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마이어 대통령 "그때의 모든 고통과 부당함에 사죄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정부의 과거 동성애자 탄압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sueddeutsche 캡쳐]

[공감신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나치 집권기 시기에 독일 정부가 동성애자들에게 행한 가혹한 처벌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독일 DPA통신, AP통신 등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나치 집권 하에 탄압받았던 동성애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찾아 1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그는 피해 동성애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기념비에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은 이(동성애자)들에게 큰 고통을 줬다"고 말하고, 당시 동성애자들이 나치당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실과 이후 독일 분열 당시에도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음을 상기시켰다. 

동성애 처벌 피해자들을 위한 기념탑 앞에 고개 숙인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모습.

그러면서 "그때의 모든 고통과 부당함에 대해, 그리고 이어진 오랜 침묵에 대해 오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1871년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176조(Paragraph 176)가 제정됐다. 그러나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던 이 조항은 나치 집권 이후 처벌이 크게 강화되면서, 남성 동성애자는 최대 10년의 강제노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되기도 했다. 

세계 제2차 대전으로 나치가 패망한 뒤에도 이 형법은 남았다. 서독에서는 이 법이 크게 완화한 1969년까지 약 5만 명의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동독의 경우 1968년 이 법이 폐지됐으나, 서독에서는 독일이 통일된 1994년에야 완전히 폐지될 수 있었다. 

독일은 당시 형법 175조에 의해 전과자가 된 피해자 수만 명의 전과기록을 말소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일시금으로 각각 3000유로(약 376만원)의 보상금을 제공했으며, 복역 기간 1년마다 1500유로(약 188만원)씩을 더 제공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실수를 바로잡고 잘못된 일에 사과하는 것은 민주적 정부의 기본"이라 말하고, "여러분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며 사과의 뜻을 재차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그때의 모든 고통과 부당함에 대해, 그리고 이어진 오랜 침묵에 대해 오늘 용서를 구한다"면서, "여러분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LGBT Germany 캡쳐]

한편, 히틀러와 나치는 유대인과 함께 바이마르 공화국이 동성애자를 용인한 것을 독일의 타락의 징후로 보았다.

나치는 기독교 도덕의 전달자로 행세하며, 동성애의 ‘악’을 근절하려 했다. 나치에 의하면 남성 동성애자들은 나약하고 계집애 같아서 순수한 독일을 대표할 수 없었다. 또 남성 동성애자들은 독일의 출생률을 높일 수 없다는 위험이 있었다. 

나치들은 ‘아리아 인종’보다 열등한 인종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고 믿었다. 즉 독일의 출생률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커뮤니티는 인종적 위험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치는 남성 동성애자들을 비도덕적이고, 나약하고, 생식적 실패라고 보았다. 나치에게 있어 남성 동성애자들은 독일의 퇴보를 체화한 존재이자 그 원인이었다. 나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독일을 위협한다고 보았으며, 그에 따라 처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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