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의 행위 어른들의 시각서 학교폭력으로 포섭하는 것, 매우 위험”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서 학교폭력 개념이 모호해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소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행위에서 학교폭력과 장난을 구별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자의적으로 해석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고등학생과 동일하게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학교폭력예방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것이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 15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가’ 토론회(더불어민주당 신경민 국회의원,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주최)가 열렸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 15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학교폭력예방법은 지난 2004년 처음 제정된 이후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수많은 논의와 검토로 22차례나 개정됐다. 교육부에서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여러 차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현장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야기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수차례 개정되면서 강력해져 왔지만 그에 맞춰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완화되거나 감소되지 못했고 자치위원회가 심의하는 학교폭력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건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심의건수는 1만7749건, 2015년 1만9968건, 2017년 3만1240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기준 4년만에 1만3491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급별 자치위원회 심의건수 및 증가율 2017년 기준 자치위원회 심의건수 증가율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50.5%로 중학교 32.3%, 고등학교 21.8%보다 평균 28.5% 높게 나왔다.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위원회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더 많이 심의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재를 맡은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자치위원회 심의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학교폭력 ‘개념’의 모호성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정의는 학교폭력예방법에 구정돼 있으나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매우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 김대환 기자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34617 판결에 따르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의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장난으로 가장한 행위나 형법상 범죄에 이르지 않은 괴롭힘도 가해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복됐으며,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 학교폭력으로 봐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법원에서는 학교폭력의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수민 변호사는 “학교폭력 개념의 모호함, 학교폭력 범위의 확장으로 많은 가해학생이 양산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일상적인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소송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생 저학년과 고등학생을 학생이라는 이유로 동일하게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하고, 어린 학생들의 행위를 어른들의 시각에서 학교폭력으로 포섭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규칙과 규범을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금녀 대구관천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아동기의 발달특성상 생활 자체가 장난이 심한 시기”라며 “어린 학생들은 주의집중 시간이 짧고 금방 교사의 지도를 받았더라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이금녀 대구관천초등학교 교장 / 김대환 기자

이금녀 교장은 “저학년 아이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다툼이나 괴롭힘을 일반적인 학생들의 범죄형 괴롭힘이나 상습적인 일탈과 동일하게 학교폭력으로 간주해 법 적용을 한다면 어린 아이들은 지나치게 어릴 때부터 무서운 법리적 잣대에 휘둘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주로 발생하는 생활 갈등으로 인한 분쟁과 일반적인 범죄적 학교폭력은 분명히 구분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폭력예방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학교폭력의 정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교우 간 갈등’과 ‘학생폭력’으로 구분해 단순 우발적인 사안과 경미한 사안은 ‘교우 간 갈등’ 사안으로 규정해 교육적으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한 신체폭력, 집단폭행, 지속적 괴롭힘, 금품 갈취, 성폭력 등 범죄형 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학교폭력을 2개의 개념으로 구분해 정의와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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