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지금 당장 아무 펜이나 집어 들고, ‘과일’의 생김새를 간단하게 그려보자. 생각할 필요 따윈 없다. 그냥, 그림 실력 보려는 거 아니니까 쉽게쉽게 그리면 된다. 자, 결과물을 보여달라. 사과? 포도? 딸기? 바나나? 아니면 수박? 뭐, 대부분 비슷하실 게다.

조금 속상하게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과일의 모습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상상력, 창의력 그런 게 부족해서는 결코 아닐 테고, 자주 먹는 과일이나 쉽게 찾을 수 있고 흔히 보이는 과일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랄 수 있다.

과거엔 나름 귀했다지만 요즘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나나. 예전과 달리 우리에게 익숙해진 과일들 중 하나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헌데, 과연 세상 모든 과일이 다 비슷비슷한 모양새일까? 매끈매끈하고, 알록달록한 색에 둥그스름한 타원형으로? 또 향이나 맛은? 달착지근하거나 새콤한 향기에, 한 입 베어물면 달달한 물기가 가득한 시원한 맛? 과연 세상 모든 과일들이 그러할까?

물론 그럴 리가 없다. 드넓은 지구별 위에는 온갖 다양한 환경들이 갖춰져 있으며, 숱한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걸. 그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기상천외한 생김새나 향, ‘과일 맞니?’ 싶어지는 독특한 맛을 지닌 과일들도 분명히 있다.

독특한 생김새의 열대과일 '용과'. 심심하고 별 다른 맛은 없더라. 나중에 알고보니 '무미(無味)'인 걸로 나름 유명하다는 듯.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해외여행을 종종 다니는 분들 중에 그런 독특하고 요상한 생김새의 과일을 보거나, 맛봤던 분들도 분명 계실 거다. 그래서, 맛이 어땠나? 궁금해 죽겠네. 오늘의 공감신문 교양공감 포스트는 특이하게 생긴 과일들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조금 궁상맞지만, 포스트를 작성하는 에디터 본인도 이 과일들은 한 번도 맛본 적이 없기에 생생하게 소개해드리긴 힘들다. 만약 독자 여러분 중 ‘유경험자’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우리에게도 그 맛과 향에 대해 알려주시라.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 과일의 왕, 두리안

흡사 철퇴처럼 생긴 두리안! 저걸로 맞으면 어떻게 될까? [pixabay/ cc0 creative commons]

얘는 이제 나름대로 상당히 유명해진지라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생경한 과일은 아닐 듯 하다. 아시다시피 두리안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흉기’스러운 비주얼을 지녔다. 두터운 껍질에 뾰족한 돌기들로 뒤덮여있다. 이거 완전 철퇴 아니냐?

드래곤볼의 등장인물 '도도리아'는 두리안의 이름과 생김새를 본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드래곤볼 위키 캡쳐]

그런 무시무시한 겉모습에다가 향은 또 어떤가. 비록 직접 맡아보진 못했지만 그 악명은 이미 많이들 들어보셨을 터. 열대과일 두리안은 그야말로 끔찍한 향을 지니고 있다. 공감신문의 기자 중 하나는 ‘고양이 똥’, 아니면 ‘하수구’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

버터나 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라고? 과일인데? 어째 매치가 잘 안 되는 것도 같다. [photo by fra-NCIS on flickr]

철퇴를 연상시키는 외양, 시궁창 같은 냄새(시체 썩는 냄새라고도 하더라)와 달리 맛은 또 기가 막히다고 한다. 일단 일반적인 과일처럼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고 상큼한 느낌이 아니라, 커스터드 크림, 버터 같은 식감이라고. 최상의 두리안에서는 부드러운 모카커피와 같은 맛이 난다던데, 에이~ 과일에서 무슨! 거짓말 좀 하지마세요! 직접 먹어보기 전엔 믿지 않겠다.

 

■ 외계 과일? 키와노 멜론

'외계'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기묘한 비주얼의 키와노 멜론.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번에 소개할 ‘키와노’, ‘키와노 멜론’은, 음… 혹시 만화 ‘드래곤 볼’ 보셨는지? 왜, 거기서나 봤을 법한 비주얼이다. 마인부우가 봉인돼 있을 것만 같은. 아니면 나메크 행성 에피소드에서 등장했을 법한.

