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30여년 전부터 학살사건 알고 있어”...각종 증언 수두룩

5.18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공감신문]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은 18일, 계엄군이 시민들이 탑승한 버스에 총격을 가해 십여명 이상 사망한 ‘너릿재 양민학살 사건’을 담은 군 대외비 문건이 드러났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소재로도 사용된 너릿재 양민학살 사건은 ‘주남마을 미니버스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그간 군은 양민학살을 적극 부인해왔으나, 해당 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문건이 확인됐다.

18일 무소속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5.23 무장시위대 교전 후 부상자 처리 결과’라는 제목의 군 대외비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지난 1988년 5월 광주청문회 전 국방부가 작성했다. 문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군은 30여년 전부터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청 장악한 5·18 계엄군

국방부는 문건에 “1980년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공수부대 11여단 62대대 관할 지역에서 계엄군과 시위대 사이 교전이 발생했다”며 “군인 1명이 부상당하고 시위대는 17명 사망, 2명 부상당했다”고 기록했다.

문건에는 당시 계엄군으로 현장에 위치했던 이들의 증언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국방부는 증인들이 말하는 사건이 너릿재 학살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11여단 부대원으로 복무한 한 증인은 “군인들이 일제 사격을 개시해서 버스에 탄 18명 중 13명이 사망했다”며 “여고생 1명은 오른손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다른 11여단 출신 증인은 “내가 있던 곳까지 생존자를 끌어내서 데려온 걸 봤다”며 “리어카 안에 청년 2명과 여고생과 할머니가 있었는데 할머니는 눈에 총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일반 부대원 출신뿐만 아니라 당시 부대 고위 간부 증언도 이어졌다. 

11여단 참모장이던 양대인 씨는 “계엄군이 매복해서 길목을 지키고 있었는데 버스 한 대가 검문에 응하지 않고 계속 달려서 총격을 가했다”며 “탑승자 10여명이 사망하고 유일한 생존자 여고생은 후송됐다고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시체는 가매장하고 광주를 탈환한 뒤 지역대장이 확인·발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암매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로 얼룩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국방부는 “사건의 정확한 장소와 시간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23일 발생한 사건으로 추정되는데, 부상자에 여고생 1명이 있는게 동일하다”며 “비공식 자료에도 두 눈 결손 환자 기록이 있는데 증언과 일치한다”고 문건에서 전했다.

30여년 전 작성된 문건에 이같은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국방부는 이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도 그간 공식적으로는 부인해온 것이다.

손금주 의원은 “군이 무장하지 않은 부녀자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이를 알고도 부인한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며 “군이 5.18 진실은폐에 골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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