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앞에서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총회’ 기자회견 개최

[공감신문] 치킨 업계 2위 업체인 bhc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납품 원가 공개와 갑질 중단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가맹점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을 알리고 있는 bhc 가맹점주들 / 고진경 기자

전국 약 800명의 가맹점주는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총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는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bhc 본사의 부당한 처사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갈수록 살림살이가 빠듯해지고 있는 데 반해 본사는 최근 몇 년간 전례 없는 업계 최고 성장을 달성했다”며 “그 바탕에 외국계 사모펀드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bhc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사모펀드와 본사 경영진이 회사 가치를 높여 비싼 값에 팔고 철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협의회는 근본적인 원인을 본사의 착취 구조로 지목하며 본사에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공급원가 인하 ▲주요 공급품 원가 내역과 품목별 마진율 공개 ▲부당 갑질 중단 ▲외국계 사모펀드가 회수한 자금 내역 공개 ▲가맹점에서 걷은 부당이익 내역 공개와 반환 등을 요구했다.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총회' 기자회견 전경 / 고진경 기자

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가가 경쟁사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사로부터 납품받는 해바라기유와 신선육이 다른 업체에 비해 가격은 비싼 반면 품질은 낮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국제 해바라기유 가격이 37%나 하락했는데도 가격을 동일하게 받는 본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본사의 입장 표명대로 뛰어난 품질이 높은 가격의 이유라면 해바라기유를 제조하는 추출·착유시설, 정제시설 등의 생산설비를 공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사는 판매가격 인상이나 배달대행 수수료를 받게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법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본사가 공급 제품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점주들의 확고한 입장이다.

'원가공개'라고 쓰여진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있는 bhc 가맹점주들 / 고진경 기자

이날 점주들이 거리로 나선 데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bhc 본사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bhc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점포환경개선 비용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갑질’을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했다.

협의회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있기 전과 현재의 현실이 전혀 바뀐 것이 없으며, 계속해서 하락하는 수익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의 조사 중에도 판촉물품의 강매 등 불공정한 일들이 허다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들은 본사가 점주에게 점포환경개선 비용을 과도하게 떠넘긴 것이 아닌지 공정위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본사의 갑질 행위를 규탄하는 팸플릿을 들고 서있는 bhc 가맹점주들 / 고진경 기자

본사에 의한 갑질 문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뿌리 깊게 내려있는 관행이다.

업계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은 물량을 강제로 떠안고, 물량이나 할인율 조정을 통해 길들이기를 당하고, 상생 협약서 작성을 강요당해 피해 구제의 길을 원천 차단당하는 몰상식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가맹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대책 마련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안의 구멍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공정위는 내일인 24일 대리점 갑질을 막는 대책을 담은 대리점법 개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수 있도록 피해점주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방안과 강력한 갑질 근절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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