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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너와 나의 오래된 사랑 타령-장수커플이 등장하는 영화들

[공감신문 교양공감]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햇빛은 따사롭고, 아직까진 바람도 꽤나 선선하게 불어온다. 하늘은 맑고, 미세먼지도 보통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집돌이·집순이들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이런 봄 날씨 덕분인지, 거리거리마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가로수, 길가에 핀 꽃들처럼 환한 얼굴로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마알간 웃음기를 머금은 아가씨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재잘조잘 참새처럼 지저귀고, 그 옆의 잘생긴 청년은 그게 귀여워 죽겠다는 듯 잔뜩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솔로들이라면 소개팅 요구가 빗발치는 시기가 바로 요맘때. 마구마구 외로워지거든. [Photo by Ben Ostrower on Unsplash]

그런 연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흐뭇해지게 만들곤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

‘아, 우리도 한 땐 저렇게 알콩달콩했었는데…’


어느덧 “야, 너넨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빈번하게 받을 만큼 오래된 연인들이 있다. 그들은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그리 관심도 없는 상대방의 일과를 묻는다. 분명 서로 대화는 하고 있지만,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응, 응” 하는 무조건반사 같은 대답이 전부다.

아주 오래된 연인. 관계 속에서 지루함과 피로를 느끼는 이들이 매우 많다. [Photo by Edwin Andrade on Unsplash]

바쁜 평일 동안에는 이래서, 저래서, 여러 가지 핑계로 연락조차 뜸하고, 이젠 그게 그리 서운하지도 않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잡고, 마치 밀린 업무를 하듯 데이트를 나선다. 감정이 오가는 통로도 이미 진작 막혀버렸는지, 이젠 데이트를 할 때의 설렘도 없다. ‘권태기’라고? 음, 글쎄. 그런 것도 같지만, 딱히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모든 게 다 싫증나고 피곤하달까.

우리 주변에는 함께 만나 사랑을 나눈 시간이 꽤나 오래된 연인들이 있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면서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을 그들 중에는, 이젠 그 열렬했던 감정이 식어버린 분들도 있다. 한땐 저들 못지않게 달콤했을 우리의 감정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오래된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라면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할 영화에 주목해보실 법 하다. 오늘은,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를 엿볼 테니까.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오래된 커플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다소 늘어지는 이 애증의 관계를 붙잡고 있는 영화 속 연인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민과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또, 그 선택은 둘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아니, 지리멸렬한 그 관계에 변화가 오기나 할까?


■ 연애, 그 미묘한 것의 온도

보통 사랑이나 연인관계를 묘사할 때, ‘뜨겁다’거나 ‘차갑게 식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헤어지고 나니 오히려 더 눈에 거슬리고, 신경이 쓰이는 그런 미묘한 관계는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딱히 후끈하다고 할 수도, 냉랭하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사이 말이다.

데이트 장소가 매번 '집'이라면, 여러분의 연애가 어느정도 길어졌다는 뜻이겠다. [연애의 온도 영화 장면]

영화 ‘연애의 온도’는 직장동료 몰래 3년간 연애를 하다 헤어진 사내커플 ‘이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희와 영은 헤어지고도 직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마주쳐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미움과 애정이 고스란히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동희는 영과 헤어진 직후 보란 듯이 새로운 연인을 만들고, 영은 그것이 참 고깝다.

분명 헤어진 둘은 어째 헤어진 뒤에 서로를 더 곁눈질로 살피게 되고, 곡절 끝에 재결합을 하게 된다. 헌데 “한 번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 다음에도 같은 이유로 또 헤어진다더라”는 연애계(?) 속설처럼 동희와 영의 재(再)연애는 그리 순탄치가 않다.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과거에 찾았던 데이트장소를 가봐도 둘의 표정은 냉랭하기만 하다.

