최종 보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이 게임의 마지막 콘텐츠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그간 겪으며 배운 온갖 요소들을 활용해야 한다.

어릴 적 상당한 고전 끝에 클리어했었던 록맨X의 최종 보스 시그마. [록맨X 게임 장면]

대체로 개발사들은 게임 속 끝판왕을 가장 공략하기 어렵게 설정해놓는다. 비록 끝판왕이 게임 내에 준비된 엔드 콘텐츠일지라도, 이들이 어려울수록 클리어 했을 때의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끝판왕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력을 다해 그들에게 부딪힌다.

물론 모든 보스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슈퍼마리오 게임 장면]

하지만 되레 게임 속 최종보스가 너무 쉽거나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게임 전개 과정이 엄청나게 재밌었더라도 혹평 받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용두사미라는 것이다.

 

■ 열 받지만 계속 하게 되는 게임들

기자는 종종 게임을 즐기지만, 아직도 ‘겜알못’에 속한다. 그런 겜알못 기자가 플레이해본 작품들 중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난이도로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게임을 소개한다.

 

-마계촌

손이 굼뜬 기자는 아직도 마계촌이 어려워 결국 빡종을 시전한다. 부들부들. [마계촌 게임 장면]

1985년 출시 당시부터 어려운 난이도로 악명이 높았던 게임이다. 이 게임이 어려운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요소는 ‘체력’과 ‘시간제한’이다. 주인공 캐릭터 ‘아서’는 단 한 번의 피격으로 입고 있던 철갑옷을 훌훌 벗어던진다. 빤스 바람이 된 아서가 또 한 번 피격당하면 죽는다! 이밖에 수많은 요소들로 인해 당시 오락실 게이머들을 좌절시켰었다. 한 때 온라인 게임으로도 출시됐었는데 음…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다크 소울 시리즈

처음엔 이 놈한테 몇번, 아니 몇십번 쯤 죽다보면 공격패턴이 눈에 보인다… [다크소울3 게임 장면]

YOU DIED라는 게임오버 화면으로 유명한 이 시리즈는 애초에 플레이어들이 수없이 죽어가면서 게임을 진행하게끔 설계된 악명 높은 난이도의 명작이다. 튜토리얼이나 난이도 조절 따위는 없는 불친절한 게임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게이머들에게 어필해 도전욕구를 제대로 자극한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주인공 일행에게 사냥당하는 몬스터의 기분을 역으로 느껴볼 수 있겠다.

 

-인생막장 대모험

저 가증스러운 발판… 속아 넘어가지 말자. [인생막장 대모험 게임 장면]

한 일본 네티즌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게임은 슈퍼마리오나 록맨 시리즈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을 기대하고 플레이했다간 순식간에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게임에 존재하는 각종 클리셰들을 비틀어 플레이어를 죽이려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닥의 가시를 점프해서 건너뛰려 하면 가시가 순식간에 솟구쳐 찔려 죽는던가, 미사일을 쏘면 어딘가에 맞고 반사돼 맞고 죽는다던가 하는 식이다. 어렵다기보다는 온갖 함정과 속임수로 점철돼 플레이어의 골탕을 먹이는 게임이라 보는 것이 맞을 듯.

 

-다키스트 던전

키보드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키스트 던전 게임 장면]

‘영웅’과 ‘던전’이라는 다소 뻔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스트레스’ 수치의 존재가 게임의 수월한 진행을 방해한다. 영웅이 함정, 전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서서히 정신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끔찍하고 컴컴한 던전을 탐험하는 용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 발상이 도입된 다키스트 던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전해준다. 특히 ‘운빨’이라 불리는 높은 확률 의존도는 영웅들 뿐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정신까지 붕괴시키는 데 한 몫 한다.

 

■ 도전의 끝에는 성취가 있다

오락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TIG카툰 장면]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혹자는 동료와 협동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게임 속 세상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다. 그런가하면 ‘그냥’이라며 다른 모든 대답을 일축하는 간단명료한 이들도 존재한다.

기나긴 게임의 끝은 성취다. [슈퍼마리오 게임 장면]

벌써 세 번째 언급이지만 게임은 도전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도전의 끝에는 성취, 즉 즐거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복잡하게 빙빙 돌려 말한다고? 어쨌거나 핵심은, 우리는 ‘재밌으니까’ 게임을 한다는 얘기다.

야이… 엄두가 안 난다. [벌레공주님 게임 장면]

해당 작품이나 RPG 장르 외에도 난이도 조절에 성공한 게임들은 많다. 특히 탄막슈팅 게임, 리듬액션 게임 등을 살펴보면 정말 ‘인간이 클리어 할 수 있을까?’ 싶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겜알못인 기자가 본 포스트에서 소개한 게임들 외에, 다른 어려운 게임들을 알고있다면 댓글로 추천해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딥빡’ 체험을 다른 게이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혼자만 당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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