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최로 토크쇼 개최…200명의 여성들 삶의 고충 나누는 시간 가져

[공감신문]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성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200명의 여성들이 모여 삶의 고충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이라는 슬로건 하에 일상생활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나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주최로 7일 저녁 세계여성의 날 기념토크쇼가 열렸다. [서울시]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저녁,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2층 성평등 도서관 ‘여기’에서는 서울 거주 여성 200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여자로 살아가면서 고통스러웠던 경험이나 사회에 요구하고 싶은 대안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성차별·성폭력의 종식을 요구했다. 

학교 교사와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한 성교육 강사, 여대 교수에게서 성차별 발언을 들은 여대생, 피시방에서 온라인너머 여성에 대해 욕설하는 남성을 목격한 게임유저 등 다양한 사연들이 나왔다. 

이 자리에는 성폭력 관련 시민단체와 영화감독, 청년활동가 등도 참석해 ▲노동 ▲몸과 건강 ▲사이버 성폭력 ▲폭력과 안전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최근 번져나가는 미투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시]

이들은 최근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미투 운동에 불길이 붙을 때 여러 언론사에서 저희 단체에 동참하려는 피해자가 없는지 등을 물어왔다”며 “동영상을 동의 하에 찍었는지, 사진을 스스로 찍었는지 등에 따라 유포가 됐다 하더라도 피해가 다르게 구성되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은 미투운동에 동참하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얼굴과 신상을 드러내는 순간 피해 촬영물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 누군가의 스마트폰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올라와 성적으로 소비되고 모욕당할 것”이라며 “의식개선이 이뤄지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듣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에서의 권력자 고발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패널도 있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지난해 상담소 통계를 보면 전체 성폭력 중 86.3%가 아는 관계간 일어났고, 성인은 직장에서, 청소년은 학교와 가족에서 주로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권력은 특정 대권 주자라든지 노벨문학상 후보, 특정 연출가, 교과서에 나오는 극작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며 “생활동선을 따라가면서 작은 구조를 이뤄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크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패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과 패널들은 경험공유를 넘어 ▲서울시 기관장들의 반(反)성폭력 선서 ▲학생교육 및 몰카피해자의 일상복귀 지원 ▲일상차별을 이야기하는 공적공간 신설 ▲생리대 무상공급 등 ‘성평등이 당연한 서울’을 위한 여러 정책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참석자들과 패널들의 발언을 들으며 틈틈이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은 선거법상 정책에 대한 약속을 하진 못했지만 이날 나온 의견들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그는 “앉아있는 시간 내내 힘들었다”며 “한 사람의 남자로서, 시민으로서,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왜 이런 일들을 미리 하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을 했다”고 밝혔다. 

선거법으로 인해 박 시장은 이날 토크쇼에서 어떤 정책도 약속할 수 없는 대신 ‘검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박원순 시장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 신설을 ‘검토’하겠다”며 “뉴욕시가 생리대 자판기를 만들었는데 서울은 왜 못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나 기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 관련)교육”이라며 “오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좋은 교재와 강사를 확보하는 데 돈이 든다면 서울시가 절반을 지원하겠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는데, 조 교육감도 좋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