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가까운 인물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해 회장 자리를 놓지 않으려해

[공감신문] 갖은 문제로 KT그룹에 위기를 일으킨 황창규 회장이 자신의 분신과 같은 인물을 복수 대표이사에 선임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현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불법자금 출연 ▲경영권 보호와 연임을 위한 불법정치자금 제공 ▲KT노동조합 선거 불법개입 등 의혹을 받고 있으며, 특히 불법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한바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31일 오전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관 20여명은 이날 KT 대외 협력 담당 부서와 재무팀 사무실, 황 회장의 집무실을 대상으로 12시간에 가까운 압수수색을 벌였고,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와 관련한 회계장부 등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황창규 KT 회장

KT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동지회’와 ‘새노조’에 따르면 노조선거 불법개입 의혹은 더욱 심각했다. 

제13대 노조선거 당시, 사측에서 노조위원장으로 낙점한 김해관 대구본부위원장이 당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황창규 회장의 최종승인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황 회장의 고액연봉 등을 지적하며, 노조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신경민 의원은 황 회장에게 김해관이라는 사람이 위원장에 낙점된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현재 노조위원장이 김해관이다.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KT 광화문지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KT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결까지 나왔다. KT서비스는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7월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KT의 좋은 일자리’ 사례라고 치켜 세운 곳이라 충격이 컸다.

황 회장은 정책간담회에서 "2015년부터 KT는 콜센터와 개통•AS 인력 9000여명을 정규직화하고 계열사 편입을 통해 일자리의 질 향상을 적극적으로 도모했다. 그 결과 KT 서비스와 같은 회사는 고용이 안정됨에 따라 회사에 대한 직원의 로열티가 높아져 이직률이 감소하고, 고객만족도가 향상돼 회사 경쟁력 향상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다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좋은 일자리는커녕 부당 노동행위 판결을 받으며, 황창규 회장 경영의 민낯을 드러냈다.

의혹 덩어리라는 비판을 받는 황창규 회장이 얼마 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CEO와 이사회의 담합 구조를 공고히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 논란이 거세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근 황창규 회장이 정권 친화적인 사외이사 선임부터 지배구조 개편안까지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면 외관상으로는 이사회의 권한을 확대해서 CEO(최고경영자)의 어떤 권한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상은 CEO와 이사회의 담합 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해관 KT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온갖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이 황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사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가 'CEO 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황창규 회장과 한통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용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 위원장은 “국정농단에 협력하고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불법 행위를 자행한 현 황창규 회장을 퇴진시켜야 한다. 동시에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지 않도록 KT 내외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정연용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22일 공감신문과 통화한 KT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차기 회장에 KT전현직임원이 10명내외 인사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팎에서 차기 회장으로 하마평이 돌거나 출마 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요 인물로는 전인성 KT희망나눔재단 이사장, 임헌문 KT Mass 총괄사장(사내이사), 김태호 전 혁신기획실장, 노태석 전 KT 마케팅부문장, 송영한 전 KT마케팅본부장, 구현모 KT경영지원총괄 사장(사내이사) 등이 꼽히고 있다.

2018년 3월 23일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회장이 제시한 정관이 통과되면, 구현모 KT경영지원총괄 사장과 공동대표이사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이 경우 황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황회장의 최측근이 자연스럽게 회장직을 건네받을 수 있다는 게 정관에 반대하는 측의 일반적 견해다.

황창규 회장으로 인해 국민기업 KT가 위기를 맞았다.

더 최악인 것은 황창규 회장이 '복수 대표이사 정관’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주총회에 홍위병까지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2018년 3월 22일 본지가 취재한 결과, 황창규 회장은 주총을 유리하게 이끄려는 목적으로 KT직원 400여명을 주주총회 개최 하루 전, 같은 장소에 동원했다. 이들은 주총이 열리는 오전 6시부터 KT연구개발센터에 진입해 앞자리를 선점하며, 박수부대 역할과 함께 KT경영진에 대한 비판 발언이 나올 경우 야유와 방해하는 임무를 맡는다. 

안건에 대한 찬성발언을 할 직원도 선정하고, 공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반대발언자’ 역할도 뽑는 리어설을 주주총회 전날 같은 장소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더욱 황당한 건, 리허설 중 정연용 KT노조 본사지방본부 위원장이 나타나자, 400여명의 직원들이 빠르게 옆방으로 이동해 문을 걸어 잠그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연출했다.

이제는 물러나야 할 황창규 KT 회장

KT가 민영기업이라 외치는 황창규 회장의 실상은 독재정권 시절 국영기업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미 수 차례 제기된 의혹과 검찰조사는 뒤로한 채, 자신의 재임기간을 채우려는 모습이 역력하며, KT내부와 국회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현재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는 우리의 지난 날과는 많이 다르다. 권력은 공공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 개인의 탐욕과 권리를 위해 사용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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