물론 두 배우의 마스크는 전혀 평범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미모자랑하는 두분. [연애의 온도 영화 장면]

이 작품은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두 남녀가 사랑의 끝을 받아들이고, 이별 후에 다시 만나느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영화 속 둘의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서, 마치 자신들의 과거(또는 현재) 연애담을 직접 보는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다. 혹자는 오래된 연인과 함께 이 영화를 보지 말 것을 권유한다. 영화가 끝난 후, 서로 깨닫는 바가 있어 극장을 나서는 그 길에 헤어지게 될 수도 있다면서.

영화 ‘연애의 온도’의 영문 제목은 ‘Very Ordinary Couple’, 아주 보통의 커플이다. 보통의 커플이기에 동화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맺어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동희와 영, 둘의 연애는 어떻게 매듭지어질까? 오래된 연인이라면 한 번쯤 이별의 고비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둘은 그 고비를 한 차례 넘기고서 두 번째 고비에 어떻게 대처할까?


■ 내 아내의 모든 걸 알려드릴게요

‘부부’사이는 그 관계가 아무리 길어져도 쉽사리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지긋지긋하고 꼴도 보기 싫어졌다면 쿨하게 이별하면 되지만, 부부는 법적으로 ‘가족’이라 얽매인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남처럼 한 순간에 돌아설 수가 없다. 이혼? 이혼도 서로 합의가 필요하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요구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 쪽이 이혼을 원치 않는다면 둘의 관계가 다소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

남편 '두현'은 아내 '정인'이 짜증나고, 무섭다. 완벽해보이던 아내가 어느새 떨쳐내고 싶은 존재가 돼 버렸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영화 장면]

소심하고 찌질한 남편 ‘이두현(이선균)’이 바로 그런 곤란한 상황이다. 예쁘고, 요리실력도 뛰어나고, 똑똑한 ‘연정인(임수정)’에게 반해 결혼하게 됐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생각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이혼을 하고 싶다. 입만 열면 온갖 독설을 쏟아내고, 괴상한 요리를 해 먹이질 않나, 까칠하기 짝이 없는 그녀에게 질려버린 두현은 정인이 싫어할 짓만을 골라 한다. 물론 그런다고 통하는 건 아니다.

무서워서 ‘이혼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꾹 참고 살기도 힘들다는 그의 눈에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가 들어온다. 이웃집에 사는 그 남자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여자들이 찾아와 그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 마성의 카사노바라면, 꼬장꼬장하고 떽떽거리는 정인도 꼬실 수 있지 않을까? 두현은 결국 아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성기에게 넘기면서 “내 아내를 유혹해주세요”라 부탁하게 된다.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는 점차 두현의 아내 정인에게 빠져들고,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영화 장면]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 두현이 ‘제일 나쁜 놈’이다. 임신 실패에서 비롯된 아내의 불안감을 그저 ‘귀찮게 땍땍대고 매사에 부정적인 것’ 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두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회피하는 남자’ 유형에 가깝다. 아내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도망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의 그 비겁하고 치졸한 행동이 아내는 물론이고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에게도 상처를 준다. 우리, 아무리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가 두렵더라도 이런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자. 영화는 성기와 가까워져가는 정인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두현이 정인을 다시금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우리에게 단 하루만이 남아있단 걸 알게 된다면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을 것만 같은 ‘이안(폴 니콜스)’과 ‘사만다(제니퍼 러브휴잇)’는 사실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나름대로 성공한 바쁜 직장인인 이안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법이 없었으며, 사만다에겐 중요한 약속도 잊기 일쑤. 사랑보다 일이 먼저인지라 사만다를 서운하게 만든다. 사만다 역시 그런 이안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끝내 서운함이 폭발해버린다. 이안과 다툰 사만다는 돌아서서 가는 길에 그대로 사고를 당하고 죽게 된다.

