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교통당국·입법자들, 심각성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도로교통안전기구의 한 관계자는 “칵테일 파티에서 ‘어제 고주망태가 돼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하겠지만 ‘운전하면서 전화했다’라고 말하면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에 음주, 과속뿐 아니라 ‘휴대전화 사용’도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위험성과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많은 운전자와 교통당국, 입법자들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닷컴은 “수십 년간 감소 추세였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2년간 14.14% 급증했다”고 보도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전했다.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인 과속, 음주운전, 운전 거리 등의 수치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이런 미미한 수치는 사망자 급증 현상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매체의 주장이다.

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주의 태만이 사고의 큰 원인으로 추정되는 데도 운전자, 교통당국, 입법자들은 전화 운전의 위험성,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며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스마트폰이 국민을 죽이고 있으나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Wikimedia]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운전 시 전화는 물론 문자, SNS 등을 이용하는 운전자도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와 오토바이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5897명으로 전년 보다 1100명 급증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통계에서 휴대전화 사용 관련 사망자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의 1.4%인 448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통계로만 보면 전화운전보다 음주운전이 약 23배나 위험하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통계로 추측된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통계를 제대로 수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화 운전도 음주 운전과 같이 ‘치명적인’ 사고 원인임이 분명하다. 

지난 2008년, 제니퍼 스미스는 운전 중 통화하느라 정지 신호등을 보지 못한 20대 운전자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그 이후 전화 운전을 강력 단속하는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니퍼 스미스는 “사고 운전자는 전화 운전 사실을 현장에서 인정하고, 그 후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정작 사고조사 문서엔 주의태만이나 휴대전화 사용 탓으로 기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전화 운전의 위험이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에 음주, 과속뿐 아니라 ‘휴대전화 사용’도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위험성과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비영리단체 전국안전협회(NSC)의 연구 결과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이 원인인 교통사고 사망의 절반만 제대로 기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안전 위험도와 관련된 업체가 3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는 88%에 달했다. 88%에는 거치대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경우는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운전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NHTSA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통계가 부실한 이유는 기록 양식이 제각각이 때문이다. 11개 주에는 원인 항목에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태만’이 있으나 27개 주에는 포괄적으로 ‘주의태만 항목’만 있는 것.

이로써 교통사고 조사 시 음주나 마약 복용, 과속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화기록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음주나 마약 또는 기타 위법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경찰로부터 받으면 굳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태만 혐의를 추가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제니퍼 스미스는 운전 중 통화하느라 정지 신호등을 보지 못한 20대 운전자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그 이후 전화 운전을 강력 단속하는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다. [PEXELS / CC0 License]

제니퍼 스미스는 “전화 운전으로 인한 사망을 ‘사고’로 부르는 것도 거부한다”며 “사고라면 우연한 일이고 운전자는 책임이 없다는 뜻이 포함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로교통안전기구의 한 관계자는 “칵테일 파티에서 ‘어제 고주망태가 돼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하겠지만 ‘운전하면서 전화했다’라고 말하면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전화 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자율운전 차량 기술의 발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스마트폰이 국민을 죽이고 있으나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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