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12시 30분 성남공항에서 정부 수송기 타고 원산으로 출발

[공감신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취재하려는 남한 취재진 방문을 거부하던 북한 당국이 23일 남한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며 남한과 미국·영국·중국·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인 23일이 핵실험장 폐기의식 예정일이라는 점은 감안하며, 북한은 사실상 폐기의식 당일 날 우리 취재진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식을 취재하려는 외신 기자들이 원산 갈마공항에서 입국수속을 하고 있다. / 신화뉴스 트위터

지난 16일 새벽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한국과 미국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를 문제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알렸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도 불투명해졌다.

우리 정부는 경색된 국면에서도 핵실험장 폐기의식 취재를 위해 기자 명단을 북한 당국에 거듭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남한 기자단은 배제하고 미국·중국·영국 등 외신 기자단만 태운 채 떠나버렸다.

남한 기자단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가 무산됐다는 우려감이 점차 커졌지만, 결국에는 북한 당국이 명단을 접수하면서 '취재 무산'이라는 우려를 종식하게 됐다.

남한 기자단은 성남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타고 원산으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오늘 판문점 개시 통화 시 북측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방문해 취재할 우리 측 2개 언론사 기자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으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북측을 방문할 기자단에 대한 방북 승인 및 수송지원 등 필요 조치를 조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 취재단은 이날 12시 30분 정부 수송기편으로 성남공항에서 원산으로 출발한다. 돌아올 때는 직항편이 아닌 다른 국가 기자들과 함께 중국을 거쳐 오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유감표명이다.

남한 취재진의 방북이 불발된 다음 정부는 조명균 장관 명의의 입장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우리측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감 표명 당시에 북한의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유감 표명에 따른 북한의 입장선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다음은 통일부의 거듭된 명단 통보다. 북한이 남한 취재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고, 폐기행사 일이 가까워졌음에도 통일부는 지속적으로 취재 명단을 보내는 등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 등 한미정상회담이다. 굳건한 한미동맹관계를 대외적으로 알린 이번 회담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남한 취재진의 핵실험장 폐기의식 취재는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소식임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색된 한반도가 다시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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