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최근 안방극장을 더욱 흥미롭고 쫄깃하게 만드는 드라마들이 있다. 바로 ‘미스티’와 ‘리턴’이다. 

‘리턴’은 주연 교체를 비롯해 여러 잡음이 있긴 했으나 초반부터 다소 파격적인 소재와 등장인물, 흥미로운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리턴’은 주연 교체를 비롯해 여러 잡음이 있긴 했으나 초반부터 다소 파격적인 소재와 등장인물, 흥미로운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 김남주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라 더욱 주목받았던 ‘미스티’가 방영을 시작했다. 

극중 김남주는 한 방송사의 간판 앵커를 연기한다. 첫 회부터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녀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가면 갈수록 놀랍다. 심야 시간에 ‘19세’를 걸어놓은 치정멜로 정도인 줄 알았는데 치정뿐만 아니라 현대 성인들의 복합적인 욕망과 피곤이 다 내제된 느낌이랄까. 

극중 김남주는 한 방송사의 간판 앵커를 연기한다. 첫 회부터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녀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했을 것이다.

진짜 악인을 가릴 수 없어 더욱 공감이 되는 요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더 두 편의 드라마.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치정과 법정이 공존하는 드라마라는 것이나. 그러나 그리 단순하고 유치하지만은 않다. 

이 드라마와 통한 당신이라면, 이런 영화는 어떨까? 미스티와 리턴만큼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나오는, 고급스럽고 훨씬 치명적인 치정멜로 영화들을 소개해 본다. 

■ 레이디 맥베스 (Lady Macbeth, 2016)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 ‘레이디 맥베스’는 조용히 상영관에 걸렸다. 토론토, 선댄스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초청을 받으며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었으나 영화 자체 분위기와는 어울리는 개봉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 ‘레이디 맥베스’

우리가 알고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부인’이 모티프가 된 영화라, ‘맥베스’만 보고는 엄청나게 장황하고 화려한 분위기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삶은 너무도 단조롭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기에 그녀는 ‘흥미거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레이디 멕베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부인’이 모티프가 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 몇 가지 중 하나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있다. 쓸데없는 무언가를 보태려 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겨우 89분의 러닝타임으로 충분하다. 캐서린을 연기한 플로렌스 퓨의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과 연기력 역시 인상적이다. 

도도하고 차분한 느낌의 치정극을 원하신다면 레이디 맥베스를 택하시길. 

■ 몽 루아(Mon roi, 2015)

뱅상 카셀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다.

오 이런. 일단 뱅상 카셀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다.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그에게서 벗어 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자기만 상처받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고 또 속는다.

아마 남녀노소 그의 행실을 보면 진절머리가 나고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또 그러한 달콤함을 이해하는 것, 그렇게 받아주는 이가 있을 때에 악한 본성이 되살아나는 것 역시 공감이 간다니!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그에게서 벗어 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자기만 상처받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고 또 속는다.

이 영화는 몹시 노골적이라 더욱 슬프다. 너무 달콤한 것을 먹어 오히려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랄까. 

■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

헐리웃의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치정 복수극인 ‘나를 찾아줘’. 당시 이 영화는 ‘역시 데이빗 핀처가 만들면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아냈었다. 

헐리웃의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치정 복수극인 ‘나를 찾아줘’

배우들의 호연은 감독의 팽팽하고 압도적인 연출을 만나 폭발적으로 그려졌다. ‘치정극’에 선입견이 있던 일부 남자 관객들도 이 영화엔 거의 반해버렸다며 이 영화는 치정극이 아닌 ‘스릴러’로 보는 게 더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뭔들 어떠하리. 스릴러도 맞고, 치정극도 맞다. 중요한 건 그 일이 벌어진 이유가 ‘치정’때문인 것이고 그들이 갈등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매우 끝내줬다는 게 중요하다. 

이 영화는 치정극이 아닌 ‘스릴러’로 보는 게 더 맞는 의견도 있다.

