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을 오싹하게 이겨내 보자, 주말 추천 공감포스트

[공감신문] 사람은 공포심을 느끼면 체내 온도가 올라가지만 체외온도는 낮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싸늘하고 소름이 돋는 느낌을 종종 ‘서늘하다’고 표현한다.

여름에는 ‘공포’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콘텐츠들이 유독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이런 원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이 더우니까, 심리적으로라도 서늘한 무언가를 찾게 되는 거다.

야, 그 인형 꼭 들고 다녀야겠냐… [애나벨: 인형의 주인 영화 스틸 이미지]

요즘은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좀 덜한 것도 같지만, 유난히 매미 우는 계절만 되면 극장에 공포영화가 많이 걸리고, TV에는 ‘납량특집’이란 이름표를 단 프로그램들이 나온다.

누가 사악한 수도악마를 숭배하는지 볼까? [그린랜턴:반지의 선택 영화 장면]

그래서 우리 공감포스팅 팀도 납량특집을 준비해 봤다. 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자도 엄청난 ‘쫄보’라서,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무서운 내용을 소개하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럼, 쫄보 기자와 함께 촛불이 명멸하는 촛대를 꽉 쥐고, 세계 각 지역의 민담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귀신과 괴물들을 만나러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촛불은 꺼지지 않게 조심해 주시고.

 

■ 중동지역 – 좀비와는 다르다! 구울

구울은 이슬람권의 괴물로, 무덤 등에서 죽은 사람의 시체를 파먹는다는 끔찍한 뒷얘기를 가진 존재들이다.

시체를 파먹는 괴물로 알려져있는 '구울'. [lovecraftianscience 캡쳐]

우리가 부르는 ‘구울’은 남성형 괴물을 지칭하며, 여성형 괴물은 ‘구울라’라 부른다고 한다. 민간전승에서 구울은 그저 단순한 괴물이 아닌, 아주 강력한 존재로 여겨졌다. 이슬람 문화권의 민담 속에서 구울은 하늘을 날거나 짐승으로 둔갑할 수도 있었다.

왜인진 몰라도 이런 모양의 칼로 배를 갈라야만 한단다.

이 강력한 괴물을 죽이기 위해는 언월도로 배를 갈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울을 퇴치하기 위해 배를 가르면, 구울은 ‘한 번 더 갈라달라’고 한다. 이 말을 따를 경우 구울이 부활한다고 하니, 아무리 애원해도 부탁을 들어주지 말자.

게임 속에서는 좀비형 몬스터 중 하나로 취급받는 듯 하다. [Rollplay Wiki 캡쳐]

요즘에는 어째 좀비의 파생형 괴물, 또는 그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문화계에서, 특히 게임 개발사들이 구울을 그런 식으로 ‘몬스터화’해 묘사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 이집트 – 망자의 부활을 위한 장례풍습, 미이라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모험물, 공포물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유명한 괴물이지만, 본래는 고대 이집트의 장례 문화가 기묘한 방식으로 왜곡돼 만들어진 존재다.

붕대가 없으면 어째 맛이 안 사는 것 같다. [미이라 영화 장면]

한편, 미이라의 의미가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남은 시체’를 뜻하기 때문에 이집트가 미이라의 원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보존이 잘 된 시신들이 발견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이라’라고 하면 이집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만큼, 이집트의 미이라에 한정해 소개해보겠다.

고대 이집트는 사람이 죽으면 언젠가 부활하리라 믿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언젠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부활의 때를 대비해 시신을 보존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우선, 옛 이집트인들은 망자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시신의 코를 통해 뇌를 꺼내고, 내장을 적출해 각각 따로 단지에 담아 보관했다.

부패되다 말고 매말라버린 모습이 이야깃꾼들의 기묘한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해부에 가까운 방식으로 인체를 낱낱이 까발리는(?) 과정 덕인지 고대 이집트에서는 외과 의학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풍습이 서구에는 왜곡돼 알려지면서 ‘피라미드 속에 잠들어 있다가 침입자를 공격하는 괴물’이 돼 버렸다.

 

■ 동유럽 – 밤의 제왕, 뱀파이어

이제는 뻔해도 너무 뻔해져버린 존재, 흡혈귀다. 영문으로는 ‘뱀파이어’라고 하는데, 그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백작'이란 직위를 갖고 있는 드라큘라님.

과거 중세시대에는 동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미신 등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온갖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상상도 많이들 했나본데, 흡혈귀는 늑대인간과 동시에 이 지역(?) 출신 괴물들 중 가장 유명하다.

손가락 베였을 때 빨아보니 별 맛도 안 나던데… 피 맛이 뭐가 그리 좋을까?

흡혈귀는 말 그대로 흡혈(吸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다. 이 존재들은 어둠 속에서만 행동하며, 사람의 피를 마시기 위해 살인을 하고,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괴물이다. 때문에 거울에 비치지 않거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을 싫어한단다. 마치 기자처럼(ㅠㅠ).

그래봤자 마늘+십자가(교회들) 콤보로 한국에선 살기 힘들게다.

