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거주 비율 20% 미만, 의료비 걱정으로 치료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공감신문]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이해 국립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제5묘역을 찾은 국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내 보훈교육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유족 52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시행해 이중 371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해 ‘2016년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유족 생활실태 조사 결과분석’ 보고서를 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3.4세로, 60대가 35.2%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自家)에 거주하는 후손은 19.6%에 불과했다. 전세는 44.0%, 보증금 있는 월세나 사글세는 32.5%였다. 

거주하는 주택 유형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 3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독주택이 29.7%, 일반 아파트 1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의 주택가격은 평균 8579만원 수준이었다. 5000만원 미만이 48.9%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 27.7%,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 20.0% 등이었다. 10억원 이상은 0.6%로 극소수였다. 

거주 기간은 2년 미만이 32.9%, 2년 이상 4년 미만이 32.1% 등으로 대부분 한 곳에 오래 정착하기보다는, 이사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영주 귀국 독립유공자 유족은 자가 비율이 20% 미만이고 보훈복지타운 등 무상주택 입주 비율도 4% 이하로 나타나 거주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 대형 태극기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전체 조사자 중 경제활동인구는 59.3%, 비경제활동인구는 40.1%였다. 경제활동인구의 48.6%는 임금근로자였고 구직희망자 또는 실업자는 5.5%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46.6%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 종사자 19.3%, 각종 기능 종사자 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간 가계소득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평균 소득액은 1682만6300원이었다. 1년 후 소득변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8.2%에 달했다. 반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단 6.1%였다.

이렇다 할 돈벌이가 없는 후손들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아무런 연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도 41.1%에 이르렀다. 나머지 58.6% 가운데 29.1%는 기초노령연금, 22.0%는 보훈연금, 4.8%는 국민연금을 각각 수령 중이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6516만1200원, 부채는 4674만9300원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월평균 소비 지출도 145만6600원으로 적은 편에 속했다. 

8월 독립기념관을 찾은 안창호 손자 로버트안(오른쪽)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자료를 관람하고 있다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 26.9%로 가장 많았고, 50만원 미만은 14.7%,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은 24.1% 등이었다. 

소비 지출에서는 식료품비가 48만2600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교육비 41만2300원, 주거비 30만3000원, 의료비 29만38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오락 문화비는 10만7200원에 그쳤지만 그마저도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2.6%로 가장 높았다. 

후손들은 귀국 직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주택·의료 지원 등 복지부족으로 정착 초기 불안정’(47.6%)을 꼽았다. 그 다음 응답자 수가 많았던 것은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32.5%)이었다. 

또 급전이 필요해 돈을 빌려야 할 경우 평균 0.84명에게 부탁할 수 있다고 했으며 55.9% ‘빌릴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41.8%는 몸이 아플 때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84.7%가 그 이유로 ‘진료비 부담’을 꼽았다.

자살충동을 경험한 이도 15.3%에 달했다. 이들 중 64.5%는 그 이유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64.9%가 노후에 대해 ‘금전 준비능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국내에서의 자신의 계층을 ‘하(下)의 하’로 생각한다는 이들도 20.6%에 달했다. 

지난 8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을 초청한 오찬 행사에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예우를 강화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항한 독립운동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거주하다 영주 귀국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국내정착에 대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고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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