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 상응한 처벌 및 열악한 외국인 수용소 여건 고려해 소환 결정

한국 국적기에 탑승한 피의자들과 형사들. [경찰청 제공]

[공감신문] 14일 오후,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붙잡힌 피의자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피의자들이 탄 비행기는 필리핀발 국적 항공기였으며, 항공기에는 일반 승객은 전혀 없었고 범죄자와 형사들만 탑승해 있었다. 외국에서 항공기로 범죄자를 집단 송환된 것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청은 필리핀으로 도주한 국외도피 사범이 가장 많으며, 필리핀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사이버 도박 사이트 운영과 같은 범죄가 증가하자 지난 9월부터 필리핀 당국과 범죄자 집단송환을 협의해왔다.

올 한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는 총 144명(11월 말 기준)으로 전체 국외도피 사범 485명의 29.7%를 차지했다. 현재 필리핀 현지에서 신병이 확보돼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된 인원은 90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한국 법정에 세워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게 하고, 열악한 현지 외국인 수용소 여건을 고려해 장기간 수용으로 질병에 걸리는 등 피의자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이번 집단송환을 추진해왔다.

피의자 중 한명은 약 19년 만에 국내로 끌려와 처벌을 받게 됐다.

이날 송환된 피의자는 총 47명으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최상위 수배등급인 적색수배 대상자 11명, 보이스피싱 28명 등 사기 사범 39명과 마약‧폭력‧절도 사범 8명 등이 포함됐다.

피의자 47명 중 한 명은 제3국에서 폭력범죄를 저지르고 지난 1997년 11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 약 19년 만에 국내로 끌려와 처벌받게 된다. 

피의자들은 현지에서 외국인 수용소에서 수감돼 있었으며, 이날 차량 20대로 마닐라 국제공항까지 이송됐다. 이후 전용 출국 심사대를 거쳐 국적 항공기에 탑승했다. 국적기는 국제법상 한국 영토였기 때문에 탑승 직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호송관으로는 전국에서 이들의 사건을 직접 수사하던 형사 120명이 담당했다. 형사들은 피의자들을 직접 호송하기 위해 여러 차례 예행연습과 거쳤다. 기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 3개씩 배치된 좌석 가운데는 피의자가, 좌우에는 형사들이 앉았다. 국적기 안에서 수갑을 찬 피의자들은 비행 내내 아무 말 없이 좌석에 앉아 있었으며 형사와 동행해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형사들의 호송 아래 필리핀 도피 피의자들이 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피의자 검거에는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들의 기여가 컸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소속 경찰 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한인사회를 탐문하고, 증거를 수집해 필리핀 당국 수사와 검거를 지원했다. 또 필리핀 법무부‧이민청과 함께 집단송환 절차 협의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외국 경찰과 적극적으로 공조해 범죄자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반드시 검거돼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집단송환을 계기로 필리핀 도피 사범을 신속히 송환할 수 있도록 필리핀 당국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