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 검토 지시…韓 자동차산업에 큰 영향 미칠 듯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공감신문]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은 우리나라의 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상무부는 수개월에 거쳐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결과를 대통령에 보고한다. 만약 상무부가 수입차가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관세 부과 등 조처를 할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윌버 로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지난 수십년간 수입산 제품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켜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철저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수입산 제품이 자국 산업의 건전성과 고급 기술 개발‧연구 능력을 해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강·알루미늄에서 시작된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 대상이 자동차로까지 확대되면서 미국발 세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도 “우리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게 빅 뉴스가 곧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당신들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고 게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익명의 산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의 최종 목표가 최대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세단 등 일반 차량 2.5%, 픽업트럭 25%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경우,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1962년 제정됐으나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수입제품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개별 협상을 통해 한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 일부 동맹에는 고율관세를 영구 또는 임시로 면제한 바 있다.

나프타 체결국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에 자동차 노동자의 임금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멕시코로 북미 자동차 생산 공장이 들어서자,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차량의 4분의 1은 수입차로, 미국으로 차량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멕시코이며 그 뒤를 이어 캐나다, 일본, 독일, 한국 등이 있다.

앞서 이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라”고 요구했다.

그간 트럼프 EU 생산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를 몇 차례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국내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전통적 제조업 일자리 지키기를 공언해왔으며, 전체 대선 승리도 미시간주, 오하이오 중 공업 지역에서 이긴 덕이 크다.

WSJ은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적용에는 긴 조사와 상무부의 보고서가 필요하다”면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추진은 상대국과 미국 내 수입 자동차 딜러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미 주력 수출품으로 관세 부과가 결정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추진으로 EU, 일본, 한국 등 주요 동맹과 외교적 충돌을 유발하고 무역갈등을 심화시켜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발 세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對)미 주력 수출품으로 만약 과세 부과 조치가 구체화되고 한국 자동차가 예외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연간 수출액은 자동차 146억5100만 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686억1100만 달러)의 21.4%, 8.3%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는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들과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위협은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전통적인 동맹들을 난처하게 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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