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비공개로 치러진 깜깜이 행사…평양거리 곳곳에 '경축' 간판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6일 오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제7차 당대회 회의장에는 외신 기자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철저한 통제 속에서 충성 당원들만이 모인 그들만의 당 대회였다.

교도통신과 NHK는 북한 당국이 이날 120여명에 이르는 서구와 일본 등 외국 취재진을 4·25 문화회관 근처까지 안내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약 200m 거리에서 대회장 외관을 촬영하게 했지만 대회장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은 북한 인사를 인용해 "대회가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지만 회의 내용이나 진행 상황 등은 보도하지 못한 채 주변 분위기 등을 주로 소개했다.

교도의 취재에 응한 평양의 한 남성 주민은 "당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계기이자 뜻 깊은 대회"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심단결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도는 "지난 1980년 제6차 노동당대회 때는 118개국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북한이 한 세대에 한번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정치 행사를 시작했다"며 36년 만에 치러지는 노동당 대회 개막을 알리면서도 "100명 넘는 외국 기자들은 대회장 내부 접근이 금지됐으며 사진과 영상은 행사장에서 200m 떨어져 촬영하도록 제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 중에서도 홍콩 봉황위성TV가 평양 특파원발로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지만 회의장 출입 및 내부 촬영이 불허돼 회의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AP통신의 영상 서비스인 APTN은 이날 당대회장인 평양 4·25문화회관 주변의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4·25문화의 외벽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으며, '노동당 제7차 대회'라고 쓰인 글씨도 눈에 띄었다.

APTN의 전송한 영상을 보면 평양에는 안개가 낀 가운데 오전에 비가 내린 듯 도로가 젖어있었으며, 여성 교통안내원은 비옷을 입고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평양의 날씨는 한두 차례 비가 내리다 흐린 것으로 전망됐다.

당대회장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듯 도로 위 오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평양의 한 시민은 APTN과 인터뷰에서 "우리 당 6차 대회를 하고 7차 대회가 지금 36년 만에 정말 우리 원수님을 모시고 진행되고 있는데, 이 긍지와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가는 우리 조선 사람들 모두가 다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또다른 시민은 "조국이 있고 우리가 있다"며 "조국이 잘 되는 게 나 자신이 잘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공식화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6일 개막했다. 사진은 당 대회와 관련 외신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6년 만의 당 대회 개막…"김정은의 당" 우상화 주력

6일 개막한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공식화하는 행사로 꾸며졌다. BBC와 CNN 등 평양에서 당 대회를 현장 취재하는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날 오전 행사장인 4·25 문화회관에 입장했다.

북한은 당 대회 첫날 김 제1위원장 우상화에 주력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영원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이여"라는 문구가 들어간 조선작가동맹 시문학분과위원회가 지은 '위대한 승리의 봄이여!'라는 제목의 서사시를 소개했다.

노동신문도 '주체혁명 위업수행에서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될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라는 제목의 1면 사설을 통해 이번 당대회를 "우리 당 역사와 인류사에 특기할 승리자의 대회"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소형 핵탄두 개발은 당 대회에 드리는 선물"이라고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 우상화는 북한식 유일영도체제의 확립과 장기 집권 토대 마련이라는 포석이다. 올해 들어 북한이 4차 핵실험(1월 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제1위원장의 개회사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 등 당 대회 공식회의 상황은 북한 관영매체는 물론 초청 외신을 통해서도 보도되지 않아 '깜깜이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외국 국가나 당을 대표하는 주요 외빈도 참석하지 않아 '나 홀로 행사'로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 의미 있는 외빈이 당 대회에 참석한 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재일본조선인 축하단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축하단 등 민간 쪽에서 참석한 것 이외 국가나 당을 대표하는 외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3대 세습을 공식화하고 김정은의 지도자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과도기였는데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서막을 여는 장"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공식화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6일 개막한다. 사진은 대회가 열리는 평양 4·25 문화회관 주변의 5일 모습. /연합뉴스

 

북한 주민, 극도로 통제

평양의 한 소식통은 "당 대회를 맞아 지난 3일부터 평양 시내에 주민 단속이 한층 강화됐다"며 "보위부와 보안부 요원은 물론 평양 대학생들까지 '규찰대'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지하철이나 보행로에서 평양 시민을 상대로 단속이 이뤄지는데 김일성 초상휘장(배지)을 달지 않거나 여성들이 바지를 착용한 행위, 난잡한 옷차림, 심지어 기준에 어긋나는 머리카락의 길이와 모양까지도 단속대상이 된다"면서 "단속된 주민은 신분 확인 후 해당 당위원회에 명단이 통보돼 심하면 처벌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참가자들은 직위·직급에 따라 '창광산여관'과 '평양군인여관'을 숙소로 지정받았다"며 "4일 오후부터 규정 교육을 받았고, 5일에는 전체 참가자가 4·25문화회관에 모여 대회 예행연습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평양 시민 중 2천 명 정도가 선발돼 방청객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평양시에 머물던 외지(타지방)인은 1일까지 모두 철수시켰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제7차 노동당대회를 맞아 주민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책임을 전국의 공장기업소에 떠넘겨 반발을 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공장기업소마다) 7차 당 대회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업으로 주민들의 어려운 식량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구체적으로 15일분 식량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언질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보름치 식량을 (주민에게) 공급하지 못하면 연대적, 당적 책임을 지고 철직(해임)당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공급 기준을 직장마다 달리하고 있는데, 가족 모두가 아닌 노동자 본인만 공급하는 직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기관장들은 '공장기업소들에 뭐가 있어야 식량을 보장할 것 아니냐','위(당국)에서는 아래 실정을 다 알면서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기관장들 속에서 이번 지시만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데일리NK는 최근 들어 최대 명절인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에도 식량을 공급하지 못한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맞아 민심 확보를 위한 식량 배급의 책임을 공장기업소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로 노력동원을 강화하는데 대해 북한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일본 매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대표는 RFA에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둔 북한이 5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 군사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당 대회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공통적인 느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지난 24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이 대성공했다는 북한측의 보도에 대해 북한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여기는 전기도 없으니 보도를 못 본다"며 "국방력을 강화한답시고 계속 그런 데만 돈을 처넣고, 앞으로 잘 산다고 거짓말만 하고, 이제는 사람들이 실험하든 어찌하든 믿지도 않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김정은이) 자기 자리를 뺏길까 봐 두려워서 실험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 "솔직히 말해 전쟁이 나도 우린 누구 밑에 가서 살아도 지금보다 나을 거다. 위에서는 주민이 굶어 죽어야 편한 건지… 점점 살기 바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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