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것들에 대한 65편의 에세이...2년 전 ‘채식주의자’ 이어 또 선정될까

[공감신문] 2년 전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던 소설가 한강(48)이 '흰'으로 같은 상의 최종 후보에 또 지명됐다.

원칙상 작가의 중복 수상이 가능해 한강이 이번에도 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년 전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던 소설가 한강(48)이 '흰'으로 같은 상의 최종 후보에 또 지명됐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강의 '흰'(영문명 'The White Book')을 포함한 6명의 최종 후보(shortlist)를 발표했다.

운영위원회는 영어로 번역된 해외 소설 108편을 심사해 지난달 12일 1차 후보를 선정한 데 이어 이날 다시 6명을 추렸다. 최종후보로 뽑힌 '흰'은 수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달리 작가가 아니라 작품에 주는 상이어서 중복 수상이 가능하다.

운영위원회는 '흰'을 “흰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색’에 대한 명상록”이라 평가하며 삶의 연약함, 아름다움 그리고 기이함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소설과 시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에는 안개, 배내옷, 소금, 레이스 커튼, 달, 쌀, 파도, 백목련 등 세상의 온갖 흰 것들에 대해 쓴 65편의 짧은 에세이가 담겼다. 세상에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이 쓰여 있다.

작품은 지난 2016년 5월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직후 한국에서 먼저 세상으로 나왔다.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흰’에 대한 영국의 반응은 한국보다 더 뜨거웠다. 가디언은 출간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흰’을 유명 작가들에게 추천받아 소개하는 ‘2017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았다.

작품에는 안개, 배내옷, 소금, 레이스 커튼, 달, 쌀, 파도, 백목련 등 세상의 온갖 흰 것들에 대해 쓴 65편의 짧은 에세이가 담겼다.

맨부커 홈페이지에 지난 5일 게시된 작가 인터뷰에서 한강은 1차 후보에 오른 것에 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흰'은 궁극적으로 소설이지만, 동시에 픽션과 에세이, 시의 경계에 있는, 분류에 저항하는 책이다. 이렇게 실험적인 형식의 책이 후보작에 포함된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놀라운 일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한강의 '흰'과 함께 최종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은 ▲이라크 작가 아흐메드 사다위의 '프랑켄슈타인 인 바그다드'(Frankenstein in Baghdad)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더 월드 고즈 온'(The World Goes On)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무뇨즈 몰리나의 '라이크 어 페이딩 쉐도'(Like a Fading Shadow)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플라이츠'(Flights) 등이다.

이 중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는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자로, 한강과 같이 두 번째 영광을 노리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한강을 비롯해 맨부커상 수상 전적이 있는 작가들을 다시 뽑을 것이냐의 문제로 토론을 벌였다.

심사위원장 리사 어피그나네시는 “가장 좋은 작품을 뽑아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며 “한강의 ‘흰’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식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흰'을 “흰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색’에 대한 명상록”이라 평가하며 삶의 연약함, 아름다움 그리고 기이함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앞서 가디언은 '흰'이 출간된 직후 유명 소설가 데버러 레비의 리뷰로 작품을 자세히 소개했다.

레비는 "'채식주의자' 작가가 삶과 죽음에 관한 자전적 성찰을 힘있게 썼다", "'흰'은 신비로운 텍스트이고, 어떤 면에서는 세속적인 기도의 책이다. 나는 이 작품의 의도와 형식, 목적에 경탄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최종 수상자 발표는 오는 5월 22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이뤄진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약 7600만원)가 주어진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며 영미권에서는 노벨문학상에 못지 않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16년 작품 ‘채식주의자’로 한강이 수상한 인터내셔널 부문은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르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신설됐다.

처음에는 비영어권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나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또 원작자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번역가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번역문학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번역가에게도 상을 수여하는 공동 수상 방식으로 변경됐다.

지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공동 수상’의 첫 주인공이었던 한강과 데버러가 다시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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