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위 주택 14.02%↑…"'수급불균형'이 원인, 공급확대로 시장 안정화 모색해야"

지난달 상위 20% 주택의 평균 가격은 13억6818만원으로 전년대비 14.02% 상승했다.

[공감신문] 서울 고가주택들의 가격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오히려 고가주택의 희소성을 키워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주택 상위 20%(5분위 주택)의 평균 가격은 전년동월(11억9922만원)대비 14.02% 상승한 13억681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격 상승폭이 두번째로 높은 상위 21~40%(4분위) 주택의 평균 가격은 7억7811만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12.87% 올랐다. 

서울 내에서도 특히 인기 지역 고가 아파트들은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 달 전년동월대비 21.15% 올라 9년 내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에는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의 인기 아파트들이 포함돼 있다. 

인기 지역의 고가 주택들은 더욱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1.5%,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6.43% 각각 올랐다. 

이처럼 고가주택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가주택의 수요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정부의 분양가 통제 등으로 수요만큼 공급이 풀리지 않으면서 희소가치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집값 상승이 보장된 '우량 단지'를 보유하려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고가주택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고가 아파트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에서 2016~2017년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16년 9936건에서 2017년 8356건으로 줄어든 데 반해, 같은 기간 15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거래 건수는 226건에서 392건으로 73.45%나 늘어났다. 

그러나 앞서와 마찬가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들 가운데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분양가 15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은 1025가구다. 일반 분양된 주택 4만9288가구 중 약 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수급불균형은 고급주택뿐만 아니라 결국 전체 시장 가격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최고급 주택을 원하는데도 만족할 만한 신규공급이 없으면 차선책으로 그 아래 단계의 주택에까지 수요가 확장되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조사에서도 5분위 주택의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4분위 주택의 가격 상승률 역시 만만치 않은 오름세를 보였다.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급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급 주택 개발과 분양이 사실상 많지 않고 가격도 이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싱가포르 정부가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을 따로 관리하는 '투 트랙'(Two Track) 정책으로 공급균형과 세수 확대를 이룬 것처럼 우리 정부 역시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급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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