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부관계자 "황 회장,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 제기한 전 임직원들 비방하고 있어"

황창규 KT 그룹 회장

[공감신문] 황창규 KT그룹 회장이 ‘불법정치자금 제공’(상품권깡) 의혹을 제기한 내부고발자들을 대외적으로 비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황창규 회장과 KT 일부 임직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등 55명의 국회의원에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법인 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방식을 이용해 불법적인 자금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경찰이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황창규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수사관 20여명이 12시간에 가까운 압수수색을 벌였고,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와 관련한 회계장부 등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 등 임직원들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안이지만, 황창규 회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혹을 제기한 전 임직원들을 비방하고 있다. 물론, 자신에게 의혹이 제기된다면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겠지만, 황창규 회장은 예민함은 특별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공감신문이 만난 KT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은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내부고발자들인 전 임직원을 비판하고 있다.

황 회장은 ‘전문 경영인으로 KT의 발전을 위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경영에만 충실했지만, 일부 임직원이 정권교체기에 맞춰 내부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해 회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의혹이나 혐의를 받을 상황이 아닌데, 몇몇의 세력이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혐의자인 황창규 회장이 이같은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갈 경우,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익을 위해 회사의 문제를 고발한 이들이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내부고발을 한 전 임직원들을 비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창규 회장이 KT의 사외이사에 과거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을 대거 선임하며 현 정권과 가까워지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

내부고발자가 가해자가 되는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지부진한 수사에 더욱 속도가 붙어야 하며, 정치권도 더 이상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황창규 회장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다수의 의원들이 부실한 경영과 고연봉, 노조선거 불법개입 의혹과 같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사의 속도도 느려졌으며,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열기는 언제 뜨거웠냐는 듯 식어있다.

일부는 황창규 회장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권교체기의 경영진 물갈이'라고 지적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드러난 의혹들을 그대로 덮을 수는 없다. 회사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속속 드러나는 적폐와 혐의들에 대한 진실만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