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지름신'을 부르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어릴 때 장난감을 좋아했던 사람 중에는, 분명 “저건 너무 비싸니까 다음에 사자”는 부모님의 말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들이라면 위 예시처럼 행동했겠지만, 이른바 ‘나쁜 어린이’들이라면 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사줘, 사줘!” 하고 땡깡을 피웠을 지도, 아니면 씩씩거리며 버릇없이 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원하는 걸 무엇이든(한도가 허락하는 내에서) 맘대로 살 수 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그 코흘리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저마다 사회 한 곳에 자리 잡게 됐다. ‘경제활동 인구’ 중 한 명으로 자라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원하는 곳에 원하는 대로(일정 금액을 제외하고는…) 돈을 쓸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옷을 사 입을 수도 있고,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할 수도 있다. 우리가 힘들게 번 돈을 어디에 쓰건, 결국 우리 맘대로라는 말이다. (물론 책임도 우리가 져야겠지만.)

커피값도 장난 아닌 요즘, 커피값 몇 번 아껴 갖고싶은 걸 가질 수도 있겠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얘기는 어릴 때 부모님이 ‘다음에’라며 미루다가 끝내 손에 넣지 못했던 장난감들을 이제 우리가 직접 번 돈으로 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땐 그렇게 비싸 용돈으론 엄두도 못 냈던 장난감들도, 커피 몇 잔, 담배 몇 갑, 친구들과 술자리 몇 번만 참으면 지를 수 있다.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것을 끝끝내 어른이 되고 나서 손에 넣어본 경험이 있으신지? 그거, 꽤나 뿌듯하고 뭉클하다. 뭔가 모를 통쾌함도 느껴지고. 허무할 것 같다고? 어른이 된 이제는 장난감이 쓸데없다고? 아니다, 의외로 만족감이 상당하다!

어릴때 못 가졌던 것들은 서러움으로 남기 마련! [pxhere 이미지 / CC0 공개 도메인]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어른이 된 우리가 어렸을 때 동경했던 장난감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어쩌면 이번 포스트에 포함된 장난감 사진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뽐뿌’가 와서 덜컥 장난감을 질러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그건 교양공감팀이 책임 못 진다…

 

■ 아직도, 아니 더 비싸진 것 같아! 레고

키덜트(Kid+Adult), 쉽게 말하자면 ‘어른이’들의 대표적인 취미생활로 꼽히는 건 다름 아닌 ‘레고’다. 전 세계 인구 중 레고를 가지고 놀아 본 사람만 40억 명이라는데, 이 중 어른이 돼서도 레고를 가지고 노는 사람을 어림잡아봤을 때, 못 해도 1억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레고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장난감이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레고는 장난감 업체들의 몰락이 서서히 진행 중인 현재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한때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와준다는 역할까지 겸비했다면, 지금은 영상매체, 게임 등으로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전 세계 어른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가격대가 다소 상승했다는 점이 키덜트들의 지갑을 탈탈 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피가 크고 브릭 개수가 많은 제품의 경우 가격이 10, 아니 20만원은 우습게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대 상승의 원인으로는 국내 레고 공장의 철수를 꼽는 이들이 많다.

냅다 저런 고가 제품부터 질렀다간 후회할지 모르니 작은 제품부터… [Lego Online Shop 캡쳐]

레고 마니아가 아닌 이상, 그런 큰 제품을 덜컥 구매하긴 부담될 것이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규모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니 만원 대, 2만원 대의 제품도 많다. 심지어 캐릭터 피규어만 3~4000원 대에 구입할 수 있는 ‘랜덤 박스’ 식의 시리즈도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물론, 여느 장난감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낮아질수록 스케일도 엄청나게 축소된다.

판매가 2만 9000원대의 제품도 제법 구성이 알차다. [아마존 웹사이트 캡쳐]

레고는 ‘스타워즈’ 시리즈나 ‘마인크래프트’ 등 다양한 콘텐츠들과의 콜라보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한 ‘프렌즈’ 제품군을 통해 여아에게 어필하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다이’ 캐릭터가 레고로 묘사된 것을 보고 있으면 귀여움에 충동구매를 하게 될지 모른다.

