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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영수증은 잘못 없다

[공감신문] 요즘 간간히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반가운 단어가 있다. 바로 ‘영수증’.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 크고 작은 상점에서 ‘영수증 버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사무실 밀집 지역의 커피숍들 같은 경우는 아예 영수증 버리는 간이 쓰레기통까지 만들어 두더라. 

그렇듯 바로 구겨져 버리게 된 영수증은 찬밥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어디에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 친절하게 문자메시지로 상세하게 날아오기 때문에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던 중,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팟캐스트 오디오 방송에서 출발했다. 나는 예전부터 팟캐스트를 즐겨 들어왔다.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 하와라면, 아담 뻘이라 할 수 있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보) 역시 첫 회부터 들어왔으며, 그 외 정신과 전문의들의 쉬운 신경정신과 이야기인 <뇌부자들>, <왓섭 공포라디오> 등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

<영수증>은 정말 처음부터 대박이었다. 하와인 <영수증>에 갈비뼈를 내어준 아담 <비보>역시도 입소문이 나서, 진행을 맡고 있던 송은이 김숙은 SBS 러브FM<언니네 라디오>의 고정 DJ를 맡게 되었다. 그래도 이들은 끝까지 <비보>팬들과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120회 넘게 꾸준히 방송을 해오고 있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데 <비보>보다 빠르게, 아니 무섭게 인기차트를 치고 오른 것이 바로 <영수증>이었다.

청취자가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의 소비 지출 내역 및 소득과 자산 규모를 익명으로 보내면 그것을 토대로 얼마를 저축하고 어떤 소비를 줄이면 좋을 지 조언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난 경제 개념이 별로 없는 편이다. 평소 많이 벌지도 비싼 걸 사지도 않고, 그냥 돈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들을 때 당연히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뒤, 매주 월요일 영수증이 업로드 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왜?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초반 방송에 나왔던 대화가 기억난다. 김숙이 ‘우린 경제 자문 프로그램인데, 왜 팟캐스트 코미디 섹션에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은이는 ‘여기 코미디언이 세 명이 있는데 무슨 경제 섹션이야, 코미디 맞다’면서 ‘우리 프로그램은 코미디가 베이스’라고 말했다.

그렇다. <영수증>은 재밌으려고 듣는 거다. (나는 TV프로그램 <영수증>이 아닌 팟캐스트 방송만 언급하겠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거다. ‘절실함’을 가지고 내 집 장만의 꿈을 구체적으로 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그런 사람만을 위한 방송이었더라면 절대 1등을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랬다면 정말 은행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전문가 하나라도 섭외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 방송을 통해 ‘내 집 장만’까지는 아니어도, 저축에 대해(자꾸 듣다보니) 더 구체적인 생각이 들긴 하더라.

그렇게 <영수증>을 잘 듣고 있었는데! 매주 월요일마다 영수증 언제 올라오는 지 설레는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요즘 불안하다. 왜들 그렇게 영수증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이러다간 정말 <영수증>이 정말 여느 방송들과 비슷해져서 정말 ‘스튜핏’이 될까봐 무섭다는 거다.

인터넷에 김생민의 짠돌이 어록이라는 것이 돌더라. 물론 이것은 영수증 프로그램 진행 중에 청취자의 영수증을 보며 그가 했던 말들이다. 이런 것들이 있다.

‘돈은 원래 안 쓰는 것이다.’
‘껌이란 친구가 줄 때 먹는 것이다.’
‘가능하면 혼자 다녀라.’
‘음악은 1분 미리 듣기로도 충분하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 대신 점프를 해라.’
‘커피 대신 면수를 마셔라.’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에게 MC들은 이 어록에 대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재차 물었고, 그 방송은 화두에 올랐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일반 서민들이 저렇게 아끼며 사는데 그를 짠돌이라며 무안하게 만드는 것이 보기 불편했다, 시청자를 기만하는 방송’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김생민의 영수증>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어 보이지 않은 진행이 시청자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방송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이렇게 퍼진 그의 어록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게 안타깝다. 특히 ‘음악은 1분 미리 듣기로도 충분하다’는 저 말!

개그맨 김생민은 오랜 시간 한 연예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매주 수많은 스타들을 만나왔는데, 그 중에서는 당연히 가수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 열심히 만든 컨텐츠를 공짜로 즐기려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저 말만 듣는다면.

채널A 방송 캡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수증>은 코미디, 즉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는 예능에서와 무게감이 다르지 않다. TV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재밌으려고 일부러 부풀리고 양념 친 이야기들을 우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예능에 걸맞지 않게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는 게스트가 출연했다고 치자. 그에게 MC가 ‘아이고, 출마하시려고 그러세요?’라며 비아냥대듯 질문했는데, 그가 멋쩍게 ‘네, 출마하려고 연습중입니다!’했다고 그게 진심은 아니지 않나. ‘어록’이라는 저 말들도 다 그렇게 나온 것들이다. 어록? 아니, 유행어이자 흔히들 말하는 ‘드립’들이다.

그러나 <영수증>을 듣지 않은 사람들은 그게 드립인지 알지 못한다. 내 페이스북에는 사람들이 김생민이라는 사람이 너무하다며 어록에 관한 내용들을 공유하더라.

호텔 관련 광고가 <영수증>에 붙었다. 호텔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생민 씨도 여행을 가면 잠은 자야될 거 아니냐는 송은이(or 김숙)의 질문에 ‘잠은 친척 집에서 자는 것’이라며, 어마어마한 순발력으로 무장된 신선한 김생민의 드립들을 더 이상 듣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TV가 잘못했다. 이건 철저히 TV방송들이 잘못 몰고 간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거다.

젊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는 아마도 jtbc<뉴스룸>일 것이다. <뉴스룸>은 평일 대부분 종합편성채널 중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도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을 많이 본다.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드라마? 내가 어릴 땐 sbs드라마가 최고였는데, 지금은 tvN이 최고다.

볼 게 없으면 ‘9번 틀어봐’라고 말씀하시던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들 세대와는 다르다. 공중파들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케이블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고? 그럼 인터넷 방송은?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개설하여 방송을 하는 연예인들도 꽤 많다. 팟캐스트에 진출한 연예인들은 비단 저들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한 포맷들이 나올 것이다. ‘웹드라마’는 한동안 반짝 붐을 일으키다가 요즘엔 소리 소문도 없어졌다. 아마 기존 웹드라마의 약점들을 보완한 무언가가 또 나올지 모른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들도 많아졌다. 그만큼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템들이 반짝반짝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 <미미채널>

인터넷 방송이나 팟캐스트를 즐겨 듣게 된 것은,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 때문이다. 개그우먼 강유미, 안영미가 유튜브를 통해 진행했던 <미미채널>에서는 ‘숙박녀’ ‘영등포 여인숙 1일 체험하기’ 등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들이 많아서 즐겨보곤 했었다. 인터넷 방송이 부산 여행이면 팟캐스트는 제주도 느낌이다. 예능 프로그램들 외에도 마음 차분해지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물론 다양한 소재, 다양한 분들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영수증> 역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경제생활을 하며 사는 지 솔직하게 들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즐길 거리가 천지에 널린 세상이다. 다만 그것들의 정체성을, 즐기는 자들이 보호해줄 필요는 좀 있다고 생각한다. MBC<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 집에 놀러 온 ‘충재 씨’의 마음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안84와의 삼각 로맨스는 어떻게 되는 건지, 다음 편이 몹시 궁금하지만- 파업을 지지하는 마음에 꾹 참기로 한다.

다만 더 좋은 콘텐츠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이렇게 저마다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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