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민주당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가운데, 백악관과 공화당이 비밀 방북을 고리로 ‘폼페이오 구하기’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은 폼페이오 내정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날 정도로 북미정상회담 준비의 ‘키맨’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민주당이 발목 잡기를 멈춰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비밀방북을 인준의 호재로 삼기 위해 달려든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오찬장에서 폼페이오 방북을 언급하며 “훌륭한 만남”,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나는 폼페이오가 비범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 “우리나라는 정말로 그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 역시 전화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일의 조언을 구하는 데 있어 폼페이오에게 많이 의지한다”며 “(폼페이오 내정자의 방북이) 외교를 위해서도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화 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상원 정보위 소속 톰 코튼 의원도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폼페이오 내정자가 너무 호전적이라고 비판했는데,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것이야말로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인준안이 부결된다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의 준비와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 같은 때에 외교수장 자리를 채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더는 강조할 수 없다”며 “민주당 사람들은 잠시 정치를 옆으로 치우고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인지, 폼페이오를 인준해야 한다. 정치력을 보여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지원사격에 보수진영 외곽그룹 인사들도 “폼페이오 내정자의 방북은 판도를 바꿀 중요한 사안”이라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화당 텃밭 지역구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이 그의 방북을 마지못해 칭찬하고 있다”며 “이번 방북 및 김정은과의 면담이 상원 외교위 표결 과정에서 직접 변수가 될 것 같진 않지만, 본회의 단계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개적인 지원사격에도 여전히 폼페이오 내정자의 인준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상원 외교위는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의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의원이 공개적으로 폼페이오 인준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그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 위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진다면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없기 때문. 

현재까지 민주당 위원 10명 중 9명은 폼페이오 내정자 인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아직 크리스 쿤 의원만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원 외교위에서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밥 코커(공화‧테네시) 외교위원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달아 인준안을 상원 전체회의로 넘겨 표결에 부칠 수는 있다. 단, 역대 미 국무장관 가운데 외교위에서 거부당하고도 최종적으로 의회 인준을 받은 인사는 아무도 없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겨우 2석 많은 상원 의석 구조’, ‘폴 의원의 반대 가능성’, ‘최근 수술을 받은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의 부재’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찬성해야 폼페이오 내정자의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폼페이오 내정자의 중앙정보국(CIA) 국장 인준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 의원 14명 중 상당수가 이번에는 반대로 돌아섰다. 조 맨친(웨스트버지니) 의원 등 일부만이 폼페이오를 지지하고 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은 북미정상회담 준비 작업과 관련해 폼페이오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국무장관으로서는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폼페이오는 외교를 주도할 인사로는 부적격”이라면서도 “정상회담 준비 자체는 환영”이라고 말했다. 

외교위 간사인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즈(뉴저지) 의원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폼페이오 내정자가 간사인 자신에게도 방북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문제 삼았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고귀한 목표이고 폼페이오-김정은 면담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폼페이오 인준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민주당 이탈표를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폼페이오 내정자의 극비 방북이 인준 작업에 청신호를 켜는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