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종이영수증 대신 스마트폰 영수증…BPA 성분 대체 영수증도 비슷한 수준의 위해성”

[공감신문]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지는 경우 환경호르몬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농도가 2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4일 서울대 보건대학교 최경호 교수팀은 마트에서 근무한지 평균 11년이 된 중년 여성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영수증(감열지) 취급에 따른 소변 내 비스페놀A의 농도를 측정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지게 되면 BPA 체내농도가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BPA는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과 에폭시, 레진 등의 원료물질로 물병이나 스포츠용품, 캔의 코팅제 등에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수증이나 대기표 등에 쓰이는 ‘감열지’에도 이 성분이 쓰인다. 

체중 6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비스페놀A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3㎎ 정도다. 

마트에서 사용되는 감열지는 통상 롤 형태의 종이에 염료와 현상제를 미세하게 같이 부착한 형태다. 평상시에는 투명하지만 인쇄되는 부분에 열을 가하는 헤드를 통과하면 염료와 현상제가 서로 합쳐져 화학반응을 해, 열이 가해진 부분만 검은색 등으로 변색된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계산원들이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이틀 연속 영수증을 다룬 경우와 같은 기간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취급했을 때의 비스페놀A 소변농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소비자들도 영수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그 결과 업무 중 맨손으로 영수증을 다뤘을 때의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ng/㎖)는 0.92로 업무 전 0.45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이와 달리 장갑을 끼고 일한 경우 비스페놀A의 농도는 업무 전 0.51, 업무 후 0.4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마트 계산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이긴 하지만, 소비자들도 일상생활에서 영수증을 만져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비스페놀A와 당뇨병의 연관성도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연구 결과 영수증에 노출된 비스페놀A 농도가 높은 계산원은 공복 인슐린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최경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영수증을 직업적으로 취급하는 계산원이 장갑만 착용하더라도 BPA 노출을 거의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꼭 BPA가 아니더라도 비스페놀 계열 영수증은 비슷한 수준의 위해성을 갖는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비스페놀A 영수증의 위해성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연구에서는 로션을 바른 손으로 영수증을 만지면 흡수가 더 많이 된다거나, 손을 통해 비스페놀 성분이 흡수되면 체내에 더 오래 잔류한다는 등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BPA 성분을 대체하는 BPS 영수증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꼭 BPA가 아니더라도 비스페놀 계열의 영수증은 비슷한 수준의 위해성을 갖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문제는 BPA 성분을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인체 위해성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며 “최근 스마트폰이 영수증을 대체하는 추세인 만큼, 가급적 물건을 구입한 다음 종이영수증을 받지 말고 불가피하게 받더라도 바로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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