사랑스러운 제니퍼 러브 휴잇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타임루프' 로맨스 영화의 정석, 이프 온리. [이프 온리 영화 장면]

고통과 후회, 눈물로 잠이 든 이안이 눈을 뜨자, 죽은 사만다가 옆에 있다. 주변의 모든 상황들도 어제 그대로. 사만다가 죽는 날이 다시 반복되는 것. 얼떨떨하고 혼란스럽지만, 이안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충실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간 늘 피해왔던 ‘사만다의 고향 방문’도 함께하고,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와 사만다에 대한 감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타임루프'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절제하면서 사용해 애절함을 더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프 온리 영화 장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자신이 바쁠 때, 쉽게 연락을 하지 못해도 그것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재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던가. 결국은 연애가 하고싶은 게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순간에만 자신을 위로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영화 속 주인공 이안은 사만다에게 “사랑을 알려줘서 고마워”라 고백한다. 늘 연인보다 일이 먼저였던 이안은 무엇을 깨달은 걸까? 그는 무엇을 알게 됐길래, 후회 없는 사랑 끝에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있었을까? 만약 여러분에게 단 하루의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여러분도 이안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 다 타버린 장작 속의 열기

오랜 연애는 조용한 숯불 같다.

격정적으로 정열의 불꽃을 태우는 일 없이

그저 가만히 타고 있다.

그 따뜻함이 마음에 얼마간 젊음을 되돌려주고,

겨울밤에 손끝을 아주 조금 따뜻하게 한다.


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


오늘 교양공감팀이 소개해드린 영화 속 연인들의 모습, 어떻게 지켜보셨는지. 이들 모두 상대방에 대해 그리 만족감을 느끼고 있진 않았는데, 혹시 지겨워하는 여러분의 연애 중 어느 일면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진 않았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는 여러 실수들을 하게 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도, 지나칠 정도로 상대를 편하게 대할 수도, 상대방의 호소를 모른 척 넘어가려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너절한 싸움을 벌일 때도 있고, 그 끝이 그리 아름답지 못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처음처럼 '불타오르는' 감정을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고? 그건 어쩌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지 모른다. [Photo by Andy Watkins on Unsplash]

그런데,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감정이 꼭 겉잡을 수 없는 들불처럼 활활 타올라야만 하는 건 아니다. 화려했던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잉걸불은 새벽이 다 갈때까지 그 은은한 열기를 오래오래 지속한다. 그렇다고 그게 불보다 덜 뜨겁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누구도 열기가 남아있는 숯불에 손을 집어넣진 않을 것이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을만큼 뜨거울 게 뻔하니까.

서로에게 독이 되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억지로 맞잡고 있는 손을 놓는 게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그럼, 그 손을 더 단단히 맞잡으려 노력해보자. [Photo by Crew on Unsplash]

아주 오래된 연인 여러분. 여러분의 러브 스토리가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 배드엔딩이 될지 에디터는 알 수가 없다. 또, ‘이래보면 어떨까? 저래보는 것도 좋겠다’는 식의 같잖은 조언도 해드릴 수가 없다. 아주 오래된 연인이건, 혹은 이제 갓 시작하는 새로운 사랑이건 간에 그것들은 오롯이 여러분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니까.

그러나 굳이 그 ‘같잖은 조언’을 부득불 한 마디만 해보자면, ‘여러분의 연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한 번쯤 깊이 고민해보시길 바란다. ‘동희와 영이’가 했던 것처럼, ‘두현’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 이건 '서로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라'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불같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상대가 그리 소중하지 않을 수 있고, 그건 그것 대로 이해한다. 다만, 소중하지 않은 상대를 억지로 떠안고 있다간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하지 않게 돼 버릴 수 있으니 여러분 스스로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하겠다는 얘기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이별’일 수도 있고, ‘더 깊은 사랑’일 수도 있다. 뭐, 괜찮다. 어떤 선택을 하건 교양공감팀은 여러분이 ‘현재 하고 있는’ 연애도, ‘앞으로 하게 될 연애’도 모두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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