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건강손상, 업무상의 재해 포함하지 않고 있어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의 산업재해인정을 포함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한 선천적 태아질환 산업재해인정 법제화 국회토론회’(더불어민주당 이용득·제윤경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주최)가 열렸다.

지난 2009년 제주의료원에서 항암제를 다루던 간호사 5명이 유산했고, 4명은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더욱 두텁게 보호돼야하고 산재보험법을 불리하게 해석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에서는 태아가 아닌 태어난 그 이후에는 아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정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노동조건으로 인해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산재 인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현정희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장은 “현재 제주의료원 간호사 아기들은 10살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현재 입법부와 사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장 / 김대환 기자

현정희 본부장은 “산재보험제도 입법자가 업무상의 재해에 대한 입법을 목적으로 했으나, 그 내용이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 노동자를 위한 태아의 건강손상이라는 업무상의 재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 본부장은 “산재보험제도는 피해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제도로서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이다. 부모의 업무에 기인해 선천성 질환아가 출생해 장기간의 치료와 돌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부모나 가족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제도로 돌보는 것이 최소한의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제주의료원 사건의 쟁점은 장해자녀에게 산재보험급여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 일 것”이라며 “유산의 경우 산재를 인정하지만 장해자녀는 산재급여 청구권이 없다는 논거로 불인정됐다”고 말했다.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 / 김대환 기자

주평식 과장은 “선천성질환 자녀 출산에 대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경우 출산 과정 및 해당 질환의 치료비용을 요양급여로 지급해야한다. 선천성 질환에 대한 요양급여 범위에 대한 지급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산재는 외상 중심이지만 선천성질환은 주로 내부장기에 대한 장해이므로 내부장기에 대한 장해진단기준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 과장은 “산재보험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추진하고,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 작업 병행을 검토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인현주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여성근로자는 근로자로서 헌법 제34조 제1항, 제2항, 제6항 등에 따라 사회 보장수급권의 하나인 산재보험수급권을 가지고 있다. 즉 여성근로자의 업무로 인해 발생한 재해는 산재보험수급권으로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권리는 헌법 규정과 해석상 구체적으로 보장돼야 할 기본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현주 변호사는 “국가는 모성 보호 노력 의무가 있고, 임산부이거나 가임기인 여성 근로자는 ‘모성’으로서 국가에 모성의 보호를 청구할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주영수 한림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최근 이용득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주영수 한림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김대환 기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제91조의 12신설에 따르면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돼 출산한 자녀가 사망 또는 선천성 질환이 있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이에 대해 주영수 교수는 “상기한 태아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은 질환발생 기전(생물학적 개연성)을 추론해 볼 때 보건학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제91조의 15신설에는 선천성 질환이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남은 경우 15세에 장해판정을 해 장해급여를 지급하고, 장해보상연금 수급자일 경우 18세까지는 일정 비율 감액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 교수는 “치유될 수 없고 중한 선천성 질환의 경우는 언제, 어떻게 장해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 명확치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일부개정법률안에서의 장해급여 내용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선천성 질환을 염두에 두고 정리한 안으로 생각되나 현실에서는 의외로 보다 중한 선천성 질환들이 많을 수 있으므로 개정안에서부터 보다 더 다양한 선천성 질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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