영화가 개봉한 지 3년이 넘은 데다가 당시 국내에서도 관객 수가 많았던 터라, 이미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보더라도 대단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약 150분에 달하는 이 영화는 한 순간도 관객의 숨통을 놓아주지 않으니,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시길. 

■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 2017)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빠져 나가 인적이 드문 마을에 부상을 입은 군인 존이 찾아든다. 여자들만 사는 마을. 다양한 욕망을 가진 여인들. 벌써부터 엄청난 태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느낌이 온다.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앙투아네트를 연기했던 커스틴 던스트는 이 영화에서 비주얼적으로 정말 매력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전에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앙투아네트를 연기했던 커스틴 던스트는 비주얼적으로 정말 매력적이었다. 드레스 속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고전미는 폭발적인 매력은 아니지만, 계속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에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검정 스키니진에 슬리브리스를 입고 걷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드레스 속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고전미는 폭발적인 매력은 아니지만, 계속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녀의 고전미가 다른 식으로 또 한 번 폭발한다. 그녀뿐이 아니다. 이젠 언니 다코다 패닝 못지않게 배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엘르 패닝, 그리고 여전히 최고의 여배우인 니콜 키드먼까지.

그녀들의 완벽한 매혹은 마치, 황홀한 여러 가지의 향수를 여기저기 마구 뿌려 아름다운 현기증이 이는 느낌이다. 

■ 튤립 피버(Tulip Fever, 2017) 

이 시대 최고의 ‘퇴폐미’ 종결자라 꼽히는 데인 드한. 1986년생으로 상당히 젊은 나이지만, 진즉에 결혼해 이미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팬들은 인정하려 들질 않는다. 그저 빼빼 마르고, 남 얘기 잘 무시하고, 웃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있어주길 원해왔었다. 

그래서 일까, 데인드한은 그 명성과 팬덤에 비해 SNS에서 인기가 없다. 자상한 가장으로서의 일상이 돋보이기 때문이랄까. 

이 시대 최고의 ‘퇴폐미’ 종결자라 꼽히는 데인 드한.

그런데 그런 데인 드한이 다시 퇴폐적인 캐릭터를 맡아 돌아온 게 아닌가. 심지어 때는 17세기의 암스테르담이며, ‘화가’라는 직업을 맡았다. 맙소사. 벌써부터 관능적이다. 

작년 연말에 국내 개봉을 했는데, 이미 상영 전부터 포스터만 보고 여자 관객들의 기대평이 마구 솟구쳤었다. 개봉날 바로 보러갈 것이라는 평이 줄을 이었다.

영화는 ‘튤립’이 상당히 귀하게 팔리던 당시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튤립’이 상당히 귀하게 팔리던 당시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다. 치명적인 튤립 속엔 그들의 사랑과 실망, 세속에 대한 욕망, 신분 상승 등 모든 것이 한 잎 한 잎 깃들어 있다. 튤립 시장에 관한 장면은 마침 ‘비트 코인’ 폭락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105분의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선 피눈물 난다’는 잊고 있던 아주 오래된 옛말이 떠오른다.

105분의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선 피눈물 난다’는 잊고 있던 아주 오래된 옛말이 떠오른다. 

매우 ‘자극적’인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다만 데인 드한의 눈빛 자체만으로도 ‘15세 이용가’를 걸어야할 지경이다. 

■ 완벽한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치정은 아주 고전적인 소재이다.

치정은 아주 고전적인 소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설득력이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일단 흥미로우며, 발단이 되는 감정에 대해 대단한 논리를 보탤 필요도 없다. 그래서 다양한 치정에 관한 작품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는 다소 전형적인 것도 있고 위의 영화들처럼 자기 색깔이 진한 것들도 있다. 

‘미스티’, ‘리턴’, 그리고 위의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완벽한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인에게도 어느 정도의 동정심과 이해심이 드니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죄’는 죄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지라도, 죄는 미움을 받아도 된다. 아마 이들 작품 속 등장인물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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