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미리보기: 교육과정 우수사례 검토’ 토론회...조희연 교육감 "차분히 준비하며 의견 수렴"

[공감신문] ‘학교를 학교답게’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교육’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의견이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의 학점제와 거의 같은 제도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해 공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정책은 오히려 문제를 발생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를 진단하고, 일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우수 사례를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서울시교육청은 23일 공동으로 ‘고교학점제 미리보기: 교육과정 우수사례 검토’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 학교를 학교답게, 그 핵심은 '고교학점제'
유은혜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고교학점제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학교를 학교답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런 교육변화는 학교현장에서 오랫동안 바래왔던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까지 노력에 더해, 한 발짝 더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그 핵심정책에 고교학점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고, 한국의 우수한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등학교를 대학교처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고교학점제의 단계적 이행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며 “단계적으로 이행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선생님들의 준비도 필요하고, 학교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다. 현재 고등학교 필수 이수 과목도 조정하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선택교과목도 더욱 확대 운영돼야 한다. 단계적으로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를 위해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기 5년을 바라보며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도 경청하며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전근대적인 교육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의 확대를 강조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커지고 이에 따른 고교 교육과정의 유연성과 적합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도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차분히 준비하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모두가 원하는 교육 실현에 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학교현장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우수사례
이날 토론회에는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우수사례가 소개됐다.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에게 모든 과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는 서울도봉고등학교 선용규 선생님은 도봉고 사례를 설명하며 운영효과와 향후 보완점을 전했다.

선용규 선생님은 효과로 ▲입시과목 위주의 획일적 교육과정 운영으로 인한 학교 부적응 등 문제 완화 ▲학생에게 선택의 자유 및 기회 보장 가능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함으로써 만족도 및 결과에 따른 자기 책임 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선 선생님은 향후 보완돼야 할 사항으로 ▲소수 선택 과목 개설로 인한 교과목수 증가,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의 수업과 평가를 해야하는 부담 증가 ▲학생 선택에 따른 교육과정 관련 업무 및 정기고사 업무 부담 증가 ▲학생의 교과 선택에 따라 과목별 교사 정원 과부족 발생 등을 제시했다.

경기 성복고등학교 최동호 교감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 성복고등학교 최동호 교감은 ‘교육과정 클러스터’ 사례를 설명하며, ‘일반화를 위한 문제점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클러스터란 무학년제의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시스템이다. 지역 내 인근 학교들이 정규 교육과정 교과목 프로그램을 상호 공유, 활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흥미와 적성, 진로와 연계한 실질적인 교육과정 선택권을 보장한다.

최동호 교감에 따르면 교육과정 클러스터 운영에 참여했던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96%를 상회했다.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현재 경기도 지역 300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과정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다.

최 교감은 이 같은 반응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수강하기에 수업참여도가 높은 교실문화로 자리잡게 됐다”며 “이는 학교 부담을 덜어주고자 내·외부 강사비 지원과 현장 담당교원에 대한 역구학교 가삼점 인센티브 부여 등 경기도교육청 지원과 적극적 컨설팅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감은 이어 교육과정 클러스터의 일반화를 위한 방안으로 ▲내신성적 불리함이 없도록 정책변경 ▲제참여 강사 인프라 구축 및 질 관리 ▲연계 학교 간 원활한 학사일정 조율 ▲학생들의 관심고취 ▲예산지원 및 연구가산점 등 인센티브 유지필요 등을 제시했다.

세종시 교육청 제공

다음은 세종시교육청 김웅현 장학사의 캠퍼스형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현재 세종시교육청은 권역별 캠퍼스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권역별 캠퍼스 교육과정은 이름대로 대학의 캠퍼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지역의 훈민고등학교는 ‘인문 경제·경영, 외국어’, 정음고등학교는 ‘음악, 미술, 체육, 공연·상영’, 창제고등학교는 ‘자연과힉, 공학, 의·생명과학’을 집중한다. 각 학교 고등학생들은 대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것처럼 훈민, 정음, 창제 고를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다.

권역별 캠퍼스형 교육과정 학생들은 다양한 과정을 수강할 수 있고, 진로 선택에 대한 폭을 넓힐 수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권역별 캠퍼스형 교육 과정으로 지역내 모든 고교가 세종 미래 고교 교육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 소통과 공감 이룬 고교학점제 시행돼야
사례발표에 이어 김정빈 책임연구원의 발제가 진행됐다. 김정빈 책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소통과 공감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가장 주야요한 것은 학교 현정과의 소통과 공감일 것이다. 학교 현장의 공감이 없다면, 시행할 수도 없다. 정책효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함에 있어 학교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발표된 사례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긍정적인 부분이 큰 교육제도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학교와 교원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는 부분이 나타났다.

앞서 유 의원과 조 교육감이 밝힌 바와 같이 고교학점제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행 된다면 다양성이 충족되는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대학에 입학해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전과(전공을 바꾸는는 제도)와 복수전공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할 것이다.

현재보다 개선이 이뤄진 고교학점제가 도입 된다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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