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다다른 여당과 야당의 입장, 여론 지지없는 야당의 특검 요구, 다양해진 협력관계

제작=고진경 기자

[공감신문]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따른 여야의 대립이 격화·장기화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야당이 제시하는 특검이 ‘대선 불복 특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달 넘게 지속돼 온 이번 대립으로 국회는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주요 현안과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그 누구도 드루킹 특검 국면이 이 정도까지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터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대립 중이고 거듭된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출마의원들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에도 여야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실에 모여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번에도 역시 결과물은 없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협상 후 4월 세비를 반납하며 "청년 일자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민생법안들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국회에 쏟아지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각 정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 고진경 기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 후 "민주당은 어떤 경우든 특검 수용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대체 여야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기사에서는 국회 정상화를 막고 있는 드루킹 특검 정국의 현안들을 짚어봤다.

먼저, 가장 큰 현안은 특검의 범위다. 지난 4월 여론에 알려진 드루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김동원(49·구속기소) 씨가 민주당의 당원이라는 사실과 함께 여당의 주요 인물인 김경수 의원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야당의 공세가 시작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드루킹 사건이 국정원 댓글 조작에 버금가는 여론 조작 사건이라며 특검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것과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특검 불가론을 고수해 왔다.

여야의 한 치 물러섬 없는 모습으로 드루킹 특검 대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판문점 선언 비준 등 처리를 제시하며 ‘조건부 특검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조건부 특검이라는 이유 때문에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특검을 위한 협상이 진행됐다. 이때 합의점을 찾고 국회가 정상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특검의 범위 떄문에 여야는 다시 등을 돌렸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을 한 당원의 댓글조작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 풀어가려 하는데, 야당은 범위를 이전 대선과 현 정부에 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 윤정환 기자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드루킹팀의 댓글공작 표적이 안철수와 홍준표에 이어 반기문에게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쯤 되면 드루킹팀이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캠프 온라인 참수 부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감출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드루킹 사건으로 대선 부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대선에 부정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우리는 드루킹 특검을 하자고 한 것이지 대선 불복 특검을 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면서 "더 이상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 취임한 홍영표 원내대표도 야당의 요구과 관련해 "마치 대선을 부정하는 듯한, 지난 대선에 불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특검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 혁명과 국민에 의해서 탄생한 정부이지, 댓글 공작을 통해서 탄생한 정부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드루킹 특검을 하게 된다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치고,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 박진종 기자

여야 양측 모두가 마지노선에 서서 상대방의 양보만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는 어느 일방이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임이 뚜렷한 상태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해 특검을 받아들일 경우 중반으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 주는 것은 물론, 높은 지지도에 따른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

한국당 등 야당에는 민주당과 격차를 줄이고 다음 총선과 대선의 발판을 마련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드루킹 특검이 유일하다. 그런데 원하는 만큼의 범위를 확보하지 못한 특검을 시행한다? 야당은 특검을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양측 모두가 양보하거나 물러설 수 없는 상황과 함께 문재인 정부·민주당의 높은 지지도와 다당제에 따른 다양한 협력관계도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야당은 드루킹 특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요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도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

또 모든 현안이 그렇지는 않지만, 몇몇의 건은 야당이라도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협력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정당 지지도 / 리얼미터

드루킹 특검에 반격할 수 있는 카드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일베(일간베스트)의 국회 홈페이지 매크로 정황이 포착된 것도 민주당이 더욱 신중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얼마 전 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박사모와 일베의 매크로 사용 고발 방침을 알린 바 있다. 특히, 이 의원과 박 의원은 일부 정치권이 박사모·일베와 동조했다며 오히려 이들 단체에 대한 특검부터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정상화 등 여야의 합의가 불발되는 이유로는 이렇듯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물론, 정당의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미래와 이익이 중요하겠지만,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가 높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반드시 대승적인 결단에 따른 합의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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