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8월에 보내는 마지막 주말 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어느덧 8월의 막바지다. 8월의 주말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된다. 돌아오는 다음 주가 아직 남았지만, 다음 주 주말인 토, 일요일은 양력 9월이니까. 8월도 이제 다 끝나간다. 그리고 8월이 끝나면 어쩐지 여름도 끝나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알고 있다. 여름처럼 후덥지근한 날씨는 9월이 되고도 앞으로 한참이나 더 남았단 걸. 8월 31일 밤 11시 59분에서 딱 1분 뒤라고 해서 우리가 “가을이다!”라고 말할 순 없다는 사실을. 짐작컨대 앞으로 9월 중순까지는 여름철과 같은 날씨가 지속되지 않을까? 쉽사리 예상이 된다.

물론 9월까진 더울 터이니 여름과의 완전한 작별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9월이 더워도, 옛날 어느 노래 가사처럼 “와우! 여름이다~!”라 말하긴 힘들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2017년의 여름의 햇살도 이제는 저물어간다는 거. 여름이 끝났다는 거.

계절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보통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여름, 겨울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특히 여름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극혐’ 하는 계절로 꼽힌다. 땀나는 것도 싫고, 습한 것도 싫으니까.

여름이 지나가면 그리워질 소소한 것들,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는지?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이번 여름을 즐겁게 보냈던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9월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세상 일 모든 게 다 그렇듯, 여름에도 지나가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누군가가 시간이 흐른 후 이따금씩 생각나듯이.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바로 그런,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그리워질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같은 것들 보다는, 소소하지만 그리워질법한 것들을 꼽아봤다. 여러분에게 아직 며칠쯤 남은 여름의 끝을 붙잡고, 그것들에게 작별을 건네어보자. 이제 그 그리워질 것들을 다시 만나려면 1년이란 시간이 지나야 할 터이니.

 

■ 살갗에 와 닿는 선풍기 바람

날씨가 부쩍 더워지면 창고에서 먼지이불을 덮고 있던 선풍기를 꺼내게 된다. 근 1년 만에 창고에서 꺼낸 선풍기 날개에는 지저분한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다. 선풍기를 분리해 날개를 꺼내고,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물을 뿌려가며 그 먼지를 닦아낸다. 그 과정이 귀찮긴 하지만, 깨끗해져가는 선풍기 날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은근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여름쯤 창고에서 선풍기를 꺼낸다. 선풍기는 그때부터 몇 달간 우리의 여름을 식혀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다.

그렇게 씻고, 물기까지 닦으면 드디어 선풍기 전원을 켤 시간이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나온다. 그렇게 여름철마다 우리는 선풍기와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 우리에게는 에어컨도 있겠지만,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선풍기만 한 게 없다. 서늘한 그 바람이 살갗에 닿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 언젠가 여유로웠던 어느 날 창밖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을 맞았던 것처럼.

미풍, 약풍, 강풍 중 기자는 거의 미풍 버튼만을 누른다. 약풍부터는 선풍기 날개가 회전하면서 나는 소음도 조금씩 커지고, 강풍은 시끄러울 뿐 아니라 바람이 제법 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풍이다. 미풍은 약하디 약해서 별로 거슬리지도 않으니까.

선풍기에 대고 "아와와와와".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그러고 나서 샤워를 하고 시원한 음료(물이나 커피 같은 것)를 들고 선풍기 앞에 앉으면 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덜 마른 머리나 몸에 남아있던 물기가 선풍기 바람을 만나 시원함을 준다.

9월이 와도 선풍기는 당분간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하디 약한 미풍도 서서히 춥다고 느껴지게 되겠지. 그러다 선풍기는 다시 창고로 돌아가 다시 1년간 자리를 지킬 게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짧은 여름 내 우릴 위해 열심히 돌아가던 선풍기가.