키와노의 돌기에는 뾰족한 가시가 달려있다고 한다. 접할 계기가 있다면 조심하시길. [photo by prilfish on flickr]

삐죽빼죽한 돌기가 인상적이었는지, 이름은 ‘아프리칸 혼 큐컴버(African horned cucumber)’, ‘혼 멜론(Horned Melon)’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키와노라는 이름은 ‘키위’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이 과일은 미국, 남부 유럽, 독일,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참외나 오이처럼 씨앗이 많단다. 씨를 꼭 뱉어내는 분들이라면 번거로우실수도 있겠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식감은 젤리, 혹은 ‘뿔 오이’라는 이명대로 오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맛은 바나나와 라임의 중간 정도라고. 또, 섬유질과 구연산이 풍부해 변비에도 좋다고 소문이 났다. 다만, 마치 참외나 멜론처럼 씨가 무수히 많으니 평소 과일 씨를 먹지 않는 분들이라면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겠다.

 

■ ‘우주적인’ 비주얼, 스크류 파인

여러분은 지금 행성이 폭발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계십니다(뻥). [photo by dmarcopr on flickr]

학창시절 지구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배우셨을 게다. 지구 표면에는 지각이 있고, 그 안으로는 맨틀이 자리 잡고 있으며 더 깊은 중심부에는 외핵과 내핵이 있다. 그때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봤던 지구 단면도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듯 싶다.

겉 껍질이 꽤 단단하다던데… 저게 머리 위로 떨어지면 큰 사고가 날지도… [photo by brewbooks on flickr]

마치 행성폭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스크류 파인’은 하와이 등지에서 자라는 과일로 하와이어로는 ‘할라(Hala)’라 부른다. 겉은 녹색이고 안쪽은 붉은 색을 띄는데다 알맹이가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한때 온라인상에서 ‘지구를 닮은 과일’이라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독특한 색과 모양의 할라 껍질은 장신구 제작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wikimedia]

참고로 말하자면, 의외로 저 녹색과 붉은 색의 것은 먹는 게 아니란다. 오묘한 색의 저 부위는 상당히 단단한 겉껍질이라고. 그리고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내핵… 아니지, 안쪽의 알맹이라고. 알맹이의 맛은 파인애플과 흡사하다고 알려졌으며, 먹을 수 없는 겉껍질은 똑똑 따서 공예품으로 활용한다.

 

■ 이게 부처님 손가락 모양이라고? 불수감

불수감, 영어로도 'buddhas hand'라 불린다. 아니, 손이 대체 어떻게 생기셨었길래…!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감귤류에 속한 이 과일은 사실 그리 호감 가는 외양은 아니다. 부처님의 손 모양을 닮았다고 ‘불수감(佛手柑)’이라 불린다는데, 만약 부처님의 손이 정말로 저랬다면 상당히 독특한 용모를 지닌 분이셨을 게다.

불수감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늘 입에 달고 사시는 데비 존스님(또 뻥). [디즈니 위키]

사실 불수감은 ‘부처님 손’ 보다는 크툴루 신화 속 미지의 존재를 닮은 것도 같다. 아니면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등장인물의 턱 밑에 달린 뭔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쨌거나 ‘촉수괴물’을 연상시키는 건 확실하다.

아…? 이런 사진을 보니 또 불수감에 왜 그런 이름이 붙게 된 건지 이해가 간다. [photo by courtneyBM]

이 불수감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과육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쓰임새가 그리 폭 넓진 않으며, 약용 또는 관상용으로 기르는 분들이 많다고. 잠깐, 약용? 그렇다, 불수감은 기관지에 좋아 천식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단다. 또 폐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너어~ 생긴 건 촉수괴물 같은데 건강에는 참 좋은 녀석이로구나!

 

■ 죽기 전 꼭 먹어봐야 할 체리모야

체리모야(Cherimoya), 체리(Cherry)와는 상관 없다. 용의 알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 [photo by robert couse-baker on flickr]

중미, 남미 지역에서 자라는 ‘체리모야(Cherrymoya)’는 케츄아 언어로 ‘차가운 씨(씨앗)’를 뜻한다. 높은 고도에서 자라기 때문이란다. 이 과일은 뛰어난 풍미 때문에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과일’로도 종종 꼽힌다고 한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도 체리모야에 대해 “인간이 아는 한 가장 맛있는 과일”이라 평가했다고.

