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나?

[공감신문 시사공감] 어느덧 2017년도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pxhere/CC0 Public Domain]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올해도 참 ‘다사다난’ 했지 싶다. 사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았겠냐만, 올해는 특히나 ‘사상 처음’, ‘유례없는’, ‘이례적으로’ 등의 관용어가 많이 쓰였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날마다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속에서 어느 날은 기뻐하고, 또 어느 날은 슬퍼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나치다 보니 벌써 2017년도 저물어간단다. 정신없이 일상에 치이다 보니, 1년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한 것도 사실이다. 

여러분의 일기장 속 2017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pxhere/CC0 Public Domain]

시사공감 팀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국내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포스트를 읽으시는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2017년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 10일. 국민의 눈과 귀는 오로지 한 곳, 헌법재판소를 향해 있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0여 분 간의 사건 발표문 발표 말미에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主文)을 선고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것이다. 

벌써 10여개월이 흘렀지만 이날만큼은 잊지 못하겠다는 분도 많다.

덤덤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의 공백을 당시 총리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메꾸는 동안 청와대 밖은 곧바로 대선 정국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궐위된 때는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2개월 만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돼야 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 5월에 열린 19대 대선에서 쟁쟁한 5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광화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광화문에서 당선소감을 밝혔다. 

당선 직후 광화문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블로그]

“내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탄핵에서부터 조기대선까지를 이끌었던 촛불시민들의 염원은 단 하나였다.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이게 나라다”로 바뀌기를. 2017년 끝자락에 다다른 지금, 우리는 ‘이게 나라다’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을 탄핵국면에까지 이르게 한 이들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징역 3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징역 5년을 각각 1심에서 선고 받고 항소했다.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혔던 최순실 씨는 1, 2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 법원의 구속 연장에 반발하며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는 중이다. 사선 변호인 역시 총사퇴한 이유로 법원은 국선 변호인 5명을 지정, 박 전 대통령이 없는 궐석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 3년의 기다림 끝에 바다 위로 떠오른 세월호

3월 23일,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긴 시간 바다 깊이 가라앉아있던 세월호도 올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1037일 만에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약 2주 만인 3월 23일 오전 4시 47분. 처음 가라앉던 날처럼 좌현이 바닥을 향한 채로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지난 3년의 세월을 증명하듯 선체 부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세월호의 육상 거치까지 마무리되고 4월 18일부터는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선체 수색이 시작됐다. 이어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중 수색도 추가적으로 진행됐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었기 때문. 

12월인 현재까지도 다섯 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침몰해역과 선체 3, 4층에서 미수습자 4명의 유해 일부가 발견된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추가 수습 소식은 없었다. 

결국 지난 11월, 미수습자 가족들은 44개월간의 기다림을 뒤로 하고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자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해양수산부의 유골 은폐 의혹과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그날의 진실’ 등, 세월호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은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그들의 아픔이, 내년에는 조금 더 치유되기를 빌어본다. 

모든 의혹이 풀리기 전까지 우리 사회도 절대 그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나무위키]

물론,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은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킨 북한의 6차 핵실험 
올해 북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탄도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소식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긴장감이 고조됐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주장했다.

새해 신년사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에만 총 15회에 걸쳐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특히 7월 4일에는 첫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를 했고 이후에도 4차례에 걸친 도발이 이어졌다. 북한은 11월 29일, 또 다른 ICBM급 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9월 10일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 등을 위한 축하공연이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뤄진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인 지난 9월 3일, 북한은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단행해 국제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조선중앙TV는 이날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북부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곧바로 초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원유수출을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북제재 결의안(2375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한반도를 휘감은 긴장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남북 간 심화되는 갈등이 내년에는 가라앉을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지진의 공포 그리고 첫 수능 연기 
지난해 경주 지진의 공포가 다 사그라지기도 전인 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987년 한반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강진이었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확산됐다.

연속 2년 한반도를 뒤흔든 지진에 더 이상 지진의 공포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경각심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특히나 이번 포항지진은 진원이 얕았던 탓에 전국적으로도 진동이 감지되면서 공포심은 더욱 확산됐다. 

지진 발생 이튿날 예정이었던 수능 시험은 결국 연기됐다. 시험일자 연기는 수능 체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수능 연기는 없을 것이라 발표했지만 직접 피해상황을 확인한 행정안전부의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저녁, 수능을 일주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포항에서의 수능도 큰 사고 없이 잘 치러졌다.

이례적으로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각계각층에서는 이로 인한 혼선이 빚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혼란 없이 올해 수능은 무사히 치러졌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교육부의 뜻에 혼란스러웠을 수험생들도 공감하고 의연히 대처한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이 치러지고 난 뒤 입장자료를 통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배려심과 인내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수능이 무사히 치러지면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는 ‘지진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이라는 큰 과제가 남게 됐다. 특히 국내서 많이 쓰이는 ‘필로티공법’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이 포항지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를 보강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도 체육관의 찬 바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402명에 달한다.

또 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의 불편도 아직 가시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이재민들의 임시거처인 흥해체육관에는 187가구 402명이 추위와 싸우며 거주하고 있다. 그뿐일까. 포항시민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청소년 가혹범죄가 불러온 소년법 폐지 논란 
올해는 유난히 청소년들의 가혹범죄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이에 따라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올해 더욱 강하게 빗발쳤다. 

청소년 범죄의 정도가 날로 잔인해지면서,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10대 후반의 청소년 두 명이 범행 용의자로 지목됨에 따라 그 충격이 더했다. 초등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주범 A양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사체손괴·유기‘라는 죄명이 붙었다. 

A양과 범행을 모의한 B양은 당초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이후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A양의 진술에 따라 살인죄를 적용받았다. 재판부는 A양에게 징역 20년, B양에겐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지만 이들 모두 즉각 항소했다.

주범인 A양이 B양보다 더욱 낮은 형량을 받은 것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분개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청소년 범죄자의 형을 감경하도록 한 현행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조항이 맞물려 검찰이 A양에게 구형할 수 있는 최고형이 징역 20년으로 제한됐기 때문이었다. 

11월 29일,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A양과 B양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기 불과 며칠 전 SNS상에 올라온 피투성이 여중생의 사진 역시 소년법 폐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어린 나이에 찍힌 낙인으로 인해 범법 소년들이 다시는 사회로 복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청소년의 잔혹범죄가 내년에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고 연령을 낮추는 것 대신 범죄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잔인무도해져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때, 정부의 예방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 정유년을 돌아보며 
이 뿐일까. 돌이켜 보면 올 한 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짧은 글 안에는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아마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동안 또 다른 사건, 사고들을 떠올린 분들도 분명 있으실 거다. 

참 많은 일들이 우리를 지나쳐 갔다. [pixabay/CC0 Creative Commmons]

매년 이처럼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무사히 한 해를 보낸 여러분 모두 수고가 참 많으셨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맘때 나누는 인사로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를 건네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안다. 다가오는 무술년에도 세상은 우리 맘처럼 좋은 일만 일어나진 않을 것이란 걸. 어쩌면 올해보다 더 슬프고, 화나고, 괴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 모두 연말 마무리도, 새해맞이도 잘 하시길 바란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희로애락은 늘 공존한다고 하지 않는가. 분명히 올해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일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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