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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입 터는’ 남자들'폭풍수다'가 조금 부끄러운 남자들을 위한 주말 추천 공감포스트

[공감신문] 남자들이 입을 열고 있다.

요즘은 입 꾹 다물고 있다간 "얘기 좀 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게 된다...

과묵이 하나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게 어느덧 머나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말 안하면 “말 좀 해”라는 핀잔도 쉽사리 나온다.

남들이 얼마짜리 커피를 마시는지 신경쓰는 차~암 오지랖 넓은 이들도 많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 전문점을 찾는 여성들을 ‘된장녀’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상당수 남자들은 커피숍을 “쓸데없는 장소”쯤으로 치부했나보다.

모이면 맨날 PC방 아님 술도 점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취권 영화 장면]

그런데 이제는, 한때 “남자들끼리 모이면 술 아님 게임”이라던 남자들이 쉽사리 커피숍을 드나든다. 이들의 목적은 커피와 함께하는 수다다.

이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만 생긴 현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직장인, 중년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한 노신사분들도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해맑은 얼굴로 잡담을 나누는 걸 볼 수 있다.

오늘은 공감포스팅팀과 함께 수다를 떠는 즐거운 시간!

과거 '수다'라는 행위는 여자들 고유의 특성이며, 남자에게는 일종의 흠결로 여겨졌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자들만의 티타임이 자연스러워졌다. 남자들은 어쩌다 수다에 빠졌을까.

 

■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와는!

남자가 말 많은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선은 아직도 있긴 하다만.

부득불 ‘남자들의 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조차도 구닥다리 같은 시대다. 남자들이 옹알이처럼 입을 열기 시작한 것도 어느새 몇 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불과 십 몇 년 전만 해도, 말 많은 남자를 ‘촉새’라 놀리곤 했다. ‘남자가 진중한 맛이 있어야지’, 쉴 새 없이 나불댄단 얘기다.

조선시대로~ 고고! 고고!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렇다. 과거에는 남자가 입을 여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조선시대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점잖게 수염을 기른 선비의 으뜸 덕목 중 하나는 ‘과묵’이었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식으로 교육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남자들의 대화는 간단하고 명료했으며, 신변잡기적 사담을 자제해왔다.

침묵이 정말 금이라면, 이분은 대체… [금괴 줄까?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웅변은 은, 침묵은 금’이란 말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왔고, 공자의 ‘군자는 변설이 번지르르하기보다는 실천에 용감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말 보다 행동’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다시 현대로~ 고고! 고고!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조금 정신없겠지만, 다시 현대로 훌러덩 넘어가보자. 현대사회의 남자에게 과묵함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자기PR(홍보)의 시대’라는 말은 이제 입 밖으로 꺼내기도 민망할 만큼 당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다.

올해는 무려 2017년이다. 조선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자기가 지닌 강점,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스스로를 표현한다’는, 그 ‘과묵’과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 새로운 미덕이자 현대인의 필수 항목 중 하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입을 닫기보다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표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 TV속 남자들의 수다

최근 각 분야 별 ‘뇌섹남’ 다섯 명이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각자의 썰을 푸는 tvN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다.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딱히 쓸데는 없지만 알아두면 흥이 나는 신비한 ‘수다 여행’이라 소개하고 있다.

선생님들 진짜 별 얘길 다 하시더라. [tvN 알쓸신잡 방송 장면]

실제로 프로그램을 감상하면 제작진의 소개 코멘트가 얼마나 절묘한지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패널들은 알아둬도 딱히 써먹을 데는 없는 온갖 분야의 얘기들을 그저 수다 떨 듯 풀어내는데, 그것이 재밌다!

특히 다들 아이 아빠인지라 여행 중간중간 가족 얘길 하는 게 괜시리 찡하다. [JTBC 뭉쳐야 뜬다 방송 장면]

최근에는 이밖에 비슷한 듯 다른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JTBC에서는 네 명의 ‘아재’들의 철딱서니 없지만 재밌는 수다 여행기, ‘뭉쳐야 뜬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재들이 해외 관광명소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지만,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은 그들의 ‘폭풍수다’다.

