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간단하게"...시대 변화 제때 대응 못한 실책 만회할까

미국 대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이 전구, 기관차 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쳐]

[공감신문] 가전사업, 의료장비, 항공엔진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펼쳐온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이하 GE)'이 기업의 뿌리와도 같았던 전구, 기관차 사업 등에서 손을 떼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GE의 전임 CEO 제프 이멜트의 후임을 맡은 존 플래너리 CEO는 13일 열린 애널리스트 회의 자리에서 이같은 경영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경영 혁신 방안에는 200억 달러 규모의 10여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는데, 이 중 전구와 기관차 사업이 포함된 것이다. GE는 이들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작년 매출 비중이 높았던 전력(23.7%), 항공(23.2%), 헬스케어(16.2%)에 주력할 방침이다. 

존 플래너리 신임 CEO는 전임인 제프 이멜트 체제와의 선을 긋고 "더 작고, 간단하게"라는 모토 아래 회사를 '리셋'하겠다고 언급했다. [GE 웹사이트 캡쳐]

플래너리 CEO는 새로운 GE의 모토로 "더 작고, 더 간단하게(Smaller, Simpler)"를 천명하면서 "2018년을 GE가 리셋(초기화)하는 해"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GE의 이같은 움직임이 뒤늦은 감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올해에만 GE 주가가 25% 폭락하면서 경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불거져나오기도 했다. 작년 GE의 총 이익률은 21.3%로, 경쟁사로 꼽히는 지멘스(29.9%)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27.9%)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산업화 시대를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면서 항상 기업 순위 10위에서 빠지지 않던 대기업 GE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그간 시대의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GE의 구조조정도, 늦게나마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면서 그동안의 실적 저조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풀이된다. 

GE의 전임 CEO인 제프 이멜트는 한때 우버의 차기 CEO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GE의 모태는 백열전구를 개발한 토머스 에디슨에 의해 1890년 창립된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로, 이후 GE는 미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타고 기관차부터 전기 토스터, 가정용 TV 등 전자기기까지 석탄 에너지 시대를 주도하면서 20세기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석탄 등 화석 연료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비용이 싸졌는데도 GE는 전력 산업에 치중했다. 이로 인해 올해 3분기 전력 매출이 51% 떨어지면서 GE 내부에서도 "시장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변신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GE는 기관차, 전구 등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작년 매출 실적이 좋았던 항공 등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GE 웹사이트 캡쳐]

전임 CEO 제프리 이멜트도 석탄 연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면서 사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멜트 CEO는 지난 2015년 금융 서비스 사업을 매각하고 프랑스 '알스톰(Alstom)'의 화력 사업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에는 유전 서비스 회사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를 사들였다. 하지만 베이커 휴즈는 올 9월까지 이익이 41% 떨어지는 등 74억 달러라는 인수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안겼다. 

신임 수장 플래너리 CEO가 16년간 GE를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헤쳐온 이멜트 체제와의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플래너리 CEO는 고위 임원 자리를 삭감하고 비즈니스 전용기 운항을 줄일 것이며, 간부용 법인 차량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멜트가 알스톰을 인수했던 당시의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되는 때"였다며 그의 인수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플래너리 CEO는 또한 분기 배당금을 기존의 절반으로(기존 24센트) 줄이겠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연 80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던 GE가 배당금을 삭감한 것은 1983년 이후 두 번째다. 플래너리 CEO는 "회사 수익과 현금 흐름에 숨틍이 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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