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일주일 앞두고 ‘판단불가’ 결정, 두 기업 처벌할 근거 사라져

[공감신문] 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에 관한 불법행위가 최대 과징금 250억원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하다는 사무처의 결론을 보고도 ‘판단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이들 기업을 처벌할 수 없게 됐다. 

15일 환경보건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 사무처에서 작성한 '가습기메이트' 제품의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 사무처에서 지난해 7월에 작성한 ‘가습기메이트’ 제품의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심사보고서에서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더 나아가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표시·광고했다”고 지적했다. 

제품 겉면과 포장에 표시된 사항이 소비자를 속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과 대표이사에 대해 형사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인명사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 및 생명·건강 등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법 정도가 중대하고 소비자 피해가 크다고 판단되므로 고발조치함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에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각각 250억원과 81억원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받았음을 일간지에 공표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공정위는 최대 2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묵살하고 '판단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공정위는 사무처의 이러한 결론에도 지난해 8월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판단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사무처에서 심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전원위원회 위원들이 이를 토대로 심의·의결하는 구조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지면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원위원회의 이러한 조치가 제품에 표시한 내용이나 광고한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해 ‘인체에 안전하다는 광고내용에 대한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고발조치한 것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환경부에서 ‘가습기메이트’만 사용한 피해자 5명의 피해를 인정한 사실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판단 보류결정을 내렸던 지난해 8월 24일은 기만적 표시·광고죄의 공소시효가 종료되는 8월 31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SK케미칼·애경산업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당시 지면광고

센터 관계자는 “전원위원회가 ‘가습기메이트’ 관련 공소시효 완성을 일주일 남기고 심의절차를 종료해 이들 기업의 기만광고를 처벌할 수 없게 됐다”며 “공정위 제3소회의는 지난해 10월5일에서야 의결했지만 이미 사라진 공소시효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독성물질 함유 기재 여부에 대해서만 심의했을 뿐 가습기메이트 포장재에 표기된 ‘인체 무해’ 광고문구에 대해 아예 판단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심사보고서를 왜 뒤집었는지에 대해 공정위는 답해야 하며 인체무해 성분광고를 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공정위의 면죄부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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