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개인적 기부금, 직무 관련성 없다” …누가, 왜 줬는지는 不答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개인 계좌에 입금된 26억 링깃(한화 7,281억원)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가가 준 ‘개인적인 기부금(personal donation)’이라고 말레이시아의 검찰이 밝혔다. 이 액수는 전두환, 노태우등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과거에 축적한 비자금 규모의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아판디 알리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26일 나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사우디 왕가의 '선물'로 밝혀졌으며, 따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아판디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나집 총리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며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현직 총리는 무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나집 총리에게 돈을 준 사우디 왕가의 기부자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또 사우디 왕가가 그 많은 돈을 나집 총리에게 기부금조로 준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 발표는 수사의 종결이라기보다 새로운 의혹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또 나집 총리가 수령한 금액 26억 링깃(6억8,100만 달러) 가운데 6억2,000만 달러는 사용하지 않고 사우디 왕가에 되돌려 줬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집 총리의 계좌로 들어간 돈은 조세회피지역인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의 계좌에서 흘러들어갔으며, 그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월스리트저널은 2014년말에서 2015년초에 별도로 1,400억 달러의 돈이 나집 총리의 계좌로 입금됐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 말레이시아 검찰은 나집 총리가 1,400억 달러의 수령 사실을 인지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말레이시아의 반부패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 돈이 기부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됐다.

나집 총리를 부패한 지도자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 야권, 일부 시민단체는 '개인적인 돈 거래'로 결론 낸 이번 정부 발표를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집 총리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미국,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사법당국은 1MDB의 돈세탁과 자국 금융기관의 연루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뉴욕과 LA 소재 호화부동산을 나집 총리가 소유하고 있는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1MDB는 말레이시아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됐으며, 2013년 총선때 나집 총리의 자금 모집 역할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검찰 당국의 조사 발표에 대해 나집 총리측은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의 스위스 은행 계좌 등을 통해 나집 총리 계좌에 26억 링깃이 입금된 사실이 지난해 7월 드러났다. 이후 나집 총리는 정치 비자금 스캔들에 휩싸여, 정치적 반대파에 의해 총리 사퇴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집권당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 총재인 나집 총재는 사퇴요구와 관련, "물러서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자금은 기부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나는 옳은 길을 가고 있고 진실은 이길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여권의 막후실세로 불리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 야권, 일부 시민단체가 나집 총리를 '부패한 지도자'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시민단체들은 가두시위를 벌였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는 지난 8월 나집 총리 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기부금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기부자와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우디 왕가라고 밝혔을뿐 구체적인 기부자 이름과 기부의 배경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나집 총리의 비자금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현지 통화인 링깃화 가치는 지난해 20% 이상 추락하고, 주가지수(KLCI)는 급락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경제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며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과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새해들이 지난 21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4.0%에서 3.5%로 50bp 인하했다. 다만 통화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는 현행 3.25%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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