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 전담 여성은 4년째 감소…“고령화와 성역할 고정관념 변화가 원인”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의 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공감신문] 지난해 육아·가사를 전담한 남성 인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육아·가사 여성의 수는 몇 년째 감소세를 타고 있다. 과거 바깥일은 남자가, 집안일은 여자가 한다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와 가사를 맡은 남성은 17만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관련 기준이 새로 정립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업 육아·가사 남성은 2003년 10만6000명으로 시작해 2010년 16만1000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1년과 2012년 각각 14만7000명, 2013년 14만4000명, 2014년 13만명 등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5년 15만명으로 반등한 뒤 2016년 16만1000명, 2017년 17만명으로 3년 연속 늘어난 끝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특히나 이 같은 증가세는 가사를 전담하는 이들이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초등학교 입학 전 미취학 아동을 돌보기 위해 집에 있는 이들은 ‘육아’로, 이외 모든 가사 일을 돌보는 이들은 ‘가사’로 각각 구분 짓고 있다. 

육아를 전담하는 이들은 4000명, 살림을 도맡은 이들은 16만600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업 육아·가사 남성 가운데 가사활동을 하는 이들은 16만6000명,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는 4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측은 “남편이 집안일을 거드는 수준이거나,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가사·육아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며 “아예 바깥일을 하지 않고 집을 돌보는 이들에 한해 관련 통계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은 2015년 8000명, 2016년 7000명, 지난해 4000명으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지만, 가사만 하는 남성은 같은 기간 14만2000명, 15만4000명, 16만6000명 등으로 급증세를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여성의 수는 2014년 714만3000명으로 처음 전년대비 감소를 보인 이후 지난해까지 708만5000명, 704만3000명, 694만5000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더구나 육아·가사 여성의 수가 600만명대로 내려앉은 것은 2009년(699만9000명) 이후 8년 만이다. 

고령화와 성역할 평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이 같은 흐름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이처럼 육아와 가사를 맡는 남성의 수는 증가하는 반면 여성의 수는 감소하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고령화가 꼽힌다. 은퇴한 남성이 집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무너지면서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통계결과에 일조하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작년 상반기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9.2%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됐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만혼·비혼 추세가 이어지면서, 과거 육아·가사로 빠지던 30대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대거 진출하는 것과 함께 은퇴세대 여성의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며 “성 역할 평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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