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골라 답하며 민감한 사안 피해…페이스북 측 “질의·응답 형태 우리가 선택한 것 아냐”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유럽의회 지도자들에게 정부 유출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오히려 유럽의회의 불만이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신문] 2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유럽의회 지도자들에게 자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저커버그는 미국 의회 출석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 의회에 직접 출석해 사과했지만, 유럽 의회는 이 해명이 부실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의 증언으로 유럽의회 지도부가 당혹했으며, 화가 났다”라고 보도했다. 

유럽의회 지도부들은 이날 90분간의 청문회에서 저커버그가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변했으며, 민감안 사안을 요리조리 피해갔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 방송 역시 “저커버그의 증언은 의회 지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저커버그가 질문을 피해 다녔다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데이미언 콜린스 영국 의회 디지털 문화 미디어‧스포츠 위원회 의장은 “저커버그는 질문의 요지에 답하지 않은 채 답변을 ‘체리-픽(cherry-pick‧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저커버그는 유럽의회 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 페이스북이 올해 연말까지 유럽에서 1만명을 고용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저커버그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거를 도운 영국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유럽 고객 270만명을 포함, 페이스북 이용자 5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증언했다.

그는 오프닝 연설에서 “선거에 외국세력이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개발자들이 이용자 정보를 오용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은 실수였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어진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설명만 반복해 유럽의회 지도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졌을 경우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페이스북이 독점 기업인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들의 데이터도 수집돼야 하는지, 디지털 괴물을 발명한 천재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에 대한 답도 피해갔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독점이 아니라는 취지 속에 각국의 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해나가겠다는 약속만 거듭 반복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유럽 의회는 “저커버그는 어느 질문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며 심문을 피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나중에 문서로 작성한 답변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과 저커버그 CEO

 일각에서는 “저커버그가 이날 질문을 피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증언 구성 방식에 한계가 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1일 열렸던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돌아가며 저커버그에 질문했다. 하지만 이날은 질문이 모두 제시된 후 저커버그가 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제시된 질문은 많았지만 답변 시간은 겨우 22분에 그쳤다. 저커버그 입장에서는 질문을 골라서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페이스북 측은 심문 회피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은 질의·응답 형태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안토니우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컨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저커버그의 유럽의회 증언은 개인정보 보호를 대폭 강화한 EU(유럽연합) 법안 발효를 3일 앞두고 이뤄져 이목이 집중됐다. 새롭게 발효될 EU의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위반한 회사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4%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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