지금은 비록 과거만큼 위상이 드높진 않지만 JTBC ‘비정상회담’도 세계 각국 남자들의 토크쇼라는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들과 비슷하다.

세계 각국 남자들의 글로벌 수다. [JTBC 비정상회담 방송 장면]

‘남자들의 수다’를 테마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남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속 그들의 수다에 격한 공감을 표하는가 하면, 여자 시청자들은 평소 알 듯 모를 듯 한 남자들의 시선,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이러한 포맷의 인기 비결로 꼽는다.

 

■ 수다는 건강에 좋다?

먼 옛날, 남자에게 수다가 금기시됐던 언젠가…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 장면]

롱 타임 어고, 인 어 갤럭시 파- 파- 어웨이… 이십, 한 삼십 년쯤 전의 언젠가, ‘수다’는 여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진 적이 있다. 특히, ‘동네 아줌마’라 불리는 중년 여성들에게 수다는 유흥거리였다.

예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요즘은 수다떠는 걸 한심하게 보는 게 창피한 태도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흔히 우리 아버지 세대, 어쩌면 그보다 조금 위일 세대의 남자들은 그런 아줌마들의 수다를 바라보며 혀를 쯧쯧 하고 찼다. 가볍다며, 얄팍하다며 수다 떠는 문화를 경시하는 분위기도 분명 있었으리라 본다.

특히, 아내가 저녁 밥상에서 남의 이야기를 전하면 “쓸데없는 소릴 하고 앉았어!”라며 불호령을 내리던 아버지들도 분명 있었으리라. 수다 떠는 것도 일종의 사교활동이며,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이란 걸 그때 우리 아버지들은 몰랐었나보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술이나 담배 말고 뭘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셨었을까?

만약 수다를 떠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네들이 아셨더라면, 퇴근 후 밤늦게 술에 취해 비틀대며 귀가하시거나, 담배를 많이 태워 가래 끓는 소릴 내시던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몇 년 전, 감정을 말로 직접 표출하는 것이 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인데, 결론은 수다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방법 중 하나란 것을 입증한 셈이다.

 

■ “남자는 자고로 입이 무거워야…”는 NO!

대화는 인간관계에 가장 기본이 되는 행동이다. 서로 마음만 맞는다면 아무리 떠들어도 결코 과한 게 아니다. 

요즘은 옛날 어느 시대처럼 남자들이 떠는 수다에 눈을 흘금거리지는 않는 분위기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직접 만나지 못해도 수다는 계속된다. 스마트폰 메신저에 친구들, 동기동창들이 삼삼오오 모여 쉴 새 없이 알람을 울려댄다.

물론 뒷담화나 과도한 잘난 체 등은 삼가야겠으나, 적당한 스트레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도 해소해주고 대인관계까지 돈독해지게 만든다. 아직도 ‘수다’를 일종의 ‘흠결’로 여기는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말을 해요. 말을 해야 알죠. 안그러면 몰라요.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2017년이다. 조금 있으면 자동차가 떠다니고 있을 시대라는 말이다. 심지어 어느 괴짜 억만장자는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혔는데, 그 계획이 실로 그럴싸하단 말이 나온다.

그만큼 많은 시대가 흘렀는데, 언제까지 ‘남자’니, ‘여자’니 운운하며 “남자란 자고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면서 입 꾹 다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말 없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숨막히게 답답하다!

입 속에만 동동 떠다니는 단어들을 확 붙잡고, 입을 열어 뱉어내자. 좋은 일은 함께 나누자. 왜, 나눌수록 즐겁다고들 하지 않나.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나쁜 일도 함께 나누자. 그리고 수다 좀 떨어도 괜찮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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