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5개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5년형 선고

[공감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판결로 결국 ‘뇌물공여자’가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은 모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이었으며,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이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에 나선 것은 승계 작업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개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과거에 이어 또 발생한 ‘정경유착’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공감신문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최종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지급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이 밀접히 유착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실형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세워진 뒤 나온 총수의 첫 실형이다.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도 재판을 받기는 했지만, 구속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 부회장의 실형은 국내는 물론이며, 해외에서 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어두운 하늘의 삼성전자 서초사옥 / 연합뉴스=공감신문

정치권도 이날 판결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두고 ‘정경유착’에 철퇴를 가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형량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1여당인 자유한국당도 이 부회장의 실형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재판 결과는 관행처럼 내려오던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정경유착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었다"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간 부도덕한 밀착이 더는 지속해선 안 된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동의하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상급심에서 여론몰이나 정치권의 외압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며,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정치권은 양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양형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보다 무거운 형이 내려져야 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부회장의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을 다시금 주목받게 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순실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실형으로 박 전 대통령도 실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물은 준사람 보다 받은 사람이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에 대한 5년형이라는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이 그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연합뉴스=공감신문

한편,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자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유죄를 받든, 무죄를 받든 정치적 책임에 대한 문제로 출당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검사 출신인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를 예측하고, 미리 출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날 재판에의 판결로 이 부회장의 상급심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한국당 출당론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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