울퉁불퉁한 껍질 안쪽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들어있다. 그 당도는 여느 과일 못지 않다고 하던데, 과연…?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에디터가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한 여러 과일들 중 맛에 대한 경험자들의 가장 평가가 좋고, 그래서 가장 궁금해지는 이 과일은 속살이 매우 부드럽다고 한다. 또, 그 맛은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이 섞인 것 같은 맛이라고 알려져 있다. 각종 후기 등에 따르면 특히나 단 맛이 상당히 강렬하다던데, 달콤한 과일을 좋아한다면 그 맛이 심히 궁금해지실 게 분명하다!

볼수록 참 희한하게 생겼다. 사랑과 정성으로 품어주면 용이 부화할 것만 같고.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설명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이 체리모야는 울퉁불퉁하고 비늘로 뒤덮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판타지 드라마 등에서 묘사되는 ‘용의 알’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물론 껍질과 씨는 먹을 수 없다. 체리모야 자체가 상당히 부드러운 과일이므로, 스푼으로 껍질까지 긁다가 같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란다.

 

■ 어느 별에서 왔을까, 카람볼라

삐죽빼죽한 형태의 카람볼라. 썰어놓기 전엔 이런 모양이란다. [maxpixel/cc0 public domain]

동남아시아,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생산되는 이 과일의 또 다른 이름은 스타 후르츠(Star Fruit)’, 직역해보면 별 과일이다. 자르기 전에는 잘 모르겠지만, 잘라두면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게 된 건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단면이 오성(五星)을 닮았기 때문이다.

썰어놓으면 이렇게 별 모양이 나오는지라, 장식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photo by vegan feast catering on flickr]

카람볼라는 수분이 많고, 사과 혹은 자두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톡 쏘는 신 맛이 나는 품종도 있다고. 때문에 열대 지역에서 무더위에 지쳤을 때 먹으면 청량감을 주고, 열기와 습기를 식혀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설정상 외계인인 케로로가 매우 좋아한단다. "케론 인에게 좋은 성분들이 많이 함유돼 있다"라나… [케로로 위키 캡쳐]

별을 닮은 깜찍한 모양에 혹하기 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카람볼라에는 옥살산이 다소나마 포함돼 있는데, 이 옥살산은 신장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신장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예뻐도 카람볼라를 피하시길 권장한다.

 

■ 바나나, 포도, 사과 말고

과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종종, 혹은 이따금씩 우리는 과일을 먹는다. 과일은 밥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도 그만이고, 정신없이 바쁜 아침 출근길을 나서기 전 우리 뱃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식사와 식사 사이의 출출한 시간에 호기심 많은 우리 입을 달래주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과일들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와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이 독특한 과일들은 일상이라기엔 조금 생소하다. 만약 바나나, 포도, 딸기, 사과, 수박 등 우리가 흔히 먹어온 과일들이 ‘밥’이라면, 두리안이나 키와노 멜론, 체리모야, 카람볼라 등은 빵이나 라면 같은 느낌이랄까?

두리안과 람부탄, 망고스틴 등 우리가 평소 자주 먹지 않는 이런 과일들은 색다른 매력(과 색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photo by fra-NCIS on flickr]

우리가 삼시세끼 늘 밥만 먹고 살지 않듯, 가끔은 과일을 ‘외도’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하다. 이국적인 음식, 여행지, 각종 아이템 등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우리인데, 별난 과일들에는 또 도전해보지 못할 이유가 뭔가.

분명 국내에서는 쉽사리 구할 수 없는 과일도 있겠으나, 그걸 구해보는 것 역시 도전이 될 수 있을 터다. 그리고 또,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종류의 열대과일을 팔고 있으니 부득불 핑곗김에 해외로 떠나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행이 요즘은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몇몇 종류의 열대과일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달콤하고, 새콤하고, 입 안 가득 상큼한 과즙을 터뜨리는 온갖 종류의 과일들! 만약 퇴근길에 대형마트 등을 들러볼 기회가 생긴다면 오늘 저녁의 후식은 평소 먹어본 적 없는 이색 과일들을 골라 집어보자. 맛도 모양도 색다른 그것들이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을 한결 새콤달콤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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