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외계인의 무덤을 보았다. 지난 2만 년 이상 원주민인 루리챠 족의 근거지였던 와타르카 국립공원에 있는 킹스캐니언에서. 무덤을 보려면 1시간 이내의 킹스크릭 코스와 4시간 이내의 킹스캐니언 코스 중 킹스캐니언으로 가야 한다. 루리챠 족과 함께 살았던 외계인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상이다.

호주의 자연 경관이 그렇듯 비와 바람으로 깎인 오래된 사암 절벽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신비로운 힘이 한몫했다고 한다. 울룰루나 카타추타와 같이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붉은색이라는 속설이 있다.

킹스캐니언은 살아 있는 식물 박물관이라고 불리우는데, 호주 중부에서 식물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라고 한다. 희귀한 식물 60종 뿐만 아니라 조류 80종, 파충류 36종과 포유류 19종도 서식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외계인들의 스파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원주민의 벽화와 암각화에 나타나있다.

외계인들이 루리챠 족을 선택한 이유는 이들의 유연성과 킹스캐니언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루리챠 족은 자신들과 다르게 생긴 외계인들을 보면서 경계하고 공격하는 대신 연회를 베풀었는데, 춤과 노래를 처음 접했던 외계인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자신들의 고향과 비슷한 킹스캐니언은 머물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후 이들이 떠났는지 아직도 머물고 있는지는 모른다. 또는 낮동안엔 모습을 바꾸어 여행자들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나와 S는 킹스캐니언을 오르기 전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500ml물병을 각각 챙겨들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옷을 너무 얇게 입은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얼마 되지 않아 숨이 차오르고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내 옆엔 60대로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이 있었고, 나는 그녀와 체력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얼마간 올라가니 평지가 나왔다. 이제야 살만하다. 내 옆으론 바람에 패인 사암 절벽이 있는데, 그 단면은 마치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 올린 것 같은 모양새다. 돌산을 오르고, 넘고 넘어 다른 지형에 도착하고, 가끔은 아슬아슬하게 좁은 길을 지나며 첫 번째 뷰 포인트에 당도했다.

탁 트인 드넓은 평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묘하다. 이곳에서 외계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화석들을 곳곳에 숨겨놓으며 훗날 고고학자들을 놀려줄 생각을 했는지, 언제쯤 지구를 정복하는게 좋을지 토론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마 앞으로도 밝히기 어려운 문제일 테다.

우리는 계속해서 걸었다. Cotterill’s Bridge를 건너면 A Dead Sea’s Ripples을 만날 수 있다. 푯말은 이곳이 수만년 전에 강이 흘렀다는 증거라고 설명하지만, 한 저명한 학자는 자글거리는 주름같은 이 흔적이 외계인들의 주거 지역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루리챠 족과 사이 좋게 영역을 나누어 서로 교역을 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혹자는 설레발 치지 말고 더 연구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금 더 가다보니 드디어 킹스캐니언에 도착했고 무덤을 발견했다. 킹스캐니언은 케이크의 단면처럼 날카로운게 특징이다. 나는 어쩐지 킹스캐니언 보다 그들의 무덤에 눈길이 더 갔는데, 수백개의 알처럼 보이는 무덤들은 어쩐지 스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무덤의 크기로 보건대 외계인들은 우리보다 두 배정도 크기의 몸체를 갖고있다고 추측된다. 간혹 거대한 무덤을 볼 수 있다. 무덤의 크기가 과연 외계인의 실체 사이즈를 나타내는지 외계인 사이의 서열을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무덤을 파헤치자는 사람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밝힐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반대자들은 함부로 건드렸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이들을 자극해봤자 좋을 것이 없다며 극구 반대한다. 반대파의 다른 의견으로는, 이것은 무덤이 아니라 에일리언의 알이며 이것을 파냈다간 지구는 종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의견은 터무니없는 말로 치부되어 묵살 당했다.

나는 실제로 보니 어쩌면 에일리언설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영화에서 보던 에일리언 알의 모습은 아니지만 영화와 실제는 차이가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내가 한 번 더 숟가락을 얹어보자면, 외계인들이 냉동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안다. 냉동 외계인설은 묵살당할 것이다. 나는 킹스캐니언에서 어떠한 진실도 밝혀낼 수 없었다. 나는 과학자도, 지리학자도, 외계인 음모론자도 아닌 한낱 여행자일 뿐이니까. 킹스캐니언은 아직도 수많은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떤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더 오래 두고 볼 일이다.

[작가의 여행기에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인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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