 

■ 조립의 맛에 빠져보자, 프라모델

88년생인 기자는 90년대 초중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프라모델 장난감을 종종 샀었다. 2-3000원 정도의 제품은 얇은 박스 안에 ‘런너(각 파츠가 달려있는 판)’들이 몇 장 들어있고, 조악한 퀄리티의 스티커가 한 장 들어있었다. 그 땐 그래도 그걸 만드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아무래도 '로봇' 스러운 질감 표현 때문에 로봇 계열이 인기가 좋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이쪽 분야도 워낙 역사가 오래된 탓인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있다. 프라모델 완구로 유명한 ‘건담’ 등 로봇들부터 2차 대전을 콘셉트로 하는 밀리터리 프라모델, 차량 등 탈것 프라모델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프라모델의 일종이라 볼 수 있는 제품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잘 조립하고 도색한 뒤 저런 식의 연출을 할 수도 있다고... [Wikimedia 캡쳐]

인기 높은 건담 등의 로봇 제품들은 제외하고, 탈것이나 밀리터리 프라모델 제품의 경우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의 크기를 축소시켰기 때문에 리얼한 느낌을 준다. 이런 프라모델들을 모아서 전쟁 장면 등을 연출해볼 수도 있겠다.

프라모델의 매력은 아무래도 ‘직접’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여러분의 능력에 따라 제품 박스 사진처럼 멋지게 만들 수도, 90년대 3D게임처럼 형체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도색까지 해야 하는 제품의 경우 수고로움은 조금 늘겠지만 그만큼 더 만족스러울 지도 모른다.

저런 걸 '런너'라고 부른댄다. 망가지지 않게 잘 떼어내야 한다. [Wikimedia 캡쳐]

프라모델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난감이다. 어린 시절 해봤던 것처럼 손으로 뚝 뚝 뜯어 접착제 없이 붙이는 ‘스냅타이트’ 모델도 있고, 니퍼나 도색용 물감 등 전용 도구가 필요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야 완성할 수 있는 모델도 나오고 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잠시 추억에 빠져보기엔 2~3만원 대 제품이면 충분할 듯 싶다.

 

■ 여아들의 오랜 친구, 바비 인형

남자 아이들이 로봇, 공룡, 자동차 장난감에 열광했다면 여자 아이들은 대체로 인형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여아들은 보통 ‘미미 인형’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 미미 인형의 원류가 바로 미국 ‘마텔’사의 ‘바비 인형’이다.

현대인들의 '미의 기준'에 편견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바비인형. [pxhere 이미지 / cc0 공개 도메인]

바비 인형 계통 장난감들에겐 크고 작은 논란의 모델들, 외모지상주의나 인체 비율에 대한 선입견 조장 등 부정적 의견들이 많지만 그런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 재차 다루기로 하겠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녀들과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남아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바비나 미미, 쥬쥬 등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그 빼빼마른 여인네들은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때로는 ‘딸’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도 했다.

바비 인형과 비슷한 장난감들의 참맛은 가지고 노는 것 보다 꾸미는 것!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직접 가지고 놀며 역할극을 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도 ‘꾸미기 놀이’를 하는 것이 제일 즐거웠다. 엄마가 우리의 머리를 땋아주고, 예쁜 옷을 골라주는 것처럼 우리도 그녀들의 머리를 땋고, 묶고, 드레스를 갈아입혔었다.

마트나 장난감 매장에서는 아직도 그 변치 않는 여인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바비 인형의 경우, 패션 브랜드로 확장해나가면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도 바비 인형을 만나볼 수 있다.

시대별로 유행했던 바비 인형들만 모아놓으면 유행의 흐름을 살펴볼 수도 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가격대는 앞서 소개한 다른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런 인형들의 참맛은 아무래도 ‘꾸미기’이기 때문에 옷 값, 기타 액세서리 값 등을 고려하면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만약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면 근사한 드레스 한 벌 쯤 만드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쬐끄만 것들의 매력, 미니어쳐

초등학생 시절, 용산 전쟁기념관 등으로 소풍을 가 봤다면 아마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미니어쳐 디오라마를 본 기억이 날 것이다. 그 쬐그만 미니어쳐들은 나름 섬세하고 세밀해서, 남아들의 소장욕구를 마구 자극했던 기억이 난다.