 

■ 유난히 긴 여름의 해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낮의 길이가 길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계실 터. 요즘 세상에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고 해서 무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해가 떠 있어야 활동적인 기분이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해가 길고 구름이 많은 날에는 이런 멋진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오후 여덟시께 해가 진다. 그 전까지 해가 떠 있기에, 유독 여름철의 풍경이 활기차 보이는 것도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가 떨어지면 왠지 어서 집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지만 해가 늦게까지 떠 있으면 그런 심리도 조금 덜하지 않나? 어라, 나만 그런가?

폭염 속에서도 여름을 즐기는 이들은 많다. 바다나 강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겨울철의 추위를 피해 실내에만 머물렀던 사람들은 웅크렸던 몸을 쭉 펴고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야외 활동을 하기엔 낮의 길이가 긴 편이 아무래도 더 낫지 않나 싶다. 일단은 밤보다야 밝으니까.

퇴근길에 아직 해가 떠 있어 밝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여름만의 매력 중 하나가 다른 계절에 비해 늦은 일몰 시간이라 꼽고 싶다. 보통 다른 계절은 오후 대여섯시가 되면 해가 뉘엿해진다. 직장인 상당수가 여섯시, 혹은 그 이후는 돼서야 퇴근한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는 늘 해질녘이나 해가 지고 나서야 회사를 나서는 셈이다.

하늘이 컴컴해졌을 때 퇴근하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지만, 아직 밝을 때 퇴근하는 기분은 몹시! 상쾌하다. 그렇기에 여름철에 우리는, 일곱시나 여덟시쯤 해가 지는 걸 퇴근하는 길에 종종 볼 수 있다(물론 그때 퇴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몰의 장관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걸 그나마 자주 볼 수 있는 계절은 여름이다.

 

■ 쓰름쓰름, 매미 울음소리

장마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방팔방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대낮에 사무실에서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꽤나 거슬린다. 만약 사무실 인근에 가로수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경우라면 매미 울음소리는 더욱 시끄러워진다. 사무실 층수가 높다면 이는 좀 덜 할지 모르지만.

매미는 울음소리가 우렁차고 크기도 커서 조금 무서울 때도 있다.

그런 매미 울음소리도 괜스레 좋게 들리는 순간들이 있다. 보통 ‘놀 때’가 바로 그 순간들 대부분이다. 뭐, 놀 땐 뭔들 싫겠냐만, 여름밤 밖으로 놀러나가서 듣는 매미 소리는 ‘아, 내가 여름밤에 참 뜨겁게 놀고 있구나’하고 실감하게 만든다.

바쁜 업무가 끝난 뒤, 퇴근 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번화가로 나갔다가 그 듣기 싫던 매미 소리에 공연히 가슴 설레본 적도 있었다. 마치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매미 울음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왔었던 경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가로수 많은 큰길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면, 여름마다 매미 울음소리가 다소 거슬릴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뜨거운 대낮에, 쾌적한 실내에서 듣는 매미 소리도 꽤나 좋다. 휴가를 맞아 남들 다 일하고 있을 때에 여유만만하게 카페 창가에 앉아 그 소리를 들어봤다면 공감하실지도 모른다.

여름을 상징하는 소리가 있다면, 아마 매미 울음소리가 아닐까? 8월이 다 지난 지금, 들려오던 매미 소리도 이제는 사라져가고 야밤의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곤충의 울음소리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 창가에 흩뿌리는 빗방울

여름이 ‘불호’인 사람들 중, 여름이 싫은 이유로 ‘장마’를 꼽는 분들도 많겠다. 여름철에는 정말 비가 지겨울 만큼 온다. 그냥 내리 오는 것도 모자라 찔끔 찔끔, 내리다 말다를 반복할 때도 많다.

비오는 날 창가에 흐르는 빗물을 보면 기분이 말랑해진다…

기자는 비를 그리 좋아하는 축이 아니지만,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들도 장마철마냥 ‘허구 헌 날’ 비만 내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자가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 까닭은, 바로 옷이 비에 젖는 게 찝찝하기 때문이다. 또 기분도 괜히 울적해지고, 우산은 거추장스럽다.

