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얼마 전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음식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마흔의 자영업자가 공중파 방송을 탄 적이 있다.  

마흔 즈음에 먹고살 걱정 없을 만큼 재력을 가지고 거기다가 성공한 ceo가 되어 각종 강연에 초청되고 초고속 성공을 내달리는 그를 보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 산 정상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담긴 깃발을 꽂은데 대해 무한한 경의와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이유는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까. 사실, 정상을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고통과 위험이 따르기에.

무엇을 이룬다는 것도 반드시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추락하게 되고 또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30년이 걸렸다 해도 추락하는 데는 단 며칠 아니, 몇 초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방송에 나오는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치밀한 계획으로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몰입하며 셀 수 없이 무한한 도전을 한다. 신이 아닌 이상 '반드시 이룬다'며 꿋꿋한 의지로 무장된 사람을 이길 누구는 없다. 이십 대든, 삼십 대든, 생을 갈무리하는 그대든, 누구나 꿈꾼다. 갈망하는 것을, 누구나 애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무엇을 해서 무엇이 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얼굴도 예쁘지만 까만 머릿결이 찰랑이던 불어 선생님을 만나고서부터 였다.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다방면의 지식을 갖추었고 무슨 시험을 치든지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식과 미모뿐 아니라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췄기에 우리들의 우상이었고 무엇보다 나에게 특별한 사랑을 주셨다. 하굣길에 부딪치면 학교 근처 분식점에 데리고 가 도넛도 자주 사주셨다.

그 선생님은 늘 나에게 "무엇을 하든, 자신의 선택을 믿으라고. 그리고 무엇을 하든 완전히 몰입하라고, 그러다 보면 길이 열리고, 또 내 길이 보인다고, 열심히 몰입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혼돈과 유혹이 찾아와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렇다. 나에게 확신이 없으면 이 사람 얘기 들으면 이길도 내 길인 것 같고 저 사람 얘기 들으면 저 길도 내 길인 것 같아 생은 늘 뿌연 안갯속일 뿐이다. 아마도 그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내 인생에 대한 자발적 고민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수험기간 동안 정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수시로 코피를 쏟을 만큼 몰입했다.

'무엇을 해서 무엇이 될까?'에 대한 희망이 생기면 그에 맞는 간절한 욕망이 구체화된다. 나는 책에 관심이 많아 책으로 이어진 길을 생각했다. 그로 인해 생각을 모아 구체화시키는 프로듀서를, 생각을 모아 말로 전달하는 교사, 아나운서를 장래희망으로 정했다.

아마도 학창 시절의 첫 번째 희망직업군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의 치열한 도전은 시작된 것이다. 정말 닥치는 대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책 속에 내 인생이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

내 책가방 속에는 학습교재도 있었지만 내가 읽고 싶은 세계명작 책은 늘 있었다. 희망이 생기니 목표가 구체화되어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뒤적이며 한 줄을 곱씹어 보고 화장실에 가면서도 소설 속의 명언을 되뇌었다. 치열함을 당해낼 자는 더 치열함 뿐이라는 것을 맘에 담고 조금 늦었다고 생각했기에 치열하게 공부하며 또 틈을 내어 책을 정독하며 읽었다.

덕분에 수학을 못했지만 방송국 시험에도 합격해보고 교사라는 직업도 가지게 되었다. 학창 시절의 뚜렷한 희망과 그것을 향한 수년의 치열함 덕분으로 내 생의 절반의 목표를 이룰 수가 있었다. 나를 키운, 나를 살게 하는 8할의 힘은 치열함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제 다시, 남은 절반의 목표를 향해 다시 출발선에 서있다.

