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으로 울며 스트레스 해소해, 대부분 회사원 20~50대로 이뤄져

최근 일본에서 감동적인 영화 등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루이카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감신문] 최근 일본에선 생산가능 세대인 20~50대 사이에서 ‘루이카쓰(淚活)’가 확산하고 있다. 

루이카쓰는 의식적으로 우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으로, 대표적으로 함께 모여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게 여기에 포함된다.

이달 초 일본 NHK 방송은 도쿄(東京) 우에노(上野)에 있는 루이카쓰 행사를 취재했다. 오후 7시경, 행사장엔 일과를 마친 약 20명의 회사원이 모였는데 스크린엔 지방 소재 악기판매회사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영상은 딸의 결혼 피로연에서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아빠가 죽은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곡을 서툰 솜씨로 연주하는 내용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루이카쓰는 애초 여성을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참가자 절반이 남성이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루이카쓰는 약 5년 전 도쿄에서 시작됐다. 한 이벤트 회사의 이벤트 플래너 데라이 히로키(寺井広樹)는 당시 ‘이혼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이혼식에서 실컷 우는 사람일수록 개운해 하는 걸 보고 ‘눈물에는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는데, 실제 도호(東邦)대학에서 뇌생리학을 연구하는 아리타 히데호(有田秀穂) 교수가 “눈물을 흘리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깊은 잠을 잤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루이카쓰 행사는 눈물을 쏟아낸 후에 모여 좌담회를 갖는다. 평소 남에게 보이지 않던 눈물을 보인 후에는 이상하게도 고민거리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애초 여성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루이카쓰는 현재 남성의 참가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늘었다. 남성 참가자는 30~50대가 대부분이다.

이달 초, 도쿄 우에노에서 열린 루이카쓰 행사 참석자들. [NHK 캡처]

시스템 엔지니어 미카미 요시하루(47)는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거래처와 관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사람과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회사에 취직한 후, 다른 사람과 조금씩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회사 선배의 권유로 남과의 소통을 더 잘해보려고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건 벌거벗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남에게 보이지 못할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 되면 친근감이 솟는다”고 말했다.

미카미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는가 하면, 눈물을 쏟아내고 싶어 행사에 참가했지만 좀처럼 울지 못하는 여성도 있었다. 도쿄 도내 건강·미용식품 상사에서 근무하는 요코하마 도모코(42)는 루이카쓰 행사 3번째지만 그동안 단 1번밖에 울지 못했다.

그는 회사에서 항상 최고의 실력을 올리는 여성 관리직으로 영업부문을 총괄하는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인 6명은 모두 남자이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다. 매일 보고를 받고 정확하기 일을 지시해야 하지만 남성 사원들과의 사이에서 벽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요코하마는 책상 위에 항상 손바닥 크기의 거울을 비치해 놓고 사원들이 ‘늘 웃는 얼굴인지’ 확인한다. 이런 고민을 숨기는 것에 익숙한 그는 행사에 참가해서도 ‘이런 데선 우는 게 편하지만 참자’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루이카쓰에 몰두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혼자 슬픈 영화를 감상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그런 그가 올해 초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 3명, 다른 부서 여성 사원 1명과 함께 루이카쓰를 열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영상물을 상영했으며 좌담회도 열었다.

요코하마의 말에 따르면, 평소 회의에서는 할 수 없었던 ‘한 꺼풀 벗어던지는 가까운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건네면서 회사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다.

실제로 눈물은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을 흘릴 땐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배출된다. 또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가 한결 적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루이카쓰 행사장엔 350명이 참가해 함께 눈물을 흘리는 등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루이카쓰의 인기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해소할 때가 없어지면서 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