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마지막 날인 60일까지 국회는 대립과 공전 반복, 일부분도 합의하지 못해

[공감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공고 60일째 되는 날 ‘투표 불성립’이라는 결과만 남겨둔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개헌안이 공고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공고 마지막 날인 24일 본회의에 대통령 개헌안이 상정되기는 했지만, 현재 국회 재적의원 288명 중 114명만 표결에 참여해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개헌안의 의결정족수는 192명이지만 114명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만 본회의장에 들어섰고 표결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 4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위원들의 참석이 늦어지며 회의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는 대통령 개헌안 투표 불성립과 관련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이 표결 자체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투표 불성립이 사실상 부결과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야당 측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안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고도 본회의 표결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 투표 불성립 자체가 야당을 압박하려는 여당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사례는 대통령 개헌안이 공고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헌정사상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국회는 60일이라는 시간 동안 어땠기에 마감일에 이르러서 부랴부랴 개헌안을 표결하려 한 것일까?

지난 3월 26일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당시 야당은 ‘독단적 관제개헌’이라며 대통령 개헌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개헌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심하자, 국회가 합의한 개헌안을 만든다면 정부 개헌안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이 심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한 개헌안이 마련되면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 개헌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의 필수 요소인 국민투표법마저 개정하지 못하면서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에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국민의 권리를 회복하고 개헌의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민투표법 개정 참여를 거듭 촉구했지만, 야당은 개헌 논의가 끝나기 전에는 해당 법 개정에 동참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국민투표법은 개정 시한을 넘겼고,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라는 공약을 이룰 수 없게 됐다.

이후 국회에서 개헌 논의 동력은 떨어졌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논란 ▲한국 GM(제네럴모터스) 사태 ▲드루킹 사건에 따른 식물국회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 개헌안은 집중 받지 못한다.

그러다 개헌안 공고 마감일인 이날이 가까워졌고, 그제야 관심이 조금씩 돌아왔지만 마감일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어떤 논의나 주장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태였다. 여당에 입장에서는 이미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고, 야당에는 대통령 개헌안이 받아 들일 수 없는 안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개헌 논의를 위해 모인 당시 3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오른쪽부터)

어쩌면 표결로 인한 부결이 아닌 투표 불성립이라는 이번 결과가 지극히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올해 여당과 야당, 즉 국회는 이해관계와 실익 등에 막혀 무엇 하나 명쾌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불발되면서 이제 남은 것은 여야 합의에 따른 개헌뿐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을 한 번에 합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합의해, 1987년 개헌 이후 30년 7개월여 동안 그대로인 헌법을 개정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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