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여러분이 좋아하는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다

[공감신문]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술을 한잔 마시다가, 아 정말 이런 얘기 오랜만에 듣는다, 했던 게 있었다.
“난 정말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못하겠어. 하루 종일 걔 생각밖에 안나. 아무것도 집중이 안 돼. 손에 안 잡혀.”
그래, 이 얼마나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따분하고 고전적인 심경고백이란 말인가? 하지만 서른이 넘은 그녀의 똘망 똘망한 두 눈은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들렸던지! 
“나 역시도 그래!”
언니처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그런 편이다. 우리는 건배를 하며 이러한 우리의 연약한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걱정을 하다가 그나마 조금 안도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직업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것도 단순 노동 말고. 어딘가 신경 써서 해야 되는 거 있잖아.”
“그렇지. 그래도 하루 종일 지배당하긴 하잖아, 날씨처럼.”
“응, 언니. 가끔 난 전 남자친구가 입에 달고 다니던 노래 가사를 막 쓰고 앉아있더라, 내 글에.”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못 말리겠다는 듯한 한숨.
“우리가 아무 일이나 돈만 벌려고 했더라면 사랑 때문에 아플 때, 자기 삶을 잃어버렸을 지도 몰라.”
“그런가?”
“언니나 나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일할 땐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고 하잖아. 날씨처럼 영향을 받는다면 말이지, 창밖에 태풍이 와서 무릎이 쑤실지언정 최대한 쾌활한 아침태양처럼 웃는 거지, 하하하! 그게 내 자아를 실현하는 일이라면 말이야.”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여자들이 유별난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유독 ‘사랑’에 관심이 많다. ‘남자’도 ‘남자’인데, 남자보다 그냥 ‘사랑’ 자체에 관심이 많다. 그녀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는 것도 내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다. 그녀들은 아직까지 사랑을 믿는다. 아무리 주변에서 ‘요즘은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여우야’ 이런 말들을 해대도, 여전히 어딘가에 순수한 사랑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딘가에 사랑이 있다면 거기에 나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심장이 있다. 계산적으로 굴지 않고 말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 여성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며  ‘나도 그래’라고 느끼고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사랑할 남자 이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다. 아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전이라면, 차라리 지금 당장 내 사랑을 내어줄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누군가는 선천적으로 여자들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고들 한다. 어느 실험에서 남녀에게 똑같이 컴퓨터로 해야 하는 업무를 주고 중간에 샌드위치를 지급했단다. 여자들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컴퓨터 작업을 했던 반면, 남자들은 우선 작업을 끝내놓고 샌드위치를 먹었단다. 이게 차이다. 하지만 그건 ‘샌드위치’다. 여자는 샌드위치를 먹긴 했지만 그게 그냥 ‘흡입’이지 ‘식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샌드위치에 뭐가 어떻게 얼마나 들어갔는지 기억해내보라면 할 수 있을까? 사실 인간의 뇌구조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차라리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다. 

남자나 여자나, 그들의 열망도 그러할 것이다. 심지어 여자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여 양육해오던 유전자를 가졌다. 남자들처럼 ‘정복’하면 시들해지는 그런 헌터기질은 비교적 덜 타고난 것이다. 그러니 그녀들이 정말 순수히 푹 사랑에 빠지게 되면, 거의 다른 것은 돌보지 못하고 한 사람에게로만 열망이 향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아름다운 비극일 지도 모른다. 정말 이러려고 내가 사랑에 빠졌나, 막 자괴감이 들 테지!

(Leighton-The Fisherman and the Syren-c. 1856-1858)

이런 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들키면 보통 두 가지의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안 그런척 도도하게 굴던 여자일 경우엔,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남자가 인생의 전부인 냥 비추어졌을 때,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어서 떠나고 싶어 할 것이다. 겨우 언제 변할지 모르는 남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돌보지 않는 여자에게, 어느 남자가 훗날 자신의 아이를 양육케하고 싶어 할까.

이러니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외모나 성격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20대에 가능했었다. 이후에는 다른 것도 보게 되는 데, 그건 바로 그동안 상대방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왔냐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책임감 없이 살아 온 사람과, 좋은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니 겨우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야 말로 그런 것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서 시험 기간에 놓인 고등학생 같은 기분이니까. 
그러니 절대로 놓치지 못할 것이며, 대충할 수 없는 일을 해야 된다는 거다. 아무리 사랑에 빠졌다고 한들, 영화 <타짜>에서처럼 손목을 내걸고 화투를 하면 거기에 온 집중을 하려고할 것이다. 당신의 손목을 내걸만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진다고해서 아무도 당신의 손목을 내려치진 않는다. 단지 스스로의 가슴을 내칠 뿐. 
직업? 그래, 사실 직업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자기 인생을 영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돌아가 있던 그의 시선에, 멋진 빛을 뿜어내는 당신의 삶이 들어올 테니!

“그래, 그러니 나도 사랑도 사랑이지만 일에도 더 큰 사랑을 주어야지!”
혼자서 그렇게 결심하는 어투로 말하고는 술잔에 얼음을 채우고 있었다.
“근데 해수야.”
“응?”
언니는 내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너는 작가잖아. 네 얘기를 쓰는 작가. 그럼 너는 사랑도 열심히 해야 글도 잘 쓰지.”
........ 아 맞네. 

여자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물론 우리들의 자아실현은 우리 본인들의 성취감과 인생의 더 큰 만족감을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부수적으로 ‘사랑’에 까지 도움이 된다면 이 어찌 축복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중에 제일이 ‘사랑’이랬는데 말이다. 

어젯밤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해서 횡설수설 뭐라고 쓴지 모르겠다. 정말 나 역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다. 잠도 이룰 수 없던 어느 밤에, 나는 마음은 거기 두고 몸만 이래저래 움직이다가 결국, 결심한 거다.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인간! 하나만 해!
그래서 난 그냥 종일 대놓고, 맘 놓고, 내려놓고 실컷 그의 생각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어젯밤 그의 생각을 무리해서 열심히했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늘어지는 오후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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