저런 걸 가지고 체스처럼 게임을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스케일 보소! [pexel 이미지 / CC0 license]

그런 미니어쳐 제품들은 보통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고 있던데, 완구라고 보긴 뭐하지만 그런 식의 제품들도 물론 출시되고 있다.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이 미니어쳐들은 대체로 ‘미니어쳐 게임’ 같은 보드게임에서 사용되는데, 굳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소장하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다.

우와… 입이 쩍 벌어지는 미니어쳐 도색 작업. [youtube 캡쳐 / Ben Komets]

하나하나가 일종의 장기말인 이 미니어쳐들 중에는 ‘워해머’ 시리즈가 유명하다. 크기는 10~20mm 정도 크기의 미니어쳐들을 가지고 준비된 장소에서 ‘룰북’의 규칙에 따라 모의 전쟁을 하는 것이다. 헌데 재밌는 것은, 이러한 미니어쳐들 대부분을 각자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10~20mm라는 크기 때문에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는 분들도 많겠다. 기자도 지인을 통해 두어 번 조립과 도색을 해봤는데, 초심자에다가 ‘손 고자’인 기자가 만들기에도 생각보다 쉬웠다. 물론 ‘금손’인데다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들일 수 있다면 미니어쳐 퀄리티도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사실 게임까지 본격적으로 즐기기엔 국내에 그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기엔 사야할 것들, 알아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복잡하니 강력하게 권장하고 싶진 않다. 하는 분들의 얘길 들어보면 ‘시간과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취미’라고들 평가한다.

하지만 미니어쳐만을 전시할 목적으로 수집하는 이들도 많고, 앞서 소개한 ‘레고’나 ‘프라모델’ 등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입문자용 세트가 대체로 3~4만원 선인데, 가격대는 생각보다 비싼 편이지만 그 쬐그만 미니어쳐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 어린 시절 못 가져본 그것들!

요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 게임, 유튜브 영상 등이 최고의 장난감이라고들 한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시시해져 버렸는 모양인지, 장난감보다는 전자기기에 더 눈독 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시선이 전자기기로 옮겨가면서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오고 있다. 반면에 키덜트 산업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커져간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장난감 업계가 휘청이는 이 때, 레고는 아직 큰 영향 없다고 한다. 다행인건가?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물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전자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 둘 중 어느 게 더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겠다. 저마다 장단점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우리 어린 시절을 가득 채워줬던 장난감 왕국이 휘청이다못해 침몰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 추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남의 돈 벌기 참 힘들다’는 흔한 말처럼, 우리는 온갖 고생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월급이란 보상을 얻어낸다. 그렇게 월급을 받고 나면,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장난감 코너에서 했을 온갖 고민들이 ‘확’ 와 닿는다. 왜냐고? 잠시 들어보시길 바란다.

장난감 가격은 그리 장난스럽지 않다. 부모님들께 감사합시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월급이란 게 원래 잠시 스쳐지나가는 건가’ 싶게 돈 들어올 구석은 없고 빠져나갈 데만 많다. 그렇게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남는 돈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쪼개서 장난감을 사주셨단 얘기니, 과연 어버이 사랑은 위대하시다…

힘들게 번 돈으로 장난감을 사는 것이 조금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뭐, 예전처럼 장난감을 들고 ‘슝슝-’ 거리면서 놀 것도 아니고, 굳이 사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지르자! 단, 과소비는 조심할 것! [Max Pixel 이미지 / CC0 Public Domain]

하지만 어린 시절 여러 사정으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무언가, 그것도 아주 소박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정도까지도 아니고 ‘딸랑’ 이거 하난데 뭐 어떻겠는가? 고생한 나를 위해 그 정도 선물은 괜찮지 않겠나? 꼭 사고 싶다면, 정말 눈앞에 어른거리고 내 손으로 직접 만져봐야만, 조립해봐야만 하겠다면 지르시라. 딱! 하나만! #부모님_모드 #엄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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