그렇지만 내리는 비가 왠지 좋은 순간들도 있다.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주로 집)에서 창문을 때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은 좋아하지 않을까? 비에 젖어가는 시멘트 바닥처럼 마음도 감성도 촉촉이 젖어오니까. 그러면 빗물에 가라앉는 먼지처럼 우리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으니까.

퐁당퐁당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여름철 더위도 잠시동안 가시게 된다.

창문에 맺힌 빗물의 모습 뿐 아니라 내리는 빗소리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해지게 만든다. 밖에서 비가 퍼부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같다. 그런 심리는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지, 빗소리만 내내 틀어주는 외국 홈페이지도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틀어놓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잠이 솔솔 온다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도 비는 내리겠지만 그것들이 여름에 내리는 비처럼 시원하게 퍼붓지는 않는 편이다. 장대비는 주로 여름에 내린다. 그래서, 다른 계절에는 그 싫었던 장마철에 느꼈던 왠지 모를 아늑함도 그리워질 수 있겠다.

 

■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조각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 여름의 햇빛은 따사롭다 못해 따갑기까지 하다. 해가 내리쬐는 맑은 날은 기분이 좋아야하건만, 여름에는 그것이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뜨거운 햇살이 떨어져 내린다.

이렇게 나뭇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햇빛을 일본어로는 '코모레비'라 부른단다.

그런 햇빛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해 나무 그늘 아래로 몸을 숨기고 보면, 햇빛이 나뭇가지와 나뭇잎마저 뚫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건 조금 눈부시지만 아름답다고 말하기에 손색없다.

그렇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일본어로는 ‘코모레비(木漏れ日)’라고 부른단다. 우리말로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은데, 무어라 불러야 할지를 모르겠다.

햇빛과 나뭇잎의 조합으로 생기는 햇빛과 그림자 파편들도 어여쁘다.

그 ‘코모레비’가 땅에 내려앉으면서, 바닥에 무언가가 깨진 파편 같은 그림자 조각들도 생겨난다. 이 조각들은 바람이 불면 나뭇잎을 따라 흔들흔들, 천천히 움직인다. 햇빛 파편들이 서서히 흔들리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 이 두 가지 모두 여름철 무성하게 자란 녹음과 뜨거운 햇빛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빛과 그림자들이다.

 

■ 당신이 보낸 뜨거웠던 여름

어느덧 날씨가 제법 시원해졌다. 기자도, 그리고 여러분도 조만간 소매가 긴 옷을 꺼내 입게 될 거다. 낮에는 당분간 덥겠지만, 해가 뉘엿해질 쯤이면 바람도 선선한 게 아니라 쌀쌀해 질 터다.

여름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조금 있으면 가을, 더 있으면 겨울, 봄, 또다시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아스라이 멀게만 느껴졌던 가을도 성큼 가까워질 게다. 그 때가 되면, 여름을 지긋지긋하다고 여기던 분들도 한 낮의 따사로운 햇살, 무성한 녹음, 그리고 까끌까끌하고 얇은 여름 이불을 덮은 채 맞았던 선풍기 바람이 그리워질지 모른다.

서두에 언급했듯, 기자는 여름을 좋아한다. 물론 더운 걸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이 오면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또 그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여름이 '마침내' 끝났다고 반길 지 모른다. 더운 여름동안 고생 많으셨다.

투정부리길 좋아하는 여느 철딱서니들처럼 기자도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이번 여름을 보냈다. 그렇지만 막상 힘들었던 계절을 떠나보내려 하니 좋았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을 회상하며 잠시 웃고 있으면 문득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쉬워진다.

돌아올 가을도 즐겁고 행복하시길,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길 바란다.

여러분이 보낸 올 여름은 어땠나? 부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으셨기를 바란다. 그래야 몇 번의 계절이 바뀐 뒤에 또다시 찾아올 여름이 반갑지 않겠는가. 남은 여름, 남은 8월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의 문을 닫는다. 또 여러분들이 맞을 귀뚤귀뚤한 가을은 보다 풍성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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