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요구에 답하지 않는다면, 이란 핵 활동 재개할 권리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핵협정의 유럽 당사국들에게 새로운 유지조건을 제시했다.

[공감신문] 이란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에 새로운 유지조건을 제시했다.

앞서 유럽 3개 당사국은 미국의 탈퇴 이후에도 협정을 유지할 것이며 이란이 협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한, 이들도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핵협정의 유럽 당사국에 7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핵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내세운 요구사항은 유럽 3개국이 ▲이란의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금융기관의 이란과의 거래를 보호하며 ▲미국이 바라는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중동 내 활동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 등이다.

하마네이는 “만약 유럽 각국이 우리의 요구에 (답하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이란은 핵 활동을 재개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과 문제는 없지만, 전례를 고려할 때 이들을 믿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는 새로운 합의를 제시하며 이란이 이를 수용할 경우 기존제재 해제와 동시에 외교·경제적 관계를 복원하고 현대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메네이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맞서 공개한 요구사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새로운 핵협정 체결을 요구한 지 3일 만에 발표됐다.

지난 21일 폼페이오 장관은 더욱 강력해진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협정을 새롭게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역대 최고로 강력한 제재라고 여겨지는 이번 합의안에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담겼다.

미국 측이 제시한 새 합의안에는 ▲우라늄 농축 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이란 내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이란군의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 반군 지원 중단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이란은 내부에서는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독설’에 가까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테헤란을 담당하는 사르알라 혁명수비대의 이스마일 코우사리 부사령관은 “이란 국민이 미국의 국무장관이라는 자와 그 일당의 입을 한 대씩 세게 후려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의 '새 이란 전략'에 대해 기존 합의를 대체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유럽의 다른 협정 당사국들 역시 미국의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해 “기존 핵협정의 대안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이란핵협정 탈퇴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핵확산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지, 또는 협정이 미치는 범위 밖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유리한 위치에서 이란의 행실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미국의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인용, 핵협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미국이 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톰과 제리’에서 등장하는 고양이 ‘톰’은 꾀 많은 쥐 ‘제리’를 잡으려 애쓰지만, 번번이 제리의 꾀에 넘어가는 캐릭터다.

하메네이는 “미국은 이슬람공화국을 공격하기 위해 그동안 정치‧경제‧군사적이고 선동적인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그러나) 이 모든 계략은 실패했다. ‘톰과 제리’의 유명한 고양이(톰)처럼 그들은 또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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