이 괴물들도 헐리우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과거의 민담 속에서는 주로 농부 등 하층민으로 묘사됐으나, 최근에는 고상한 귀족쯤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으며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 작품에서는 엄청난 재력과 용모를 지닌 ‘엄친아’로 표현돼 뭇 여성들을 설레게 했다.

 

■ 영국 – 민담이나 구전이 아닌 창작, 오크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작가 JRR톨킨은 오랜 이민족들의 침입과 기록 미비로 영국의 신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오랜 기간(10년간 초고작성, 교정에 5년)에 걸쳐 ‘중간계’라는 세계와 세계의 창조설화, 국가와 종족 등을 만들어냈다.

반지의 제왕 세계관 속 오크들.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 장면]

그의 작품은 후대의 서구식 판타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그가 창조해낸 종족 중 ‘오크’는 다른 나라 신화 등에서 차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조해냈다고 평가된다. 다만, 과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훈족’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면서, 인종차별의 요소가 없지 않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어느 창작물에서건 호전적이란 설정은 붙는 것 같다. [워해머 위키]

오크는 작품 속에서 멍청하고 사악하나 체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난 괴물로 묘사된다. 이 괴물은 훗날 판타지 문학이나 콘텐츠 등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소재(주로 악역)로 등장, 최근에는 게임개발사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사가’에서는 ‘힘’과 ‘명예’를 중시하는 종족으로 완전히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이 동네 오크들은 우리가 알던 그런 괴물들관 조금 다르다. [와우 게임 장면]

과거 오크가 ‘단순무식, 포악함, 야만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현대에 와서 재해석되며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인상 깊다. 이처럼 과거 단순한 괴물의 이미지가 현대에 이르러 입체적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소개한 뱀파이어도… 누군가에게는 환상 속에나 나올 법한 남자친구가 되니 말이다.

 

 

■ 일본 – 온갖 요괴들의 왕국

이게 요괴야 포켓몬이야...

몇 년 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요괴워치’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유행한 적 있었다. 요괴워치는 제목 그대로 온갖 요괴들이 마치 ‘포켓몬’처럼 등장하는 만화로,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일본 민담 속에 실존했던 요괴들이 모티프다.

당시 상당히 혁신적인 등장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 귀신도 대유행했었다. [링 영화 장면]

뭐든 ‘캐릭터 화’해버리길 좋아하는 일본은 예로부터 귀신이나 요괴, 온갖 괴담들이 차고 넘쳐나기로 유명했던 걸로 보인다. 특히 한때는 공포만화 ‘이토준지 시리즈’나 영화 ‘링 시리즈’ 등으로 이른바 ‘J-호러’를 세계에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냥 재앙도 아니고, 재앙 '신'이란다. [모노노케 히메 영화 장면]

일본 민담 등에 등장하는 요괴는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괴물이나 귀신, 괴수 등과 조금 개념이 다르단다. 그네들은 요괴를, 뭐랄까… 약간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겼다고 알려져 있다. 매우 강인한 요괴를 신격화하거나 숭배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하며, 지금까지도 그런 흔적을 일본 토착 종교 신토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런 도깨비도 좋지만, 우리 옛 도깨비 소재도 한 번 보고 싶다. 일본의 '오니' 말고! [tvN 도깨비 드라마 장면]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않게 요괴들이 많았지만, 시대의 풍파를 겪으면서 그 기록들이나 민담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만약 예전부터 이런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스터나 요괴워치 같은 ‘글로벌 히트 캐릭터IP’가 탄생했을지 모를 일이다.

 

■ 괴물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인간은 공포를 느끼게 마련이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과거에는 아마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머나먼 고대에는 현대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 비하면 현대의 밤은 그리 어둡지도 않다.

그런가하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밤, 캄캄함, 어둠 등에 대해서도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쉽게 예상해볼 수 있겠다. 전래민담 속 우리가 아는 괴물이나 귀신들이 보통 밤에 출현한다는 것을 보면 쉽사리 짐작이 간다. 흔히 괴물이나 귀신 따위를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의 존재’라 표현하지 않나? 어둠, 공포. 어째 키워드들이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한 존재들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온갖 종류의 괴물과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아마 그들이 실존한다고 믿는 순둥이 구독자들은 그리 많진 않을 터다. 본 적도 없는데 그걸 어찌 믿겠나?

힘 좋고 털도 많고 옷도 막 거칠게 찢는 짐승남이 좋다고?

그래도 우리는 그런 가상의 존재들을 영화, 게임 등에서 접하며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공포를 느낀다. 실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서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가끔 너무 더울 때는 한 번쯤 그런 존재들을 상상해보자. ‘소오름’이 돋으면서 한결 시원해질지 모른다.

등 뒤 조심!

이밖에 세계 곳곳의 다른 괴물들에 대해서도 댓글을 통해 소개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비록 기자가 엄청난 ‘쫄보’긴 하지만, 댓글을 통한 소통과 피드백은 아무리 무서운 얘기가 댓글로 달려도 확인해야만 하니까, 업무니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겠다. 그럼 오늘도 서늘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엇, 그런데, 여러분 등 뒤에서 포스트를 같이 읽고 있는 저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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