어떤 사람들은 모두의 기준으로 다그친다. '모차르트는 세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피카소는 9살 때 투우 그림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며 능력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은 채 압박하고 찬양한다. 그러면서 보고 배우려 한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은 '재수 없이' 한 번에, 취업은 '졸업' 후 바로, 결혼은 '적령기'에, 승진은 최대한 '남들보다' 빨리를 외쳐대며 욕망의 빼지를 이마에 하나둘씩 단다.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해보면 살면서 '장래 희망'이라는 단어 뒤에 붙은 보통명사를 나열해보면 멋진 것들이 많다. 물론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기자, 약사, 교수, 교사, 공무원과 같은 직업군이 안정된 직업이다. 사업가, 연예인, 작가, 예술계 종사자들은 변화가 무쌍하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나에게 맞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내 인생의 그림은 내가 그리니까. 하얀 캔버스에 파란 물감을 칠하는 것도, 노란 물감을 칠하는 것도 나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다. 아이가 태어나면 평생을 함께 하는 스톱워치를 달아준다. '재깍재깍' 소리에 맞춰 아이가 웃었어요를 시작해서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어요. 아이가 걷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경시대회에서 상을 탔어요. 아이가 어느 대학에 붙었어요, 어디에 취업을 했어요. 를 외치며 웃고 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승진, 결혼, 2세가 태어나고 노화, 죽음이 코 앞에 닥칠 때까지 스톱워치의 시계는 지치지도 않고 중량을 가늠하며 윙윙댄다. 

신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속도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는다. 주어진 생의 트랙을 달릴 수 있는 힘은 같지 않다. 뚱뚱한 사람, 날씬한 사람, 아픈 사람, 아프지 않은 사람, 다리가 긴 사람, 다리가 짧은 사람, 모두 다양하기에 사람의 몸에는 자신만이 감당 할 수 있는 속도가 충전되어 있다.  쓰러지지 않으면서도 최대 속력을 내며 숨고르기를 하면서 달리면 된다. 그래야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게 된다.

속도 조절하면서도 변화를 조금씩 주며 달려야 철든 어른으로 성장한다. 달리면서도 목적을 부여하고 또 충분히 고민하면서 속도 조절을 하며 달려야 어설픈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우리가 어른이 되는 동안 '무엇을 해서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개념적인 것을 충분히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또 그것이 나의 개성과 맞는지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탐색해 볼 여유도 주지 않는다.

무엇을 분간하기도 전에 내 길이건 네 길이건 우선 달려야 먹고살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를 앞세우다 보니 어른이 되어도 토끼같이 뛰어야만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잠시 볼일 보는 순간에도 생의 스톱워치는 '짹각짹깍' 소리를 내며 달리기에.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몸, 정신, 영혼에 대한 자신감이야말로  새로운 모험, 새로운 성장 방향, 새로운 교훈을 계속 찾아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며, 바로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란 내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내 길일까저 길이 내 길일까길을 가면서도 두리번거리고 불안해하는 것그러면서 다그치다 또 여백을 찾기 위해 놓아주고 내려놓는 것이다그럼에도 확신을 가져라쓰러질 정도로 고민하지 마라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는 누구나 그렇다불안해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거다

또 삶의 방향키는 수시로 찾아온다. 그러기에 달리다가도 금세 지치고 무리하게 달리다 보면 쓰러지게 된다. 간절한 것을 이루기 위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지난하다. 그럼에도 목표물을 향해 스스로의 스톱워치에 맞춰 달리고 걷고 쉬면서 가라. 세상에 답을 구하거나 타인에게서 답을 찾지 마라. 빠르든, 느리든 그 해답은 나를 가장 정확히 아는 내 안에 있다. 다만 자주 숨 쉴 여유를 가지며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나아가라. 

이 길이 내 길인가, 저 길이 내 길인가를, 안갯속 같은 세상에 묻지 마라.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몇 번을 잘못 가더라도 길은 길이다. 잘못된 길이 분명 선명한 내길을 안내해줄 테니까. 큰일 날 일도 없다. 다만 희망의 스톱워치는 끝까지 잡고 있으라. 보이거나 잡히지도 않더라도. 반드시 현상에 머물면서 자국을 남긴다.

희망의 궤도를 수시로 수정해서 가라. 어제는 옳지 않은 것이 오늘은 옳은 것이 되고 오늘은 옳은 것이 내일은 옳지 않게 된다. 그들도 흐름에 맞추며 변화를 한다. 익숙한 세상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마라.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세상의 나침반을 믿지 마라. 내 안의 나침반을 믿어라.

두 손을 꼭 쥐고 나를 믿으며 내 가슴이 이끄는 나의 길을 가보자. 세상과 부딪쳐 웃고 울며 찾아 나서자. 아무리 지나쳐도 죄가 없는 치열함으로 다가가자. 한걸음 두 걸음 다가가서 뜨겁게 안아보자. 내가 그토록 찾던, 숨어서 애타게 나를 기다리는 그 아름다운 꽃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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